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내 여 행/전 라 남 도

[전남/여수] 여수 금오도 비렁길

러브송. 2012. 5. 19. 14:10

 

 

산과 바다와 길동무하며 걷는 여수 금오도 비렁길...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전남 여수 금오도,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비렁길...

요즘 금오도 비렁길은 제주도 올레길이 부럽지 않은 걷고 싶은 최고의 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절벽 길을 따라 걷는 비렁길은 남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걷는 길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황홀한 비경을 보고 싶다면, 그 비경과 길동무하며 나란히 걷고 싶다면,

지금 바로 여수 금오도로 떠나보자.

 

 

 

 

금오도로 가려면 여수에서 금오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 한다.

여수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금오도 비렁길 시작점인 함구미 선착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배편이 자주 없고(1일 3회 운행) 시간도 1시간 20여 분이나 걸린다.

여수 돌산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으로 가는 배를 이용했다. (1일 7회 운행)

돌산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까지는 20여 분 정도면 충분하다. 뱃삯도 5,000원, 착한 가격이다.

 

 

 

 

여수 돌산도에 있는 신기항은 생각보다 작고 조용한 항구였다.

신기에서 여천까지 가는 배는 사람뿐만 아니라 물론 차량 도선도 가능하다.

그러나 어차피 비렁길을 걸으려고 가는 금오도라면 차를 가지고 가는 게 거추장스러울 것 같다.

 

 

 

 

배를 타고 가는 바닷길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 또한 작은 풍경이 되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돌산 신기항을 출발한 배는 20여 분 지나서 금오도 여천항구에 도착했다.

 

 

 

여천항에 도착하니 빨간 지붕에 하얀 십자가를 단 교회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금오도는 조선시대 명성황후가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며 아낄 정도로 사랑했던 섬이란다.

금오도는 섬에 삼림이 울창해 검게 보였기 때문에 거무섬이라 부르다 한자 표기를 하면서 금오도가 되었다고도 하고

또 섬 전체가 거북이를 닮았다고 해서 금오도라 불렀다고도 한다.

 

 

 

 

금오도를 찾는 대부분 사람은 바다낚시를 즐기기 위한 강태공들이거나 해안 트레킹을 즐기기 위한 여행객들이다.
금오도 여천항은 조그만 어촌마을이지만, 트레킹과 낚시를 즐기러 온 외지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해안 기암절벽을 따라 걷는 금오도 비렁길 시작점은 여천항이 아니라 바로 여기 함구미 마을이다.

여천항에서 함구미까지 이렇다 할 교통편은 없다. 걸어가려면 차가 다니는 도로 길을 걸어야 한다.

할 수 없이 여천항에서 콜택시를 불러 함구미까지 가기로 했다.

금오도 택시는 9인승 승합차로 섬 전체에 두 대만 운행한다고 한다.

여천항에서 함구미까지 10,000원, 합승도 가능하다.

 

 

 

 

여천항에서 택시를 타고 함구미 마을로 이동했다.

 

 

 

 

 

 

 

 

금오도의 진짜 매력은 바로 비렁길이다.
비렁길의 '비렁'은 절벽의 순우리말 '벼랑'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본래 비렁길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길이었는데, 외지인들을 위해 길을 다시 다듬어 놓았다.

비렁길은 새로 만든 길이 아니라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거나 낚시를 하기 위해 다니던 길을

최근 다시 정비해서 명품 트레킹 코스로 개발을 해놓은 길이다.

 

 

 

 

이정표도 친절하게 잘되어 있다. 이정표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출발~!

 

 

 

 

함구미 마을은 한적한 섬마을이 풍기는 고요함을 가지고 있으며 어촌답지 않게 정갈하고 깨끗하다.

정박해 있는 작은 배들,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마을 산비탈에는 심어놓은 방풍나물이 자라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다.

 

 

 

 

푸른 바다가 있고, 초록빛 밭 사이로 올망졸망 작은 집들이 있고, 노란 유채꽃 물결이 정겨운 마을이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벼랑사이로 난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어가보자.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느리게 느리게...

아름다운 풍경과 바람과 소리와 향기를 느끼며 행복하게 걸어가 보자. 

 

 

 

마음에 푸른 바다가 들어오고, 걷는 발걸음에 초록물이 든다.

 

 

 

 

함구미 마을 뒤 산길에서 시작해 바다를 끼고 도는 비렁길은 대체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어린아이 누구나 할 것 없이 쉬엄쉬엄 걸어도 좋은 길이다.

 

 

 

 

길에서 만난 '비렁길' 이정표가 반갑다.

 

 

 


기암절벽 사이로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은빛 물결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섬,

발아래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마음을 비우고 걷는 길위에서

무엇인가가 충만함으로 가득 채워져 옴을 느낀다.

 

 

 

 

이곳이 미역널방, 미역바위란다.
옛날에 이곳에 미역을 따서 널었던 바위라고 해서 미역널방이라고도 하고
바위가 미역을 늘어뜨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미역바위라고도 한단다.

 

 

 

 

‘미역 널 바위’ 전망대에 서면 가슴이 탁 트인다.

비렁길은 해안 기암절벽 위에 만들어져 있어 걸으면서 펼쳐지는 다도해 풍광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슬아슬 절벽 아래 굽이치는 절경사이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다. 

바다 빛깔이 어쩜 이리도 예쁠까.

 

 

 

 

금오도 비렁길은 듣던 대로 아찔한 '벼랑길'이다.

해안절벽을 끼고 걷는 그 아슬아슬함 또한 금오도 비렁길만의 매력이 아닐까.

 

 

 

 

비렁길은 벼랑을 따라 걷기 편하게 나무데크로 잘 만들어져 있다.
걷기에 편안하긴 하지만 너무 인위적인 냄새가 나서 반갑지 않은 길이지만,

탐방로를 만들면서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탐방객에게 편의와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에

이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명품길은 푸른 나무가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새소리가 귓가를 울려주고

흙먼지 폴폴 날리며 타박타박 걸을 수 있는 이런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금오도 비렁길은 경사가 급하지도 않고, 군데군데 쉼터와 전망대가 있어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바다는 어쩜 이리도 예쁜 빛깔을 가졌을까.

그저 에메랄드 빛이라고만 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망망대해 푸른 물결 너머로 보이는 작은 섬들, 그 황홀한 비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비렁길에 절터가 하나 있다.

 

 

 

 

송광사 절터란다. 절터라고 하니 어쩐지 신령한 기운이 느껴진다.ㅎㅎ..

 

 

 

 

금오도엔 누렁이도 한 폭의 그림이다.

 

 

 

 

5월의 햇살 아래 청보리 물결이 금오도를 더욱 푸르게 하고 있다.

 

 

 

 

염소가 지나가는 낯선 이방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앗! 노루다!

얼른 셔터를 눌렀는데 노루 녀석이 얼마나 재바른지...ㅎㅎ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마냥 바라보기만 할 뿐...

 

 

 

 

봄을 알리는 유채꽃도 노랗게 바다를 향해 곱게 피어 있다.

 

 

 

 

 

점심 먹을 마땅한 곳이 없어 굶고 걸었더니 시장기가 돈다.

두부 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거기에 삶은 달걀과 라면...

여기에 황홀한 경치까지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이게 바로 진수성찬이 아니고 무엇이랴.

방풍나물을 따던 아주머니가 두부에 싸서 먹으라고 방풍나물까지 덤으로 주신다.

쌉싸름한 방풍나물에 작은 어촌마을의 후한 인심이 묻어난다.

 

 

 

 

함구미 마을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트레킹 코스 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마을로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다.

 

 

 

 

금오도의 보물 방풍나물이 파랗게 보인다.

성인병에 좋다는 방풍나물은 풍을 예방하고, 우황첨심환의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데쳐서 무쳐 먹어도 좋고, 쌈으로 먹어도 좋고, 부침개를 부쳐 먹어도 좋다.

 

 

 

 

남해안의 토속 장례문화인 ‘초분’이다.

 

 

 

 

청산도에 갔을 때도 초분을 보았다. 색다른 장례문화다.

 

 

 

 

비자나무와 콩난이 오랜 세월 동안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신선이 놀았던 곳일까? 신선대에 오르니 내가 마치 신선이 된 것 같다.

 

 

 

 

바위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걷고 또 걷고...

나는 걸을 수 있음에 늘 감사한다.

 

 

 

 

대나무 숲길도 걸어보고...

 

 

 

 

비렁길을 하루에 모두 걷기는 무리다.  걷다가 지쳐서 택시를 불렀다.

못다 본 금오도를 택시를 타고 한 바퀴 휙 돌아보았다.

친절하게도 기사님이 군데군데 비경이 있는 곳에 정차해주시면서 사진을 찍으라 하신다.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진다.

바다는 엄마 품처럼 작은 섬들을 고요히 품고 있다.

"바다처럼 깊게 넓게 포용하며 살겠습니다."

 

 

 

 

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천천히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을 수 있어 나는 걷는 게 좋다.

 

 

 

 

나는 걸으면서 마음이 맑아짐을 느끼고 비워짐을 느낀다.

걸으면서 만났던 모든 풍경이 다시금 내 가슴에 꽃송이처럼 피어나는 걸 느낀다.

나무와 새 자연과 함께 숨 쉬고 하늘과 바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여수에서 배를 타고 금오도에 첫발을 내디뎠던 여천항에 다시 왔다.

언제 또다시 와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아름다운 비렁길을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금오도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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