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만난 의지의 미국인을 소개할까 합니다.
매일 저녁 수영장에 가면 여자 탈의실 한쪽에 의족이 놓여있습니다.
그것도 허벅지 위에서부터 신발까지 만들어진 기다란 의족입니다.
딸은 깜짝 놀라 의식적으로 의족을 외면하면서 수영장에 가곤 했었지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 왜 수영장에 왔을까요?
설마 그 몸으로 수영을 하지는 않을 터이고 그럼 무슨 일로 수영장에 왔을까요?
날이 갈수록 궁금증은 더해만 갔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궁금증을 풀지 못하던 어느날...
그날도 탈의실에 의족이 놓여있어서, 수영장 풀 안에 들어가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풀이 워낙 넓어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그 몸으로 수영을 할 리는 없을 거야 하고 딸아이랑 말했지요.
그래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아, 수영을 끝내고 수영장을 관망하는 스탠드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수영하는 사람들을 한 명씩 한 명씩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하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깊은 풀에서 턴을 하는 30대 후반의 여자가 있었는데
한쪽 발만 보이는 게 아닙니까.
잘못 보았나 싶어 또다시 턴을 할 때까지 기다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 한쪽 발만 보였습니다.
탈의실에 기다란 의족을 남겨둔 의문의 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수준급으로요. 수영을 10년 이상 한 저보다도 훨씬 더 능숙한 솜씨로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고 휙 지나가더군요.
많은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입을 다물게 했습니다.
만약 그 장면을 직접 보았다면, 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미국이 장애인의 천국이라고 하더니만 정말 장애인의 천국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선 수영장 측에서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못 나오게 할 것이고,
또 본인도 수영장에 와서 수영을 할 엄두도 못 낼 것이 분명합니다.
미국에는 전차에도 버스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학교에도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스쿨버스가 따로 있을 정도로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의 1순위가 바로 장애인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얼마 전에도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였지요. 우리도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고요...
우리는 누구나 미래의 장애인입니다. 내가 언제 어떻게 장애인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자동차 문화가 널리 보급된 지금은 장애인이 되는 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나의 일, 내 가족의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골고루 갖추고 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일상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시설을 갖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캐나다 > 포틀랜드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틀랜드 근교에 있는 멀트노마 폭포(Multnomah Falls) (0) | 2004.02.09 |
---|---|
딸과 아들이 다니는 Middle School입니다. (0) | 2004.02.07 |
딸아이 중학교 졸업식입니다.(2003.6.12) (0) | 2004.01.17 |
이라크 전쟁, 어떻게 생각하시나요?(2003.4.11) (0) | 2004.01.17 |
비가 내리는 우리집 모습입니다. (0) | 2004.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