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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도영화 <아쉬람>

러브송. 2016. 1. 15. 21:03

 

  • 아쉬람

    감독
    디파 메타
    출연
    사랄라, 리사 레이, 존 에이브러햄
    개봉
    2005 인도, 캐나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이 온종일 그칠 줄을 모른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하얗게 변해가고 있다.

강아지 마냥 하얀 눈 속을 마구 달리고픈 욕망만 가득할 뿐,

인도 영화 '아쉬람'을 보면서 창 너머로 하얗게 쌓인 눈을 구경만 했다.

우울이 내리는 영상이 눈 내리는 오늘과 어찌나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던지.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에 보는 '아쉬람'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곳 아쉬람

시간이 멈춰버린 그곳 아쉬람, 그곳에 운명처럼 뛰어든 사랑

 

 

 

 

영화 <아쉬람>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힌두교 마누법전에 따라 아쉬람에서 생활하는

아름다운 미망인에게 찾아온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아쉬람>은 힌두교 교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영화다.

힌두교의 성지인 갠지스 강가에 수행 공동체인 아쉬람을 배경으로 삼았다.

 

 

 

 

힌두교 여인들은 남편이 죽으면 남은 생에 대해 속죄하면서, 수행하면서, 아쉬람에서 살아간다.

다시 말해 아쉬람은 수행하는 곳이라기보다는 과부들이 모여 사는 과부 수용소나 다름없다.

말이 수행이지 가난한 집에서는 입 하나 덜자고 이곳으로 보내지고,

부잣집에서는 재산을 나눠주기 싫어서 이곳으로 보내진다.

 

 

 

 

영화 <아쉬람>은 힌두어로 촬영된 독특한 인도영화다.

인도 전통 멜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춤과 노래도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이 영화는 2000년 바라나시 로케 이틀 만에 큰 난관에 부딪혔다고 한다.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시위대 중 한 명이 갠지스 강에 투신을 한다.
그로 인해 촬영을 접고 5년 뒤에 스리랑카에서 영화 제목까지 숨겨가면서 촬영한 영화다.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의 작은 해안 마을에 가트까지 설치하면서

힌두교 성지인 1930년대 바라나시와 갠지스 강을 완벽하게 재현시켰다.

 

 

 

 

인도에서 과부는 죽은 남편을 따라 죽거나 아니면 시동생의 아내가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세상과 등진 채 남은 생에 대해 속죄하며, 수행하며 살아가야 한다.

1930년대 말 미망인들이 모여 사는 다르마 가트, 과부들이 수행하며 사는 곳,

이곳 아쉬람에는 과부촌의 안주인 뚱보 왕언니 마두모띠, 매춘을 주선하는 뚜쟁이 굴라비,

​8살에 과부가 된 쭈이야, 매춘으로 아쉬람 과부들을 먹여 살리는 18세 깔랴니,

봉사와 수행을 계속하는 브라만 출신의 샤꾼딸라 등 10여 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모두 인도 사회의 가부장적 남성 중심 사회 통념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이다.

과부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산송장이나 마찬가지다. 

 

 

 

 

 

아쉬람의 과부들은 적선으로 연명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돈 많은 브라만 계급을 상대로 매춘하여 생계를 꾸려나간다.

 

 

 

 

조혼으로 겨우 여덟 살에 과부가 된 쭈이야.

어린 쭈이야가 아쉬람에 새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쭈이야 역을 맡은 사랄라는 영어는 물론 힌디어도 할 수 없는 스리랑카 소녀다.

그런데도 사랄라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쭈이야는 묻는다. "홀아비 집은 어디 있어요?" 라고...

어린 쭈이야로서는 이곳 아쉬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매춘으로 아쉬람 과부들을 먹여 살리는 열여덟 살 깔랴니.

신분의 벽에 부딪혀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깔랴니.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만다.

 

 

 

 

 

종교라는 명목으로 브라만 계급은 아쉬람 여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깔랴니가 자살을 하고 난 뒤, 과부촌 왕언니 마두모띠는 깔랴니 대신에

겨우 여덟 살이 된 어린 쭈이야를 매춘하러 강 건너로 보낸다.

 

 

 

 

봉사와 수행을 하면서 살아가는 브라만 출신의 샤꾼딸라.

샤꾼딸라는 묻는다. "경전에서는 과부를 학대하라고 가르치는가."라고.

힌두교 교리에 당연히 순응하면서 살아온 샤꾼딸라는 깔랴니의 자살과

어린 쭈이야의 매춘으로 자신의 세계에 회의감을 느낀다.

 

 

 

 

영화의 시대는 1938년으로 간디의 민족주의 사상과 더불어 엘리트들에 의해
인도가 서서히 변화하는 시기다.

 

 

 

 

 

간디가 말했다. "신이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신입니다."

 

 

 

 

영화 <아쉬람>은 여성차별이 강한 인도사회를 고발하고  

힌두교 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억압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자막이 떠오른다.


​..... 2001년 인구 조사를 따르면 인도에는 3,400만 명을 넘는 과부가 있는데
..... 그 대부분이 2,000년 전에 쓰인 마누 법전의 가르침을 따라 지금도 사회,
..... 경제, 문화적인 결핍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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