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마지막 날, 밤새도록 기침에 시달리면서 한숨도 못 잤다.
매캐한 매연을 안 마실 수도 없고, 인도 여행은 정말 힘든 여정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은 뭄바이 여행을 끝내고 고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에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여행객은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
정장을 한 남자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도 세미나를 온 모양이다.
따뜻한 블랙커피 한 모금 마셨더니 깔깔했던 목구멍이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입안이 헐어 음식 먹기가 힘들었지만, 수분이 많은 수박과 과일로 아침을 때웠다.
10시까지 체크아웃이다. 다른 호텔보다 좀 이른 시간에 방을 비워줘야 한다.
고아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4시, 그동안 어딜 가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시내로 나가는 것도 교통 편이 좋지 않아 어렵다.
아침을 먹고 리조트 주변을 둘러보았다.
로비에서 바라보이는 수영장,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평화롭다.
리조트 주변을 산책했다.
언제 다시 또 뭄바이에 올 수 있을지 아쉬움을 남기며 악사 비치를 걸어도 보았다.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리조트 앞에 대기하고 있던 릭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 가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마땅히 시간을 때울 곳이 없어 공항에 가서 그냥 쉬기로 했다.
악사 비치는 외곽이라 택시가 없어서 릭샤를 탈 수밖에 없었다.
잘 생긴 릭샤 기사가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며 열심히 달렸다.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 매연을 잔뜩 마시며 갔다.
릭샤를 타고 1시간이나 걸려 뭄바이 국내선 공항에 도착했다.
릭샤 요금이 263루피 나와서 270루피를 줬다.
아침부터 장거리를 달려온 기사는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댕큐라고 했다.
뭄바이 공항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사람이 많았다.
목은 점점 더 아파오고,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식은땀도 나고 몸살이 단단히 난 모양이다.
나에게 있어 인도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다.
하지만 인도 도시 중에 뭄바이는 신사다운 도시여서 피로감이 그나마 덜했다.
릭샤도 택시도 바가지요금이 없이 미터 요금만 주면 되니 무엇보다 편하고 좋았다.
이제 인도 여행의 2/3가 지나고 있다.
일주일 후면 나를 고생의 나락으로 빠뜨렸던 인도 여행도 끝이 난다.
지금 마음 같아선 인도뿐 아니라 더운 나라와 후진국은 두 번 다시 여행 가지 않을 작정이다.
선진국으로 가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인도 여행은 나에게 너무 힘든 여정이란 걸 여행 가기 전에는 전혀 몰랐었다.
지금까지 40여 개국을 여행 다니면서 나름 여행에 자신감도 있었지만,
인도에 처음 입성한 도시 콜카타에서 몸살이 나는 바람에 모든 게 꼬여버렸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서 스낵코너로 갔다.
맛있게 보이는 치킨 만두와 찐 옥수수
콘은 바라나시에서 먹어본 경험이 있어 망설임 없이 바로 사 먹었다.
그냥 찐 옥수수지만, 인도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아서 오히려 먹을만하다.
치킨 만두는 피가 조금 두꺼웠지만 먹을만했다.
감자튀김도 사 먹었다.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공항에서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내 몸에서 계속 이상 신호음이 울렸다.
검문하는 여직원이 내 몸을 더듬더니 이게 뭐냐고 물었다.
팬티 지퍼라고 말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계속 앞쪽에 대어본다.
인도에 오면서 돈을 분실할까 봐 지퍼가 있는 팬티 속에 돈을 넣어두었다.
돈이 들어있다고 했더니 꺼내라고 했다.
돈을 꺼내니 소리가 나지 않았다. 검색대에 돈도 체크되는지 신기했다.
비행기는 오후 4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 40분경에 고아에 도착한다.
고아에 가면 먹거리가 우리 입맛에 맞는 게 많아 기대가 된다.
인도 여행을 하는 동안 늘 음식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입에 맞는 음식이 하나도 없다는 게 얼마나 맥 풀리는 일인지 안 겪어본 사람은 정말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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