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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이비어(Savior, 1998년)

러브송. 2016. 4. 12. 16:31





"Savior'는 '구조자'란 뜻이고, 'The Savior'는 '구세주(예수)'라는 뜻이다.

발칸반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보스니아 내전과 관계되는 영화를 찾다가 세이비어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1992년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전후 어수선하던 1996년에 현지에서 촬영되었다.



[보스니아 내전]

발칸지역의 중심에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보스니아는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에 합병되어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치 독일이 침공하면서 유고슬라비아 왕국은 멸망하고,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1980년에 유고슬라비아 연방 공화국을 통치하던 티토 대통령이 죽고, 1989년 세르비아계 사람들이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 및 탄압을 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소련 연방 붕괴 후 동유럽 전역은 독립과 자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1991년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독립을 선언했고, 1992년 보스니아도 독립을 선언했다.

보스니아는 크로아티아계(가톨릭), 세르비아계(그리스정교), 이슬람교도 등 다양한 인종이 있었다.

보스니아 국민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세르비아계 사람들은 이슬람교도가 보스니아의 패권을 쥐는 걸 두려워했다.

유고연방군을 비롯해 보스니아 내에서 독립을 반대하는 보스니아 세르비아 민병대가 이슬람교도를 저지하면서 충돌이 일어났고

인종청소에 가까운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당시 크로아티아와 격렬한 내전을 치르고 있던 세르비아는 스니아에 거주하는

세르비아인들을 선동해서 내전을 일으키고 보스니아를 침공해서 수도인 사라예보를 포위했다.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의 최고 정치지도자와 군사령관이 합세해 수도 사라예보를 포함한 보스니아 전역에서 '인간 도살'을 시작했다.

세르비아 민병대는 인종 학살, 강간 등 수많은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식량이나 물을 구하러 거리로 나온 아이와 노인들에게도 총을 겨누었다.

두 종교와 여러 민족으로 얽힌 보스니아 내전은 많은 희생자와 난민이 발생했다.

미국을 비롯한 NATO가 개입하여 1995년 미국에서 데이턴(Dayton) 협정이 체결되면서 보스니아에서의 전쟁은 마침내 종료되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한을 담은 듯한 영화 OST

새벽의 고요한 적막감 속에서 주인공과 아기를 안은 여인이 보트를 타고 안개를 헤치며 나아가는 장면에서 처연하게 흘러나온다.

Zajdi~Zajdi~~♬

발칸반도의 복잡미묘한 상황을 담고 있는 마케도니아의 민요다.

Days and night go by, The seasons pass,
But the most beautiful thing in human life is no more..

오랫동안 겪은 내전의 역사 속에서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한을 내면으로 승화시킨 서정적인 노래다.
 




미국 대사관 직원 조슈아 로즈(Joshua Rose: 데니스 퀘이드 분)는 파리에서 발생한 이슬람 폭탄 테러로

아내 마리아(Maria: 나스타샤 킨스키 분)와 아들을 잃는다.

복수심에 불탄 그는 회교 사원에 들어가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고 범죄를 감추기 위해 가이(Guy)라는 이름으로

용병에 자원하여 내전이 한창인 보스니아로 파견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조슈아는 대사관 시절 동료인 도미니끄와 함께 세르비아군에 가담하여 전쟁터를 전전하면서
점차 전쟁과 죽음의 충격에 대해 무감각해져 간다.




그러던 중, 조슈아는 세르비아인 병사 고란과 함께 포로 교환 임무를 맡게 된다.

회교도 포로들을 1년 전 잡혀간 동료들과 교환 호송하기로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란과 조슈아는 수용소에서 회교도 군인에게 강간을 당해 만삭의 몸이 된 채

군인들과 함께 교환되어 온 세르비아 여인 베라를 집까지 호송하게 된다.






만삭이 된 베라를 집으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동료인 고란은 임신한 그녀에게 발길질을 하고 총으로 쏴 죽이려 한다.

그의 잔혹함에 격분한 조슈아는 고란을 죽이게 되고, 베라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그녀는 집으로 가는 도중에 아이를 낳게 되지만, 원치않은 임신이라 아이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조슈아는 우여곡절끝에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지만, 가족들 역시 가문의 수치라고 그녀에게 냉정하게 떠날 것을 요구한다.
그녀 또한 아기에게 애정을 전혀 보이지 않고, 결국 그녀는 집에서 쫒겨나게 된다.

UN주둔지로 가는 여정 속에서 조슈아가 아기를 살리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그녀도 차츰 모성애를 가지게 된다.

주인공은 강간을 당해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된 여인과 어린 한생명을 통해 잔혹한 전쟁의 참상을 서서히 깨우치게 된다.

복수와 냉혹함만이 있던 조슈아는 여인과 아기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고 상실한 인간성을 서서히 회복해나간다.





지구 상에 인류가 태어난 후로 전쟁과 갈등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점점 더 커지고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권력이 존재하는 한 전쟁은 필연적인 현상인지도 모른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전쟁의 참상은 너무 크고 비참하므로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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