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가는 기차를 타겠습니다.
더딘 열차에서 노곤한 다리 두드리는 남루한 사람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지도에도 없는 간이역 풍경들과 눈인사를 나누겠습니다.
급행열차는 먼저 보내도 좋겠습니다.
종착역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자운영이 피고 진 넓은 들을 만날 수 있다면.
들이 끝나기 전, 맨발로 흙을 밟아 보겠습니다.
신발을 벗어들고 천천히 흙내음에 한참을 젖겠습니다.
쉬엄쉬엄 걷는 길 그 끝 어디쯤에 주저앉아
혼자 피어있는 동백이며 눈꽃이며
키 작은 민들레의 겨울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봄이 깊기를 기다리라고 이르기도 하겠습니다.
기차가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열고
해지는 들에서 노을 한 개비를 말아 피우겠습니다.
이제껏 놓지 못한 시간을 방생하겠습니다.
봄이 오기 전, 완행열차를 타고 남으로 가겠습니다.
남녘 어디라도 적당합니다. / 김두일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를 만나러 가는 그 은밀한 밀회 같은 여정이 나는 그저 행복하다.
내 삶을 갈무리할 때 쯤이면,
나는 내가 가는 이 길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리니...
용산에서 목포로 가는 호남선에 몸을 싣고 남으로 갔다.
새마을호였다. 완행열차였으면 얼마나 운치가 있었을까.
사이다에 삶은 달걀도 먹으면서 차창에 비쳐드는 한적한 시골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낭만적인 기차여행이 될 수 있을까.
기차는 밤 11시 3분에 용산에서 출발해 다음날 새벽 4시 2분에 정확히 목포에 도착했다.
난생처음 가보는 도시, 목포의 눈물이란 노래로 더 익숙한 도시 목포는
아직 어둠에 휩싸여 고요히 잠들어 있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목포역에서 터벅터벅 걸어서 유달산 산책로로 향했다.
오고 가는 이 없으니 길을 물어볼 수도 없고,
지도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 산책로 입구로 찾아들었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어둑어둑한 산책로엔 안개까지 낮게 깔려 더욱 낭만적이다.
유달산 산책로는 잘 단장되어 있다.
목포시민의 힐링을 위한 건강 산책로임에 틀림이 없다.
유달산을 끼고 만들어진 산책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는데 2시간은 족히 걸린단다.
딸그락딸그락 새벽을 깨우는 소리
어느 집에서는 아침밥을 준비하는 엄마의 손길이 분주하겠지.
활짝 핀 분홍빛 꽃봉오리에 아침 햇살이 비쳐들면 목포도 서서히 깨어나겠지.
목포의 아침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지만
유달산 산책로는 포근한 안개로 낯선 이방인의 방문을 반겨주었다.
이제 서서히 항구 도시 목포 여행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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