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쯤 눈을 떴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몸살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오늘은 아그라에서 기차를 타고 자이푸르로 가는 날이다.
아침 7시 15분 기차여서 새벽 6시에는 기차역으로 가야 한다.
카메라 충전기와 운동화 사는 것을 친절하게 도와주었던 릭샤꾼이 우리를 픽업하러 5시 20분에 호텔 앞에 왔다.
밤새 앓은 탓에 얼굴이 온통 누렇게 떴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찰칵! ㅋ
이런 모습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므로...ㅎㅎ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어둑어둑한 거리를 릭샤는 굉음을 내며 내달렸다.
더운 낮과는 달리 새벽 공기가 제법 시원했다.
앙코르 와트 일출을 보려고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릭샤를 타고 달리던 생각이 난다.
시원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열심히 조깅하는 사람도 보였고, 노숙한 사람들이 부스스 일어나 아침을 맞는 모습도 보였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고, 그 많던 인도사람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라 거리는 아주 조용했다.
5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한 릭샤는 20분도 채 안 걸려서 아그라 칸트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는 새벽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차역에도 노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노숙하기에는 추울 것 같은데, 뜻밖에 노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그라 칸트역 플랫폼엔 깔끔한 푸드코트도 있었다.
깔끔하게 진열된 상점을 보니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기차간에서 먹을 생수도 사고 비스킷도 샀다.
Train No & Name : 12403 / Ald Jp Express / AC 2 Tier(2A) Rs.855(약 15,000원)
내가 타고 갈 기차는 아그라 칸트역 4번 플랫폼에서 07시 15분 출발이다.
연착만 없다면 자이푸르까지 5시간 30분 걸린다.
낮이지만, 몸 상태도 안 좋고 해서 누워서 쉴 수 있는 침대칸을 선택했다.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곳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가는지 머리에 큰 보따리를 이고 가는 인도 여인네 모습도 보인다.
4번 플랫폼에서 자이푸르로 가는 기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플랫폼에는 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집단을 이루고 있는 걸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둥지를 틀고 살고 있는듯했다.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면서 어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듯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도 원숭이들도 인도사람들처럼 사진 찍는 걸 좋아하나 보다.ㅋ
갑자기 뭔가 터지는 쾅하는 굉음이 플랫폼에 울려 퍼졌다.
반사적으로 몸을 도사리며 무슨 폭발물이라도 터진 게 아닌가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플랫폼 천장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던 원숭이 한 마리가 감전되어 쿵 하고 떨어진 것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원숭이는 죽었는지 꼼짝을 하지 않고, 그 원숭이 주위로 다른 원숭이들이 한 마리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 덩치의 개 세 마리가 나타나서 떨어진 원숭이 곁으로 킁킁거리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여러 마리의 원숭이들이 떨어진 원숭이를 겹겹이 에워쌌고, 개들이 접근하는 걸 막는 것처럼 보였다.
집단으로 소리치는 원숭이의 기세에 눌려 개들도 접근을 못 하고 컹컹거리며 주변만 맴돌기 시작했다.
감전된 원숭이는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들이 감전된 원숭이를 에워싸고 있던 원숭이 무리를 쫓으려 했지만, 원숭이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몸도 아픈데 아침부터 원숭이 사고를 목격한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원숭이가 보이지 않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가 들어올 시간이 다 됐는데도 원숭이들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원숭이 무리가 있는 곳이 내가 타고 가야 할 기차가 서는 플랫폼이라 걱정스러웠다.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리며 원숭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원숭이들은 물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고, 감전된 원숭이도 부스스 일어나더니 절뚝거리며 달아났다.
죽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빨리 어수선한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기차는 15분 늦게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인도에서 15분이란 연착이라고 굳이 말하기도 뭣한 시간이다.
2A 칸이 보이지 않아서 역무원에게 물어보고 올라탔다.
기차는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검표원이 표를 검사하더니 여기가 아니라고 다른 칸으로 우리를 안내해줬다.
원래 인도 기차는 객차와 객차 사이를 서로 오갈 수 없게 되어있지만, 역무원이 근무하는 공간을 통과해 다른 객차로 갈 수 있었다.
기차에서 보이는 아침 풍경은 역시 부끄럼도 없이 무심한 얼굴로 거사를 치르고 있는 인도인들이었다.
아침마다 대자연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볼일을 보는 게 인도인들에겐 최고의 명상일 수도 있으리라. ㅋ
기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에는 아침밥을 대신할 푸리와 짜이 등 간편 음식을 팔고 있었다.
기차간에서도 음식을 사라고 외치는 장사치들의 외침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배는 고팠지만, 기차간에서 파는 음식을 사 먹을 수는 없었다. 역시 위생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몸이 아파서 견디기 힘든데, 여기에 배탈까지 더 보탠다면 정말 큰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인도 적응 기간이 지나면, 이런 길거리 음식도 먹어봐야지 기대했지만,
22일 여행하는 내내 위생적이지 못한 길거리 음식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깨끗해 보이는 식당도 막상 들어가 보면 얼마나 더럽고 지저분한지 모른다.
음식을 만지는 새까만 손을 보지 않았다면,
또 걸렌지 행주인지도 모를 꼬질꼬질한 천으로 테이블을 닦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인도 음식이 더 맛깔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후 2시 넘어서 자이푸르역에 도착했다. 5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를 7시간이나 걸렸다.
이 정도 연착이면 인도에서는 아주 양호한 편이다.
기차에서 내리자 후텁지근한 열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자이푸르에서도 역시나 많은 호객꾼이 들러붙는 또 한번의 성가신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
시티투어 하라는 사람, 호텔을 소개해주겠다는 사람, 우리 짐을 들어주겠다는 사람, 별별 사람들이 다 달라붙었다.
또다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인도는 여행이 힘든 게 아니라 인도사람한테 시달리는 게 더 힘든 것 같다.
능숙한 솜씨로 모든 호객꾼을 물리치고, 1번 플랫폼에 있다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갔다.
자이푸르는 몸 상태도 좋지 않고 해서 1일 시티투어를 할 생각이었다.
1번 플랫폼을 찾아가는데 역무원으로 보이는 듯한 제복을 반듯하게 입은 남자가 '무엇을 도와줄까요?' 하고 묻는다.
인포메이션 센터로 간다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안내해줄 테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제복을 입은 사람이니까 설마 우리한테 사기를 치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으로 따라갔다.
우리를 센터로 데리고 가서는 시티투어 종류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1일 시티투어를 350루피에 예약을 하고 나오는데, 그가 우리를 따라와 호텔은 구했냐고 물었다.
예약한 호텔이 있다고 했더니 그 호텔까지 어떻게 갈 거냐고 또 물었다.
프리페이드 오토 릭샤로 갈 거라고 하니까 자기가 잘 아는 릭샤꾼을 소개해주겠다고 했고, 호텔까지 100루피라고 했다.
50루피면 충분한 거로 아는데, 100루피라니 이 사람도 커미션을 먹는구나 생각했지만, 그가 소개해준 릭샤를 탔다.
호텔로 가는 도중에 릭샤꾼은 좋은 호텔이 있다고 호텔을 바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미 돈을 다 지불한 호텔이라고 바꿀 수 없다고 딱 잘라 얘기했더니 더는 권하지 않았다.
자이푸르도 아그라와 마찬가지로 호객행위가 심한 곳이다.
릭샤꾼들은 자신들이 커미션을 받을 수 있는 숙소로 손님을 데리고 가려고 한다.
또 개인이 하는 시티투어를 하게 되면, 원하지 않는 쇼핑센터로 데리고 가서 물건을 사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자이푸르뿐 아니라 인도 전역이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첸나이에서 쇼핑센터로 가려는 릭샤꾼과 안 가겠다는 우리와 싸운 적이 있다.
그렇게도 친절했던 릭샤꾼은 쇼핑센터에 가지 않으면 돈이 안 생기는지 도로 중앙에 우리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인도인이 이유도 없이 친절을 베풀면 반드시 무슨 꼼수가 있다는 걸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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