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밭 / 김연옥
겨우내 움츠렸던 고개를 내밀고
연둣빛 노래를 부른다.
종달새도 봄을 물고와 등심지를 돋구고
보리밭 이랑에 알을 품으며
꿈결같은 사랑을 펼치는 까투리
아직도 소매 끝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이는
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보리밭
반 고흐의 "보리밭" 그림보다
더 목가적인 풍경화다.
그러나 꼬깃꼬깃 접힌 세월의
한 자락을 펼치면 긁어내어도
핏물만 흥건한 따개비 같은 보릿고개
흑인영가처럼 뼛속까지 전율하던
보리피리의 슬픔이 고여 있던 가난
이제사 길고 긴 여정의 끝에 찾아 온
조각보처럼 펼쳐놓은 초록빛 추억
그대여, 꿈이 익어 가는
청보리밭을 밟아 보자.
그러면 가슴 찌르던 사금파리 조각들을
훠이 훠이 던지며 활짝 웃는 할머니의
냉이 바구니 속에 먼저 찾아 온
봄 아지랑이에 눈시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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