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바라나시

[인도/바라나시] 바라나시에서 돈바꿔치기 사기를 당하다.

러브송. 2016. 3. 18. 23:40



인도 화폐단위는 루피(Rs)다.

모든 인도 은행권의 앞면에는 간디의 얼굴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인도의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간디는 인도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지폐 뒷면에는 헌법상의 공용어인 15개 언어로 은행권 금액을 표시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찢어지거나 훼손된 돈은 받지 않는다.

인도인들에게 거스름돈을 받을 때는 반드시 찢어진 돈이 없나 잘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찢어진 돈이나 훼손된 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확인시키고 교환을 요구해야 한다.

찢어진 돈 Rs10는 자이푸르에서 생수를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것이다.

돈을 반으로 접어서 주길래 아무 생각 없이 받아서 나왔는데 이렇게 귀퉁이가 찢어져있었다.

인도인들은 현지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찢어진 돈을 슬쩍 끼워준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찢어진 10루피는 인도 여행기념으로 가져왔다.






아르띠 뿌자를 구경하고 호텔 근처인 미르 가트에 내렸다.

배가 너무 고파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온종일 먹은 게 변변치 않으니 게다가 독한 감기약을 쏟아부었으니 허기가 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약 기운에 겨우 버텼는데, 아무거라도 먹어서 허기진 배를 채워야만 할 것 같았다.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인도인이 소젖을 짜고 있었다.

라씨를 만들려고 하는 걸까? 바라나시에서 유명하다는 라씨를 먹어봐야 할 텐데.

젖을 짜는 장면을 보니 라씨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몸도 안 좋은 상태에서 혹시 이런 우유로 만든 라씨를 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호텔 입구에 자그만 레스토랑이 있었다.

멀리 걸어가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가까운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역시 에어컨은 없었다. 바라나시에서 에어컨이 있는 식당을 찾는 내가 바보지. ㅋ

벽에 붙어있는 도마뱀이 고개를 쳐들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고 고생 많았슈" 하는 것 같았다. ㅋ

식당 안에는 나방과 온갖 벌레들이 불빛을 따라 춤을 추면서 날아다녔다.

내 얼굴에도 내 몸에도 쉼 없이 날아들어 그것들을 쫓느라고 곤욕을 치렀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네. 안 그래도 배고파서 쓰러질 것만 같은데 벌레까지 달려들다니. ㅠㅠ

하기야 문을 활짝 열어놓은 식당이니까 불빛을 찾아드는 벌레와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나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참았다.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자그마한 레스토랑, 가족끼리 운영하는 식당처럼 보였다.

손님이라곤 서양인 커플이 있었고, 우리가 전부였다

먹기에 제일 무난하다고 생각한 볶음밥과 인도식 백반 탈리를 주문했다.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음식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음식을 기다려야 한다더니 정말 그랬다.

한참 지나고 또 지나고 나서야 서양인 커플의 음식이 나왔다.

그것도 하나 나오고, 또 한참 있다가 또 하나 나오고.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성질 급한 사람은 아마도 아사하고 말 것이다. 하하

허기진 배를 붙잡고 연신 벌레를 쫓으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1시간은 족히 기다렸지만, 음식은 나오지 않고 나는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야채볶음밥 하나가 나왔다.

이거라도 먹자 싶어 한술 떴지만, 역시 내 입엔 맞지 않았다.

향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인도 특유의 향에 익숙하지 않아 두어 숟갈 먹어봤지만 더는 먹을 수가 없었다.







또 한참 기다리자 우리가 주문한 탈리도 나왔다.

탈리는 인도식 백반으로 흰 쌀밥과 짜파티에 달, 카레, 반찬 등이 곁들여 나온다.

우리나라의 정식 백반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짜파티를 찢어서 먹어봤다. 내 입에는 무맛이었다.

흰 쌀밥도 펄펄 날려서 어디로 날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요리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카레도 또 다른 음식들도 내 입엔 하나도 맞지 않았다.

하기야 그 어떤 음식이든 감기약으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내 입에 맞을 리가 있겠는가.

할아버지, 아들 부부, 손자, 온 식구가 우리가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 먹는 내내 몹시 불편했다. 맛이 없어도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음식을 남기고 싶었는데, 미안해서 남기기도 눈치가 보였다.

우리 음식을 조리해준 요리사가 웃으며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장황하게 음식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음식 하나하나 어떻게 조리했으며, 재료는 뭐라고 친절하게 필요 이상의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친절했던 이유가 우리에게 사기를 치기 위한 연막이었다.

그는 테이블 옆에 바짝 붙어서서 친절한 눈빛으로 탈리 맛이 어떠냐고 자상하게 묻기도 했다.

탈리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고 말해줬고, 맛은 거짓말이었지만 좋다고 적당히 말해주었다.

이렇게 친절하고 자기 요리에 확신이 차있는 사람한테 맛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요리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처음 먹어봐서 좀 생소하지만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요리사는 큰 목소리로 자신만만하게 블랙 퍼스트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내일 아침에도 오라고 했다.

속으로는 '안 올 거야' 하면서도 나는 웃으며 '오케이!'라고 답했다.


계산서를 보니 음식값이 600루피 정도 나와서 1,000루피짜리를 옆에 서 있는 요리사에게 건네줬다.

그가 뒤돌아 거스름돈을 가지러 가는 것 같더니 눈을 똥그랗게 뜨고 100루피짜리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1,000루피가 아니라 100루피라고 보란 듯이 100루피를 흔들어 보여줬다.

분명 1,000루피를 준 것 같은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착각을 했나 싶어 100루피를 받고 1,000루피를 다시 줬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주고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에 와서 남은 돈을 헤아려보니 1,000루피가 비는 게 아닌가.

그요리사가 돈 바꿔치기를 한게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는 눈깜짝할 사이에 돈 바꿔치기를 한다더니 제대로 당했구나 싶었다.ㅋ

그러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ㅎㅎ

600루피(약 10,500원) 음식을 1,600루피(약 28,000원)나 주고 먹었으니 그것도 맛도 없는 것을...ㅠㅠ

사기가 많은 인도에서는 돈 액수를 반드시 확인시키고 주고받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바라나시 입소식 한번 거하게 했다는 생각을 하며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약을 먹고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약 기운에 몸은 침대 속으로 점점 더 빨려 들어갔지만, 눈은 말똥말똥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창문에는 방안의 불빛을 보고 찾아든 온갖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밤하늘을 보고 싶은데, 문을 열기라도 하면 각종 벌레들 일제히 공격을 해올 것만 같았다.

전자모기향을 꽂아두었지만, 유난히 큰 바라나시의 벌레들은 끄떡도 안 할 것이다.

밤하늘을 보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에어컨 소리와 천장에 매달려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 소리만 까만 바라나시의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아팠던 내 몸이 날아갈 듯이 다 나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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