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경에 툭툭 기사가 호텔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앙코르와트 일출을 보려면 최소한 5시까지는 가야 한다.
해는 보통 5시 30분 전후로 뜨기 때문에 일출을 보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아직은 깨어나지 않은 씨엠립의 어둠을 뚫고 달리는 마음은 한껏 들떠 있었다.
낮 공기와는 다른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먼저 매표소에서 앙코르 유적지를 구경할 수 있는 입장료를 사야했다.
사원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지만 모든 사원을 구경할 수 있는 통합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앙코르 유적지 입구 매표소에서 오직 현금 달러로만 표를 구입할 수 있다. 신용카드로는 구입할 수 없다.
1일권 $20, 3일권 $40, 7일권 $60
보통 3일이면 중요한 유적은 모두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3일권을 구입했다.
3일권 이상 입장료는 인물 사진을 찍어 입장권 앞면에 부착해 타인에게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
유적지마다 표를 검사하는 사람이 있어서 일일이 사진과 대조하며 본인여부를 확인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 유적지로 들어가다 발각이 되면 $30의 벌금을 내야한다.
매일 유적지에 입장할 때마다 입장권 우측 하단에 펀치로 구멍을 뚫는다.
구멍 두개 뚫려있는데 3일권 중 이틀 입장했다는 뜻이다.
새벽 5시 15분 앙코르 와트는 아직 어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일출을 보러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입구에는 표를 검사하는 검표원도 여럿 있었다.
앙코르와트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에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해자를 지나고 길고 긴 다리를 걸어갔다. 길이 250m, 폭 15m로 앙코르 유적의 다리 중 가장 큰 규모다.
다리 길이가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지, 한낮에 내리쬐는 뙤약볕에 걸으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은 앙코르 와트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출은 어디에서 보던지 아름답고 황홀하지만, 앙코르와트의 일출명소에서 보는 일출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보다 더 매혹적이므로 다들 그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로 달려갔더니 해는 구름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온통 구름이었다. 겹겹의 구름 속으로 해가 숨어버렸다.
어스름 연못엔 예쁜 연꽃 한송이가 어여쁘게도 피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정말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일출을 보러온 사람들은 혹시나 해가 다시 얼굴을 내밀까봐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는 앙코르와트 성소 정면을 중심으로 왼쪽에 있는 연못이다.
잘 모르겠으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을 찾으면 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다섯 개의 뾰족한 탑이 연못에 비치는 그 장소가 가장 아름다운 일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물속에 비친 앙코르와트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광경이어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ㅎㅎ..
어둠을 헤치고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에 당당하게 서 있는 다섯 개의 뾰족 탑
연못에 비치는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왕국의 위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져 밝아오는 하늘에 장엄하게 서있는 앙코르와트..
기대했던 황홀한 일충풍경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훌륭한 일출이 아니겠는가.
연못에 비친 앙코르와트 모습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충분히 가슴을 설레게 했다.
신비의 유적, 세계 주요 불가사의 중 하나, 위대한 문화유산, 장엄하고 거대한 사원...
앙코르와트에서 풍겨 나오는 압도감과 신비로움 앞에서는 그 어떤 수식어도 적당하지 않다.
앙코르와트는 어떤 현대과학이나 어떤 기술로도 풀리지 않는 수많은 신비를 품고 있다.
캄보디아인들에게 앙코르와트는 성지와 같은 곳이며 그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또한, 그들은 앙코르와트에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했다.
새벽잠까지 설쳐가면서 달려갔는데 기대했던 일출을 보지 못해 못내 서운했다.
그러나 신비로운 앙코르와트를 직접 내 눈으로 보는 영광을 가진 황홀한 아침이었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유적 중 유일한 서향 사원이어서 오후에 가는 게 사진 찍기에 좋다.
사원 뒤편에서 해가 떠오르는 오전에는 역광이어서 사진이 어둡게 나온다.
일단 호텔로 돌아가 아침도 먹고 좀 쉬었다가 오려고 툭툭 기사한테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툭툭 기사는 난색을 보이며 Go Back, Go Back, Go Back 하면 요금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씨엠립 시내에서 앙코르 유적지까지는 대략 12km, 툭툭 타고 가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툭툭 기사들은 기다리는 것은 얼마든지 하는데 기름이 소비되는 이동은 꺼리는 듯했다.
오늘 한 번만 Go Back! 하고 이제 더이상 Go Back!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웃으며 말했다.ㅎㅎ..
새벽에 가야 하는 일출이나 톤레삽 호수, 공항 등 좀 먼 거리를 갈 때는 기본요금에 추가 요금을 더 내야 한다.
툭툭을 흥정할 때 세부적인 목적지까지 미리 조목조목 따져서 약속해 두어야 한다.
세부사항을 말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추가 요금을 내라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맨 처음 툭툭을 흥정할 때 일출과 톤레삽 호수, 마지막 날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조건으로 3일 동안 $45에 흥정했다.
그런데 일출을 보고 호텔로 돌아가서 아침을 먹는 것까진 말하지 않았던 게 실수 아닌 실수가 아니겠는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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