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관광 : 2003.7.26]
여행 30일째...
집 떠난지 한달이 다 되었습니다.
이젠 호텔이 내 집처럼 편하게 느껴집니다.
집시처럼 유랑생활을 하며 떠돌아다니는 삶도
색다른 즐거움 줍니다.
미국에서 노부부들이 RV카를 타고 몇개월씩 미국 전역을 돌며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정말 부러웠습니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삶이 더이상 지루하거나 권태롭지는 않겠지요.
제가 살던 포틀랜드에서도 이민을 온지 30년이 넘었다는
한국인 노부부를 골프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들도 RV카를 타고 미대륙을 여행했다고 하더군요.
그분들은 달라스에 살고 계시는데, 아들이 포틀랜드에 살고 있어
먼 거리를 손수 운전하여 놀러왔다고 했습니다.
미국에 이민을 와서 정착할 때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여유있어 보이는 그분들의 얼굴에 행복이 넘쳐흘렀습니다.
이제는 미국 생활에 익숙해져서 한국에 가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다고 하더군요.
달라스에 오면 꼭 연락을 하라고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친절하게 적어주셨는데, 아쉽게도 달라스는 지나오기만 했지
한번도 가보질 못했습니다.
야호~~!!
리무진을 타고 관광을 한다면?
정말 황홀한 여행이 되겠지요.
라스베가스에서는 젊은이들이 리무진을 타고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오늘 일정은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에 가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Grand Park로 가는 것입니다.
호젓하게 미시간 호반을 걸으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도 풀고
잠시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길을 나서는데
차 창문이 닫히질 않는 겁니다.
창문을 그대로 열어둔 채 관광을 나설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정비소에서 창문을 고치느라고
오전 시간을 그냥 다 허비해버렸습니다.
차를 호텔 근처 지하철 주차장에 두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은 블루, 브라운, 그린, 오렌지, 퍼플, 레드, 옐로우 라인등
여러 노선이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타야합니다.
우리는 레드라인을 타고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갔습니다.
다운 타운에 내려서 거리를 어슬렁 어슬렁 거닐며
사람 구경, 빌딩 구경을 실컷 했습니다.
Grant Park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고 126번을 탔습니다.
차창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광경에 목을 빼고 구경을 했습니다.
분명히 그 방향에서 타면 Grant Park가 나와야하는데
가도 가도 어디가 어딘지 영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하기야 초행길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요.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왠일인지 버스 안에는 흑인들만 남았습니다.
타는 사람도 흑인, 내리는 사람도 흑인...
이거 어떻게 된 건지요?
흑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바싹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차창 너머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온통 흑인들 뿐입니다.
집도 흑인들이 사는 집 뿐, 아무리 둘러봐도 백인은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지저분한 거리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서민적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아무래도 흑인 마을로 잘 못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버스 안에도 밖에도 온통 흑인뿐, 흑인 아닌 사람은 우리밖엔 없었습니다.
괜히 주눅이 들어서 앞에 운전기사를 보니 긴 노랑 머리를 한 여자였습니다.
운전기사가 백인이니까 안심을 하고 백밀러를 힐끗 보는데
이크 운전 기사도 백인이 아니라 우락부락한 흑인 아줌마였습니다.
차에 올라탄 흑인들은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겁니다.
이거 완전히 동물원에 원숭이 꼴이었습니다.
아무리 가도 목적지는 안나오고 할 수 없이 기사에게 물었습니다.
기사는 반대 방향에서 같은 버스를 타라고 하더군요.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주시하면서 반대 방향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흑인들이 한두명씩이 모여들고, 우리를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자기네들끼리 뭐라 뭐라 수근거리곤 했습니다.
구세주처럼 버스가 와서 얼른 타고보니
조금 전에 우리가 탔던 그 버스 그 기사였습니다.
그 버스는 흑인 마을에서 다운타운까지 편도로
운행되는 버스였던 모양입니다.
흑인 마을에는 정말 백인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거리엔 온통 흑인들 뿐이었답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시비를 걸어오면 어쩌나 싶어서 꾹 참았습니다.
흑인들은 특히 유색 인종에게 시비를 걸어 폭행을 하거나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본의 아니게 흑인마을에 들어가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다운 타운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Grant Park로 향했습니다.
다운타운 동쪽 미시간 호반에 길게 펼쳐진
그랜트 공원(Grant Park)입니다.
시카고의 고층 빌딩들을 배경으로 푸른 잔디와 가로수가 우거져 있어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므로
여유있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공원 가운데 있는 버킹검 분수(Buckingham Fonutain)는
그 분출 높이가 세계적이며,
밤에 빛나는 조명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공원을 찾았을 때는 마침 야외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결혼을 하고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남자 하객은 모두 흑인, 여자 하객은 모두 백인이었습니다.
백인 흑인할 것 없이 모두들 입가엔 행복한 미소를 흘리며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Grant Park에서 바라본 시카고]
Grant Park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카고의 아름답고 훌륭한 현대 건축물을 감상해보세요.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
시카고 최대의 미술관입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스톤 미술관과 함께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의 2개의 프로야구 팀 중에
내셔널 리그의 시카고 컵스 홈그라운드입니다.
시카고 컵스는 한국인 타자 최초로 메이저 리그에 입성한
최희섭이 소속되어 있었던 구단이죠.
시카고에 온 기념으로 야구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시합이 없어 텅빈 구장만 구경했습니다.
시카고 컵스 홈그라운드인 리글리 필드 입구에 있는 동상입니다.
시합이 없는 날은 하늘을 찌르던 그 함성은
어디로 가고 쥐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러브송 사진입니다.
제가 남자인줄 아셨다고요?
러브송이 남자인 줄 알고 계시는 님들이 의외로 많으네요.
저...아줌마입니다. ㅎㅎㅎ
[Grant Park에서 바라본 시카고]
*시카고 여행은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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