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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1코스] 섬속의 섬,우도 올레길 걷기

러브송. 2010. 5. 13. 22:26
 
무명도(우도)/이생진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제주도 동쪽 끝에 있는 섬 속의 섬 우도는 소머리부터 꼬리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섬입니다. 소를 닮아 우도라 했고 사람보다 소가 많아 소섬이라 했습니다.
소가 누워 머리를 내민 모습을 하고 있는 우도는 원래 나라에 진상할 소를 키우던 무인도였는데 본격적으로 사람이 들어와서 살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중반 이후부터입니다. 주민들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우도는 성산리 포구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면 됩니다. 천혜의 환경과 자연이 어우러진 소박한 섬에 올레길이 생기면서 방문객이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정겨워 보입니다.
우도에 다다르자 쪽빛 바다가 우리를 반깁니다.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 마냥 가슴이 콩닥콩닥... 선착장에 내려서 드넓은 바다와 파란 하늘을 보면서 심호흡을 크게 해봅니다.
올레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앙증스럽게 느껴집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소리, 올레길은 해안도로로 이어집니다. 우도에서 올레길을 걷는 내내 원 없이 바다 구경을 실컷 했습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유채꽃이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냅니다.
엄마소와 아기소가 올레꾼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처음에는 이 길을 어떻게 지나갈까 걱정스러웠는데, 소가 온순해서 그런지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어요.
검은 돌담 사이로 무성한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당에서 할망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레길 걷는 내내 열심히 일하는 할망들을 만날 때마다 젊은 사람이 빈둥빈둥 노는 것만 같아 내내 죄송스런 마음이었습니다.
우도는 걸어다니는 올레꾼보다는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 하이킹이나 스쿠터를 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소섬에서는 소처럼 느리게 걸어야 제 맛이 아닐까요? 놀멍 쉬멍 걸으멍...
돌로 쌓아올린 답다니탑과 하얀 등대가 보입니다. 답다니탑은 제주 해협을 오가는 배를 감시하던 일종의 망루였습니다. 4.3사건 당시 해안 감시를 위해 쌓은 탑으로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답니다.
4월의 우도는 노란 유채꽃으로 올레꾼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란 바다가 출렁입니다.
올레꾼이 묻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고... 노란 바다는 잘 있었노라고 노란 향기를 날려보냅니다.
낮은 돌담 사이로 노랗게 피어오르는 그리움... 그리운 것은 이름마다 반짝이며 올레꾼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푸릇푸릇한 호밀이 반짝이는 봄 햇살에 익어갑니다.
파릇파릇한 마늘밭을 지나노라면 마늘 향내가 코를 진동합니다.
돌담 밭 너머로 빨간 지붕 파란 지붕이 정겹게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파평윤씨 공원이라는 표지석이 보입니다. 파평윤씨가 멀리 우도에까지 와서 일가를 이루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파평윤씨 가족공원 울타리에 남근석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방사탑은 마을에 불길한 징조가 비치거나 풍수지리설에 따라 기운이 허하다고 믿는 곳에 액운을 막으려고 세운 돌탑입니다. 마을의 안녕을 보장하며, 해상의 안전과 아이를 낳게하고 보호해 주는 기능까지 있다고 합니다. 방사탑은 다른 지방의 장승, 솟대가 가지는 방액, 방사의 의미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됩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입니다. 모래밭은 두텁고 우툴우툴한 구슬 모양의 홍조단괴 산호가 아직도 무더기로 해안을 덮고 있습니다.
물빛과 하늘빛이 서로 닮아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닥이는 가슴을 느낍니다.
하얀 손수건을 담그면 그대로 옥빛으로 물들어 버릴 것만 같은 그리움이 아른아른 피어올라 내게로 왔던 모든 사랑에게 안부를 물어봅니다.
파란 지붕 빨간 지붕 아래에 어쩌면 옛사랑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요.ㅎㅎ..
시리도록 푸른 물빛 따라 걷는 우도 올레길... 우도에도 걷고 싶은 정겨운 길들이 참 많이도 있습니다. 길... 길... 길...걷고 싶은 길을 모아봤습니다.
돌담이 모여서 길을 만들고, 그 길은 마을로 이어지고 또 바다로 이어지고... 예쁜 길을 소처럼 느릿느릿 걷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배를 탈 시간이 다 되었어요. 아직도 이 길을 다 걷지 못했는데... 너무 여유를 부렸나 봅니다. 아래 우도봉은 예전에 찍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푸른 언덕 위에 우도봉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우도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대부분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산악자전거나 말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우도 등대...
우도봉 정상에서는 내내 걸었던 우도의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푸른 파도와 섬마을이 어우러진 우도 마을의 공동묘지입니다. 우도의 주민들은 우도 내의 같은 마을에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우도 주민 대부분이 친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혈연적 지연적 연고의식이 강하답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우도의 초원지대입니다.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으세요?
우도봉... 멀리 우뚝 솟은 하얀 등대 아래로 석벽해변이 있습니다.
우도봉 석벽 해변입니다. 우도봉의 수직절벽에는 파도에 씻긴 해식동굴이 있습니다. 밀물 때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보름에 한 번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입구는 좁아도 들어갈수록 넓은 너럭바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해식동굴은 2천 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아주 넓은 곳으로 여름이면 이곳에서 동굴 음악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 동굴에는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도 산호 해수욕장은 한국 유일의 산호 해안입니다. 산호가 부서져 하얀 백사장을 만든 해안인데 이곳에 깔린 산호사 자갈은 지금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맨발로 모래를 밟으면 까칠까칠한 산호의 촉감을 느낄 수 있으며 다른 백사장과 달리 햇빛이 비치면 모래빛깔이 새하얗게 빛나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이 해안은 총 3층의 바다입니다. 한 층은 새하얀 모래의 바다, 그다음 한 층은 바닥에 모래가 깔린 연한 하늘색의 바다, 그다음 한 층은 깊고 짙푸른 바다, 이 세 개의 층이 확연히 대비되어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상 우도 올레를 마치고 다음을 기약하며 배를 타고 성산포로 왔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우도에서 조용히 하루를 묵어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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