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에서 바라나시로 오는 기차간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17시간을 달려온 바라나시.
아침도 점심도 거르고 달려온 바라나시였기에 내 몸은 벌써 엉망이 되어 있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즉석국밥으로 간단히 허기를 때우고 감기약을 먹고 침대에 그대로 쓰러졌다.
인도 여행 4일째, 나의 몸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바라나시였지만, 내 몸은 더는 움직이질 못하고 침대에 그대로 뻗어 버렸다.
가트에도 나가봐야 하고, 또 갠지스 강 보트투어도 해야 하고, 뿌자의식도 구경해야 하고,
바라나시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내 몸은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다.
5시가 다 되어 겨우 몸을 추스르고 갠지스 강으로 나왔다.
호텔이 가트와 바로 이어져 있어 멀리 걸어가지 않아도 갠지스 강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늘 영상으로만 보던 바라나시 갠지스 강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가 정말 바라나시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천천히 가트를 걸으며 구경을 하는 우리에게 역시나 인도답게 호객꾼이 들러붙기 시작했다.
그냥 산책만 할 거라고 말했는데도 보트 투어를 하라고 끈질기게 들러붙었다.
익히 알고 있는 철수네 보트를 타려고 했지만, 호텔에서 너무 멀어서 그냥 호텔 근처에서 타기로 했다.
2인에 보트 투어 2시간, 뿌자 의식까지 구경하는 조건으로 400루피(약 7,000원)로 흥정했다.
인도부부와 우리 부부가 같이 작은 나룻배에 탔다.
우리를 태운 뱃사공은 열심히 노를 젓기 시작했고, 우리는 갠지스 강을 유유히 유람하기 시작했다.
갠지스 강엔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인도인들은 강물에 작은 꽃불을 띄우며 소원을 빈다. 이 작은 꽃불이 디아(Dia)다.
디아는 가트 주변에서도 팔고 보트 위에서 팔기도 한다.
예쁜 여자아이가 디아를 팔고 있었다.
강매하는 느낌도 없진 않았지만, 20루피를 주고 디아 하나를 샀다.
인도 부부는 디아를 집에서 만들어 왔단다.
우리 부부의 소망을 담아 강물에 띄워 보낼 디아!
혼자 나룻배를 타고 디아를 팔고 있는 소년도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인도부부가 디아에 불을 붙여 강에 띄워 보냈다.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디아를 띄우는 모습을 보니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인도부부는 디아에 어떤 소망을 실어 보냈을까?
디아를 띄워 보낸 후 인도부부는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강물을 떠서 마시는 게 아닌가.
그들에게는 성수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오염된 강물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나도 디아에 불을 켜고 강물에 띄워 보냈다.
강바람이 불어와 혹시 불이 꺼질까 봐 조바심을 치면서 디아를 조심스럽게 강물 위에 놓았다.
강물에 놓는 순간 오염된 강물이 내 손끝에라도 닿을까 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손에조차 닿기 싫어하는 강물에 나는 무슨 염원을 띄우고 있는가.
이런 내 모습이 부끄럽긴 했지만, 죽은 자의 뼛가루가 떠다니는 강물에 손이 닿는 건 정말 싫었다.
나의 작은 소망을 담은 디아는 강물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강물을 타고 흘러가는 디아 모습 뒤로 연기가 자욱한 화장터가 보였다.
한쪽에서는 산 자의 소원을 띄워 보내고, 한쪽에서는 죽은 자를 뼛가루를 띄워 보낸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소망을 품에 안고 유유히 흘러가는 갠지스 강의 야경은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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