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3코스는 온평포구부터 표선해수욕장까지 22km 장거리입니다.
사진을 찍으며 걸으려면 7~8시간은 족히 걸리겠지요.
이렇게 긴 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을 해야 합니다.
벽랑국의 세공주가 도착했다는 온평포구에는 도댓불이 올레꾼을 반깁니다.
도댓불은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제주의 전통 등대로 해질 무렵 뱃일 나가는 어부들이
생선 기름 등을 이용해 불을 밝히고 아침에 돌아오면 그 불을 껐다고 합니다.
지금은 등대의 기능은 상실한 채 올레꾼의 반가운 이정표가 되어 서 있습니다.
온평포구에는 신비스러운 물 공원 쉼터가 있습니다.
솜털 같은 구름이 하늘을 곱게 수놓고,
끝없이 이어지는 돌담길은 올레꾼의 발길을 유혹하고,
길은 중산간 올레로 이어집니다.
가는 곳마다 노란 물결이 제주의 봄을 수놓고 있습니다.
무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제주의 아낙들이 보입니다.
온종일 일하면 5만 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무밭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이렇게 버려진 무밭도 많이 보입니다.
저 무밭에서 무가 얼마나 생산될까요?
일꾼을 들여서 수확하는 것보다 저렇게 갈아엎는 게 손해를 덜 보는 걸까요?
발가락이 닮았네.ㅎㅎ..
무밭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서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귤을 건넵니다.
열심히 일하는 옆에서 사진만 찍어대는 올레꾼이 눈살 찌푸려질만도 한데
이렇게 귤까지 건네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파란 하늘을 수놓은 새털구름,
제주의 하늘은 너무 맑고 아름답습니다.
동백꽃 아래 돌하르방이 여럿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오들랑 농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오들랑이면 오라는 뜻이지요? ㅎㅎ..
농원에 있는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제주 3읍이었던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에 있었던 거랍니다.
손이 큰 돌하르방은 무인석이고, 손이 작은 돌하르방은 문인석이라고 하니 그럴듯하지요.
통오름으로 가는 길은 무밭과 유채밭이 만들어낸 돌담길이 이어지고 또 이어집니다.
통오름 표지판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통오름 오르는 길에는 억새가 장관입니다.
모양이 물통처럼 팬 오름이라 하여 통오름이라고 부릅니다.
통오름은 말들의 세상입니다. 방목하는 말들은 보이지 않네요.
오름 올라가는 길에 뒤를 돌아다보니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네요.
저 멀리에 한라산 실루엣이 보이고 크고 작은 오름과 풍력발전기도 보입니다.
폭신폭신한 흙길 사이로 갈대가 길을 내어줍니다.
성산포 바다와 함께 하얀 등대 같은 게 보이지요.
등대가 아니라 제주도에 4개밖에 없다는 성산 기상대입니다.
통오름의 가을은 천상의 꽃밭이랍니다.
가을이면 온통 보랏빛 꽃밭으로 변하는데, 패랭이, 갯쑥부쟁이, 꽃향유 등이 자생합니다.
가을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앙증스런 표지판이 지친 올레꾼의 마음을 정겹게 다독입니다.
통오름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 독자봉으로 길을 재촉합니다.
독자봉은 통오름과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독자봉은 오름이 홀로 떨어져 있어 독자봉이라고 합니다.
독자봉 이름 탓에 이 마을에는 유독 독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봉화를 올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독자봉 올라가는 길가에 예쁜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독자봉에 올라보니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오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독자봉 정상에는 무덤처럼 생긴 봉수대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봉수대가 마치 작은 오름, 언덕처럼 보이지요.
독자봉 남쪽 길은 울창한 숲길입니다.
한라산과 크고 작은 오름이 한눈에 보입니다.
독자봉을 내려오니 길은 삼달리로 이어집니다.
노란 유채꽃밭도 지나갑니다.
풀이 바람에 드러누워 길을 만들어줍니다.
제주의 바람을 담았던 김영갑 갤러리로 가는 길입니다.
바람처럼 살다간 사진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도착했습니다.
두모악은 김영갑 선생님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굳게 닫힌 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쉬는 날이었어요.
김영갑은 제주에서 살면서 제주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는 폐교를 손수 고쳐 두모악 갤러리를 만들었고, 루게릭병으로 온몸이 마비되어 가는데도
사진기를 놓지 않았으며 사진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었습니다.
외롭고 가난하게 살면서 병과 싸웠던 김영갑은 2005년 5월 29일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흔적은 사진과 함께 이곳 두모악 갤러리에 남아있습니다.
갤러리 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양식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 '우물 안 개구리'라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사골 우거지탕 한 그릇을 먹고 신발도 벗어놓은 채 한참을 쉬었습니다.
뜨거운 사골 국물에 몸도 풀리고 졸리기도 하고 피곤이 몰려들어 더 걷기가 싫어지네요.
몸을 추슬려 다시 걷기 시작하니 바다를 향해 뻥 뚫린 길이 올레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길은 바다로 끝없이 펼쳐져 바다 물 위를 걸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올레길은 신풍.신천 바다목장으로 이어집니다.
목장의 넓은 초원이 바다와 맞닿아 있습니다.
푸른 바다를 보면서 푸른 목장을 보면서 즐겁게 발길을 옮겨놓습니다.
푸른 초원 위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저 멀리에 조그맣게 보입니다.
바당 올레길입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야지요.
울퉁불퉁 돌길을 걸으려니 발바닥에 열이 펄펄 나고 발가락이 아파옵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에 지나가는 올레꾼이 작은 돌들을 쌓아두었네요.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낸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
온평포구를 떠나 18km 정도 걸은 것 같아요.
비록 다리는 아프지만, 승리의 V를 그리며 살짝 미소를 지어봅니다.
하천리 배고픈 다리입니다.
마치 배가 고픈 것처럼 밑으로 쑥 꺼진 다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에서부터 흘러와 바다로 이어지는 천미천의 꼬리 부분에 이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놀멍 쉬멍 갑서.
표선해수욕장으로 올레길은 이어집니다.
표선해수욕장에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넓은 백사장과 바다, 하늘은 하나가 됩니다.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입니다.
물이 빠져나간 모래밭에 물결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물이 빠졌을 때는 백사장을 가로질러 건너갈 수 있답니다.
그러면 나만의 모래밭 올레길을 한번 만들어볼까요?
나만의 올레길을 만들며 제주올레 3코스를 무사히 끝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