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자이푸르

[인도/자이푸르] 자이푸르의 첫날

러브송. 2016. 4. 18. 17:05



델리, 아그라와 함께 북인도의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라자스탄 주의 주도인 자이푸르,

'핑크시티'라는 애칭도 갖고 있는 자이푸르는 생각보다 컸고, 분위기는 인도다웠다.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고, 차와 오토릭샤들도 신호를 잘 지키며 운행했다.

콜카타와 바라나시, 아그라와는 또 다른 풍경의 자이푸르를 보니 인도의 얼굴은 여러 개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아르와 니와스 호텔은 자이푸르에서 가장 오래된 고급 게스트하우스다.

이 호텔은 릭샤꾼에게 커미션을 주지 않는 호텔이어서 릭샤꾼들이 싫어하는 호텔이기도 하다.

고급이라고 하지만 인도 수준에서 고급이라는 것이지 정말 고급스러운 호텔시설을 상상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프런트 직원들은 친절했다.





시설은 그다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정갈하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에어컨 있는 이방이 하루에 5만 원쯤 한 것 같다.





인도 욕실에는 대부분 큰 양동이와 물을 푸는 바가지가 있었는데,

아마도 볼일을 보고 인도식 처리를 할 때 사용하는 것 같다.

우리는 빨래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어 좋았다. ㅋ





호텔에 들어오니 몸도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고 꼼짝하기가 싫었다.

짐을 풀고, 샤워하고, 건조 미역국밥으로 아침겸 점심을 때웠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조금만 쉬다가 밖에 나가봐야 한다.

씨티은행에 가서 돈도 찾아야 하고, 식당도 알아봐야 하고, 내일 시티투어 픽업 장소도 확인해두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아침까지 자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들이 잡다하게 많아 안 나갈 수가 없었다.






호텔 밖으로 나갔더니 역시 인도답게 아비규환이었다. 

사람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가 없어 차들을 피해 가면서 걷기란 너무 힘들었다.

호텔에서 씨티뱅크 있는 데까지 10분 정도 걸어가면 되지만,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었다.

온갖 차량과 릭샤, 오토바이가 뒤엉켜서 달리는 길을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걸어가기는 정말 어려웠다.

날은 더워서 땀은 줄줄 흘러내리고, 뿌연 먼지와 매연 속을 걷는다는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조금 걷다가는 곧 걸어가는 걸 포기하고 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잔돈이 필요해서 생수를 샀다. 릭샤꾼들은 잔돈을 잘 거슬러주지 않는다.

생수 한 병을 사고 100루피짜리를 내고 70루피를 거슬러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10루피짜리가 찢어져 있었다.

인도에서는 찢어진 돈은 사용하지 못한다. 우리가 외국인이어서 찢어진 돈을 슬쩍 끼워 넣었나 보다.

아무튼, 인도사람들은 사기 치는 데는 도가 튼 사람들인 것 같다.ㅎㅎ..






라자스탄 주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 버스 타는 곳을 확인했다.

시티투어 버스 티켓은 자이푸르 역 1번 플랫폼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사설로 하는 시티투어는 바가지가 심하고, 릭샤꾼들이 쇼핑센터에 데려가 커미션을 받는 데만 관심이 있으므로

라자스탄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종일 투어를 하기로 했다. 내일 아침 8시 50분까지 이곳으로 오면 된다.






사거리 길 건너편에 씨티은행이 보였다. 그런데 길을 건널 수가 없었다.

신호등은 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파란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현지인들은 신호등과는 상관없이 요리조리 피해서 잘도 건넜다.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한 길을 무사히 건널 수 있을까?

차량 통행이 잦은 사거리라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렸다.






10여 분 오고 가는 차들을 멀거니 쳐다보면서 서 있기만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길을 건널 기회가 오질 않았다.

돈을 찾으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할 수 없이 교통 경찰관한테 갔다.

길을 건너야 하는데 차들이 많아서 건널 수가 없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경찰은 손을 번쩍 들어 차들을 정지시키면서 우리를 길 건너편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베트남 여행할 때도 길을 못 건너서 쩔쩔매고 있는 우리를 경찰이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준 기억이 난다.

경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씨티뱅크에서 2만 루피를 찾았다.






돈을 찾고 저녁을 먹으려고 근처에 있는 히말라야 쇼핑몰에 가기로 했다.

쇼핑몰에는 다양한 음식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오토릭샤를 세우고 히말라야 쇼핑몰을 아느냐고 하니까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의심 없이 릭샤를 타고 매연을 가르며 한참을 달렸다.

그런데 그 릭샤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쇼핑몰로 가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초행길이지만 지도를 보면 방향 정도는 알 수 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히말라야 쇼핑몰로 가는 중이냐고 재차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릭샤는 도심 외곽으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릭샤를 세우라고 했다.

지도를 보여주면서 이 쇼핑몰로 가자고 했더니, 쇼핑몰을 모르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우리를 커미션을 받는 쇼핑몰로 데려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릭샤를 돌려 우리가 원하는 쇼핑몰로 가자고 했다. 그는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는 쇼핑몰 위치를 가다가 묻고 또 묻고를 반복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릭샤에서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다가 묻고를 반복하다가 일방통행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여기가 쇼핑몰 근처라고 무조건 내리라고 했다.

내리지 않는 우리를 보고 그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하는 것 같았지만, 내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피곤한 몸으로 릭샤를 타고 시커먼 매연을 마시며 1시간이나 달렸더니 몸이 고꾸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처음 흥정한 가격 30루피보다 더 달라고 했다.

자기 잘못으로 빙빙 돌았지만 기름이 더 들었다고 돈을 더 달라니 더 줄 수밖에 없었다.

릭샤에서 내려 주변 사람에게 쇼핑몰 위치를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쇼핑몰에서 저녁을 먹고 유명한 라씨집에서 디저트를 먹으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수포가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간판 KFC가 눈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인도 특유의 마살라 향이 코를 찔렀다.

그 향을 맡으니 역겨움이 치밀어 올라와 그곳에서 치킨을 먹고 싶지가 않았다.

"To Go"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더니, "Take Away"하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영국 문화권에서는 테이크 어웨이(take-away)를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콜라 2잔과 그릴 치킨과 마살라 향이 정말 없다고 강조한 치킨을 샀다.

가격은 2만 원 정도 했는데, 인도 물가치고는 꽤 비싼 편이다.

포장한 치킨과 콜라를 들고나와 리어카에 파는 토마토도 사고, 릭샤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퇴근 시간이라 도로는 온갖 차량으로 꽉 차 꼼짝할 수가 없었다.

덜커덩거리는 릭샤를 타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다 보니 콜라가 출렁이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콜라는 사지 말걸 후회했지만, 콜라는 이미 출렁거리며 릭샤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호텔에 들어오자 열이 나기 시작하고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치킨도 먹을 수가 없었다.

맵지 않고 마살라 소스가 들어가지 않은 치킨을 강조했지만, 치킨은 매웠고 마살라 소스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목도 부어있고 입안이 헐어있는 상태라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인도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같았다. 아니면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던지.

델리 한 음식점에서도 마살라 소스를 넣지 말라고 그렇게 설명을 해도 나오는 음식은 마살라 향이 가득한 것이었다.

 




저녁도 굶고 빈속에 해열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

밤새도록 열이 올랐다 내렸다 반복하면서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쑤시고 아팠다.

드디어 물갈이하는지 토하고 설사하고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거기다가 근육통까지 있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인도에 오면 누구나 치른다는 신고식을 호되게 치르는 중이었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내일 시티투어는 어떻게 하지?  아니 인도 여행 전부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한국으로 가려면 델리까지는 가야 하는데, 자이푸르에는 국내선 비행기만 있는데, 어쩌나?

오만 생각을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배낭여행을 여러 차례 했지만, 이렇게 아파서 몸져누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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