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내 여 행/제 주 올 레

[제주올레 2코스] 광치기해변에서 온평포구까지 걷기

러브송. 2010. 5. 17. 11:12
 
제주올레 2코스는 광치기 해변에서 온평포구까지 17.2km입니다.
광치기 해변은 2코스의 시작점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은 푸른 바다 위에 우뚝 솟아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일출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둥근 해가 솟아 불야성을 이룰 것만 같습니다.
광치기 해변이란 지명에는 슬픈 전설이 얽혀 있답니다. 옛날에는 거친 제주바다에서 고기잡이하던 어부들이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이곳 광치기 해변에는 해류를 따라 어부들의 시신이 자주 밀려왔는데 해변으로 밀려온 시신을 마을 사람들이 관을 가지고 수습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치기 해변'이라고 불렀는데, 제주도 사투리로 '광치기 해변'이 되었다고 합니다.
광치기 해변에서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멀리 성산 갑문이 보입니다.
광치기 해변에서 해안 도로를 건너가면 노란 유채밭이 우리를 반깁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봤더니 돈을 내는 곳이더군요. 사유지인가 봅니다.
내수면 근처에 말을 방목하는 곳입니다. 양배추가 있는 걸 보면 말이 양배추도 먹나 봅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말의 늠름한 기상이 느껴집니다.
자세한 이정표가 올레꾼의 발길을 안내합니다.
오조리 내수면 저수지입니다. 국제멸종위기종 1급으로 보호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저어새와 노랑부리 저어새를 비롯한 많은 철새가 겨울을 나는 곳이랍니다. 철새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조심해서 건너가라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내수면 저편으로 오조리 마을과 식산봉이 보입니다.
오조리 해안에는 고려시대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습니다. 마을을 지키던 조방장은 군사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띠로 이엉을 엮어 식산봉 전체를 덮어 오름을 군량미가 산처럼 쌓인 것처럼 꾸몄습니다. 이 모습을 본 왜구들은 군사가 많은 줄 알고 더이상 쳐들어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후로 이 오름을 식산봉이라고 불렀답니다.
식산봉 가는 길목에도 노란 유채꽃이 올레꾼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뭉게구름을 벗 삼아 오솔길을 걷는 즐거움은 올레꾼만의 행복입니다.
내수면 습지에는 갈대가 무성합니다.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면서 놀멍 쉬멍 길을 걷습니다.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는 갈대밭에는 봄 햇살이 따갑게 내리비칩니다.
오조리 마을로 들어가는 내내 마주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출봉이 동행을 해주어서 하나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귀여운 망아지가 오수를 즐기고 있네요.
올레꾼이 지나가는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들고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멀리 성산 갑문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성산항이 보입니다. 제주의 바다는 언제나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신폭신한 흙길을 밟으며 타박타박 걸어갑니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길을 걷는 올레꾼의 마음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식산봉이 가까워져옵니다.
식산봉 둘레길도 참 예뻐요.
식산봉 오르는 길목에 희귀식물인 황근자생지가 있습니다. 노랑무궁화라고 불리는 황근꽃은 여름에 피는 꽃이라 제가 갔을 때는 민들레 홀씨만 올레꾼을 반깁니다.
갈대 숲을 지날 때는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새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갈대숲 너머로 옹기종기 정겹게 모여 있는 오조리 마을이 보입니다.
낮은 돌담에 까만 열매가 달린 덩굴 식물을 많이 보았는데, 이게 무얼까요?
'오조리 성터'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성은 없고 터만 남아있는 듯합니다. 조선시대까지 우도와 성산포에 왜구의 침입이 잦았습니다. 오조리에서는 '연디밋'이란 곳에 연대를 쌓고 바닷가에 성을 둘러 왜구를 막았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오조리 마을회관입니다. 마을회관은 주로 올레꾼들을 위하여 화장실을 개방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수산봉으로 가는 길목에 성산포 교회도 보입니다.
고성오일시장이 열리는 곳입니다. 시장 서는 날이 아니라 그런지 시장이 썰렁합니다.
대수산봉으로 가는 길에 말 방목장이 있습니다. 말고기 먹어본 적 있나요? 제주도에서 말고기를 먹는 거 아시죠? 말은 얼마나 할까요? 말 한 마리에 250만원 정도 한답니다. 말 뼈 값으로 100만원을 제하고 150만원 정도면 말 한 마리를 살 수 있답니다.
올레꾼 무임쉼터에는 한라봉과 귤, 커피를 팔고 있습니다. 과일 한 봉지에 천원하는데, 봉지에 담아둔 지 오래 되었는지 상한 것도 있다는 것...ㅎㅎ
멀리 대수산봉이 보입니다.
도로 길을 지나면 폭신폭신한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대수산봉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대수산봉은 흐르는 물을 사이에 둔 고성리의 두 개의 오름 중 큰 오름인 '큰물뫼'입니다. 정상에 서면 1코스 시흥부터 광치기까지 아름다운 제주 동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섭지코지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수산봉(큰물메).. 예전에 이 오름에 물이 솟아나 못을 이뤘음에 연유하여 물+메(뫼.미)라 불려지다가 동쪽에 있는 족은물메와 견주어 대소개념을 끌어들여 이를 큰 물메(뫼.미), 대수산봉이라 하고 있습니다.
대수산봉 정상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산불예방감시 초소에 다녀간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하는 탐방기록지가 있습니다.
오름 오르는 길가로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꽃 반지도 만들고 꽃 목걸이로 만들며 동심으로 돌아가봅니다.
오름 꼭대기에 올라가면 무엇이 보일까요?
오름에 올라서면 우도와 일출봉, 아름다운 제주 동부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야호~!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이 기쁨~!
야호를 외치던 올레꾼은 자신의 오만함에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내려옵니다.
대수산봉을 내려오면 죽은자들이 올레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성리 수산봉 공동묘지입니다. 제주의 무덤은 보통 돌무더기로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공동묘지의 무덤은 돌 울타리도 없이 그냥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본 게 바다, 무밭, 귤밭, 마늘밭, 양파밭, 양배추밭,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무덤입니다. 마을에도 있고, 밭 한가운데도 있고, 오름 꼭대기에도 있고, 길가에도 있습니다. 매일매일 만나지는 무덤이 이제는 아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무덤가에 예쁘게 피어 있는 보랏빛 들꽃, 누가 그리워 꽃으로 환생한 걸까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삶의 길을 지나면 죽음의 길로 이어지는 것을...
다음 행선지인 혼인지로 가는 길은 억새밭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가는 길이 너무 지루했습니다. 앉아서 쉴 곳도 마땅치 않아요. 걷는 내내 만나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지루한 길을 걷는 내내 생각합니다. '행복은 이 길처럼 지루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말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사는 게 지루하고 권태로우면 내가 지금 너무 행복하다는 증거, 지루하다는 건 아무 문제 없이 평화롭다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드디어 '혼인지로'라는 반가운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혼인지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도 없어 조용하다기보다는 적막감이 돕니다.
전통혼례관입니다. 이곳에서 제주 전통 혼례를 올리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시조는 고을나(高乙那).양을나(梁乙那).부을나(夫乙那), 세 사람 삼신인입니다. 이름은 같으나 성이 다른 이들은 각 성씨의 시조입니다. 그들은 짐승을 잡아 고기를 먹으면서 서로 사이좋게 살았는데, 어느 날 동해에서 떠내려온 나무상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상자를 열었더니 그 안에 예쁜 아가씨 세 명과 망아지, 송아지, 오곡의 씨앗이 들어 있었답니다. 여자들은 예사 사람이 아니라 벽랑국의 공주였으며, 삼신인(고, 양, 부)은 세 공주를 맞이한 뒤 배필로 삼아 혼례를 이곳에서 올렸답니다. 삼신인은 공주가 가지고 온 송아지와 망아지를 기르고 오곡의 씨앗도 뿌려 태평한 생활을 누렸고, 이로부터 농경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세 신인이 신방으로 사용했다는 신방굴입니다.
신방굴은 들어가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낮고 좁아 보입니다.
지금도 당시 공주가 들어 있던 함이 떠밀려왔던 해안인 '황루알'에는 삼신인의 말발굽이 남아 있답니다. 황루알이란 고,양,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찾아온 세 공주를 맞이한 지금의 온평리 바닷가를 말합니다.
황루알이라는 이름은 전설에 세 공주가 제주에 상륙할 당시 황금빛 노을이 바다를 황금색으로 물들인데서 유래되었으며 황노알, 황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먼 옛날 신인이 세 곳에 도읍하셔 해 돋는 물가에서 배필을 맞으셨다네 그 시절 삼성이 혼인했던 일은 전해 내려오는 주신의 전설과 같네
세 공주가 도착했다는 온평포구에 도착했습니다. 올레 2코스 끝지점입니다.

 

 

4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