밤새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잠도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밤새 앓고 났더니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입안은 온통 다 헐어 혓바닥엔 백태가 허옇게 끼고 목구멍은 빨갛게 부어올라 침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왔다.
남편은 힘들면 투어를 포기하고 호텔에서 쉬자고 했다.
아니면 나는 호텔에 쉬고, 남편 혼자 투어를 갔다 오겠다고 했다.
하루종일 혼자서 호텔 방에 우두커니 남아있는 것도 그랬다.
어떻게 온 자이푸른데, 아무것도 안 보고 자이푸르를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투어를 하기로 결정, 투어에 합류했다가 정 힘들면 버스에서 내리지 말고 그냥 쉬면 될 것 같았다.
퀭한 눈에 미열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약을 먹고 토마토를 챙겨 들고 투어버스가 있는 데로 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는 시티투어다. 1인당 350 루피(약 6,500원)
자이푸르는 라자스탄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가 있다.
종일 투어를 비롯해 반일 투어, 야경 투어가 있다.
관공서 건물 안에 투어버스가 정차해 있다.
버스 기사는 맨발로 차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있었다.
너무 열심히 쓸고 닦아서 흙묻은 신발을 신고 타기가 민망했다.
투어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 인도사람이었다. 외국인은 달랑 우리 부부 뿐이었다.
가이드는 외국인이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아예 힌두어로 설명했고, 우리한테는 직접 와서 요점만 알려주었다.
투어 내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데, 우리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귀머거리가 따로 없었다.
첫 번째 간 곳이 락시미 나라얀 힌두사원(Laxmi Narayan Temple, Birla Mandir)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옆으로 성이 보인다.
뾰족한 첨탑이 있는 거로 봐서 성안에 힌두사원이 있는 것 같다.
락시미 나라얀 힌두사원은 인도의 재벌인 벌라 가문이 세웠는데, '벌라 만디르(Birla Mandir)'라고도 한다.
벌라 만디르는 인도 최하층 계급인 하리잔에게도 기도할 수 있게 허락된 최초의 사원이다.
인도의 카스트(Caste)는 4개의 계급으로 나뉜다.
제1계급 바라문 또는 브라만(Brahman, 사제)
제2계급 크샤트리아(Kshatrya, 왕족.무사)
제3계급 바이샤(Vaisya, 농민.상인 등의 서민)
제4계급 수드라(Sudra, 노예)
이것은 다시 2,378개의 계급으로 다시 나뉜다.
4계급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못하는 계급이 바로 하리잔이다.
하리잔은 접촉해서는 안 되는 불가촉천민(Untouchable)을 말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그림자조차 밟는 것을 불결하게 여긴다.
카스트 제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하리잔은 학대와 천시, 의사들은 진료 거부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시바 신이 인간을 낳았는데, 브라만은 신의 머리에서, 크샤트리아는 가슴에서, 바이샤는 배에서, 수드라는 신의 발에서 탄생했다.
사람을 다 탄생시킨 시바 신이 휴식 중 똥을 누었는데, 그것이 바로 하리잔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하얀 대리석 건물
사원 입장할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햇볕에 달구어진 대리석 바닥은 맨발로 디디기엔 너무 뜨겁다.
힌두사원은 다 비슷비슷해서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사람들은 사원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사원을 대충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중앙 박물관(Central Museum)
라자스탄 주의 주립 박물관인 자이푸르 중앙박물관은 무굴제국의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중앙 박물관 길 건너편에 세워주고 사진만 찍으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단체 투어라 불편한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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