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바라나시

[인도/바라나시]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의 아침 풍경

러브송. 2016. 3. 19. 15:35


전날 뿌자를 보고, 레스토랑에서 사기를 당하고, 몸은 누적된 피로로 밤새도록 아팠다.

바라나시에 왔으면 갠지스 강 일출을 꼭 봐야 하는데, 몸 상태로 봐서 새벽에 일출을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뿌연 물안개가 자욱해 오늘은 일출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여우가 "저 포도는 신포도야." 하는 것처럼, 나도 "이런 날은 일출을 볼 수 없어." 중얼거리며 다시 잠에 빠졌다.

하기야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대도 이런 몸 상태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출은 못 보더라도 물안개가 자욱한 가트라도 거닐어 보고 싶었지만, 내 몸 상태는 모든 걸 허락하지 않았다.




창문 가득히 들어오는 햇살에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가보니 어느새 갠지스 강의 아침이 열리고 있었다.

아침 8시 레스토랑엔 벌써 아침을 먹는 사람들로 붐볐다.

내 혓바닥엔 빨간 혓바늘이 여기저기 돋아있었고, 목구멍은 빨갛게 부어서 아무것도 삼킬 수가 없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져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갠지스 강물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윤이 나기 시작했다.

은빛 물결이 출렁대며 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가트엔 벌써 많은 인도인이 나와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빨래하는 여인네들도 있었고, 그 옆에서 염소가 먹을 것을 뒤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가트에 버려진 온갖 오물들, 냄새나는 오물을 헤치며 먹을 것을 찾고 있는 염소. 

이렇게 가트 곳곳엔 소, 개, 염소 등 가축들이 어슬렁거리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축들이 쏟아낸 똥오줌으로 지린내가 진동하는 아름답지 않은 풍경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아무도 개의하지 않는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도시라서 그런가. 하하




반짝이는 물결과 함께 어우러진 사람들, 멀리서 바라보는 아침 풍경은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식당에 가서 무어라도 먹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침이라고 해봐야 뻔한 메뉴인지라 입에 맞을 리가 없다.

또한, 내 몸 상태가 그 어떤 진수성찬이라도 맛있게 먹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갠지스강가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어수선하면서도 분주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강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를 깨끗하게 시작하는 사람들, 그 옆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네들,

그리고 금빛 항아리에 성수인 강물을 떠 가는 사람들, 어수선하고 활기찬 갠지스 강가의 아침은 활짝 열려있었다.




어제도 금빛 항아리에 강물을 떠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인도인들은 이렇게 받아간 갠지스 강물을 동네 우물이나 냇물에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그 우물이나 냇물이 갠지스 강물처럼 신성한 물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아플 때마다 그 물을 한 모금씩 마시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고 믿는다. 

나에게는 그저 오염된 강물이지만, 그들에게 강은 삶 자체요, 구원의 수단인 것이다.




심지어 그 강물을 두 손으로 경건하게 마시기도 한다. 어제 보트투어를 같이한 인도부부도 그랬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거나 그 물을 마셔서 공덕을 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현세의 모든 업이 모두 씻겨져 더 좋은 생으로 환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오염된 물을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그들의 신이 그들을 지켜주는 모양이었다. ㅎㅎ





갠지스 강의 아침이 밝아오면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다양한 계층의 순례자들이 가트로 모여든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왔는지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대륙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힌두교도들은 해뜨기 전에 가트로 와서 경건한 마음으로 몸을 깨끗이 씻는다.

바라나시를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강가에서 목욕하고 자신의 죄업을 씻는 일이다.

갠지스 강물에 목욕하면 지은 죄가 씻어지고 천상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에게 갠지스 강은 본래 천국을 흐르는 강이기 때문이다.




갠지스 강물에 몸을 씻으면 전생, 현생, 내생의 죄업까지 모두 씻어지고 심지어 자신의 영혼까지 정화된다고 믿고 있다.




여행자 눈에 비친 강물은 한낱 오염된 강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얼마나 성스러운 물이던가.

힌두교도들의 평생소원은 바라나시 강가에서 목욕하는 것이라니 그들의 절대적인 신앙심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은 매일 이렇게 물가에 나와서 몸을 씻는다.

몸 구석구석 묻어있는 삶의 때를 깨끗이 씻어내고, 욕망의 때를 씻어내고, 탐욕의 때를 씻어낸다.

씻겨나간 때들이 다시 강물에 흘러들어 가고 있건만, 그들에게 강은 여전히 자신을 정화해줄 성스러운 강이다.




그들에게 있어 갠지스 강은 그 자체가 신앙인 것이다.

그들의 오랜 종교적 믿음 때문에 엄격한 계급사회 속에서도 순응하며 낙천적인 생활을 하는지도 모른다.




갠지스강변에는 가트(계단)가 약 100여 군데나 있다.

가트(Ghat)는 강가와 맞닿아 있는 계단이나 비탈면이란 뜻인데, 바라나시의 강변을 잇고 있는 계단길이 바로 가트다.




각각의 가트는 엄밀히 말해 개인이나 단체, 혹은 왕가의 사유물이다.

신디아 가트는 괄리오르 명문가인 신디아 집안의 것이다.




Man Mandir Ghat




맨발로 계단에 앉아있는 인도인들, 남자든 여자든 보통은 슬리퍼나 샌들을 신고 다닌다.

인도인들은 신체 중 발을 제일 천시한다고 한다.

몸을 굽혀서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발을 만진 후 자신의 이마에 대는 행동은 굉장한 존경심을 뜻한다.
신발을 벗어서 상대방을 때리는 건 심한 모욕감을 주는 행위니 조심해야 한다.





머리를 지압해주는 걸까? 머리 마사지?



세월의 무게가 실려있는 그의 손길이면 감기로 지끈지끈 아픈 내 머리도 날아갈 듯이 개운해질 수 있을텐데.




날마다 신에게 바칠 꽃을 준비하는 사람들, 정성스레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꽃잎을 뿌리고, 꽃불을 띄우는 정성스런 손길에 그들의 밝은 미래는 과연 존재하는 걸까?





대나무 파라솔을 나란히 세워둔 가트의 아침 풍경은 바라나시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봉지에 과자를 담아 팔고 있는 이 사람도 열심히 하루를 열고 있었다.




짜파티를 굽고 있는 좌판에서 옹기종기 앉아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




무얼 하고 있는 모습일까? 침을 놓은 것도 같고.

인도에는 귀를 파주거나 체중을 달아주는 직업까지 있다니 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임엔 틀림이 없다.





인도인들이 죽기 전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바라나시

힌두교의 최대 성지이자 그들이 그토록 신성하게 여기는 갠지스 강

죽음이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윤회 사상을 굳게 믿고 있는 그들

수많은 순례자가 강변에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빨래를 하고, 기도를 드리고,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이른 아침 강가의 풍경은 무질서함을 넘어서 숭고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곳이었다.




카메라로 담아본 갠지스 강의 풍경은 너무 평온하고 낭만적이었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아우성을 뒤로한채 지금 내 눈에는 그저 평화롭게만 보인다.

모든 이들의 삶의 고뇌를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게 안아주고 치유해주는 갠지스 강,
그 강가에서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아니 영원히 구원과 해탈을 소망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말하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을 마음껏 구경하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끝도 시작도 없이 영원히 회전하고 있을 것만 같은 바라나시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이 도시를 떠나면 또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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