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뭄바이

[인도/뭄바이] 빨래터 도비가트 (Dhobi Ghat)

러브송. 2016. 5. 5. 14:45



C.S.T. 역에서 택시를 타고 도비가트가 있는 마하락시미(Mahalaxmi)역으로 갔다.

택시 기사는 시크 교인이었다.

기사는 에어컨을 틀어줄까 물어서 날씨가 더운데 당연히 틀어달라고 했다.

기사는 수다스러웠고 유쾌했지만 불안불안했다..

운전을 하다가 얼굴을 뒤로 획 돌려 말을 건네질 않나

핸들에 손을 둘 다 떼고 모션을 하질 않나 위험한 행동을 많이 했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스러워 위험하니 앞을 보고 운전하라고 했더니,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라고 했다.

"노 프라블럼(No Problem)"은 인도인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에어컨을 틀고 한참을 가더니 에어컨을 틀면 요금의 10%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에서 차등 적용을 하는 건 맞는 일이었지만

처음부터 요금에 대해 말해주지 않아서 약간 불쾌했다.

인도는 호텔도 선풍기냐 에어컨이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기사는 큰 도로를 벗어나 샛길로 들어섰다.

다른 길로 둘러 가는 것 같아 마하락시미 역으로 가는 것 맞냐고 물어보았다.

기사는 맞다고 말하면서 1분만 시간을 내서 시크교 사원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눈치가 역 근처에 시크교 사원이 있는 것 같았지만,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혼잣말로 뭐라고 뭐라고 떠들면서 다시 샛길로 들어섰다.

이 길이 역으로 가는 길이 맞냐고 재차 물었고, 사원은 컨디션이 안 좋아 가지 않겠다고 다시 말했다.

기사는 크게 웃으면서 자기는 시크 교인이고, 시크 교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일부러 길을 둘러 가거나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샛길을 벗어나니 다리가 나왔다. 다리를 건너면 마하락시미 역이 나온다.

역 근처라 그런지 교통체증은 정말 심했다. 도로가 아예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기사는 차가 많이 막히니 다리 입구에서 내려서 역까지 걸어서 가도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다리가 도비가트가 내려다보이는 다리인 줄 몰라서 그냥 역까지 가겠다고 했다.

인도에서 얻은 의심병 때문에 진실을 말하더라도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았다.

몸이 안 좋으니까 막히더라도 역 바로 앞에 내려달라고 했다.

기사는 역시 "노 프라블럼"이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다리를 건너고 뉴턴을 하고 정확히 마하락시미 역 앞에 내려줬다.

기사는 우리를 내려주면서 도비가트가 제일 잘 보이는 다리로 가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110루피 나와서 에어컨 사용료까지 넉넉하게 180루피를 줬더니 댕큐를 연발했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후진국에 여행을 가면 조금은 넉넉하게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리에서 내려다본 도비가트 모습이다.

도비가트는 빨래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도비왈라들이 빨래를 하는 곳이다.

택시 기사는 다리 아래 빨래터로 내려가면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 다리 위에서만 구경하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다리 위에서 사진만 찍었다.





뭄바이의 도비가트는 뭄바이 시내 최대의 옥외 빨래터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빨래터다.

약 120년의 역사가 있는 도비가트는 영국 식민지 시절 군대에서 배출되는 각종 군복을

전문적으로 세탁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빨래가 펄럭이는 도비가트 모습은 마치 빈민가를 연상시켰다.





기계화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수천 명의 도비(빨래 업무를 전담하는 하급 카스트) 왈라들이

아직도 손으로 빨래를 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장을 구경 삼아 들러보는 여행객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도비가트를 보고 난후 마하락시미 역으로 가서 교외 전철(Mumbai Suburban Railway)을 타고

숙소 리조트가 있는 말라드 역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