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등산하는 것과 같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은 차지만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 잉그마르 베르히만 -
40대 지식의 평등...
40대가 되면 대학을 나왔건 안 나왔건 다 똑같아진답니다.
옛날에 배운 것 다 소용없고 써먹을 것 하나도 없답니다.
세상사 경험한 것 모두 같은 시절이어서 다 똑같은 것이랍니다.
50대 외모의 평등...
50대가 되면 다 둥글넓적해져서 미운 것도 예쁜 것도 없어진답니다.
한국사람 다 감자같이 생겨서 거기서 거기 모두 똑 같아진답니다.
외모로 고생하시는 분들 50대가 되면 다 해결된답니다.
60대 남녀의 평등...
60대가 되면 남녀가 서로 섞여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된답니다.
한 마디로 주책이 없어져서 하는 짓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른답니다.
젊어서는 남자가 큰소리치지만 늙어서는 여자가 큰소리치게 된답니다.
70대 건강의 평등...
아픈 사람이나 안 아픈 사람이나 다 거기서 거기랍니다.
누구나 다 한 두 곳 골병이 들어 병원을 드나들지요.
건강한 사람 찾기 힘들고, 속병이 많아서 일종의 종합병원입니다.
80대 재물의 평등...
돈이 많으면 무엇 합니까, 쓸데가 없는데요.
먹을 것을 제대로 먹을 수가 있습니까.
화려하게 옷 차려 입고 외출을 할 수 있습니까.
집이 좋으면 무엇하고 온갖 것 다가지고 살면 무엇합니까.
90대 생사의 평등...
살아 있은들 산 것이 아니요, 죽은들 죽은 것이 아니랍니다.
살아있으나 죽어있으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이 세상을 먼저 갈른지 누가 압니까.
먼저 가는 사람이 형님입니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그것은 끝없는 내 안의 담금질
꽃은 질 때가 더 아름답다는
순종의 미처럼
곧 떨어질 듯 아름다운 자태를 놓지 않는 노을은
구름에 몸을 살짝 숨겼을 때 더 아름다워
비내리는 날에도 한 번도
구름을 탓하는 법이 없다.
우아하게 나이 든다는 것
그것은 끝없이 내 안의 샘물을 길어올려
우리들의 갈라진 손마디에 수분이 되어주는 일
빈 두레박은 소리나지 않게 내려
내 안의 꿈틀거리는 불씨를
조용히 피워내는 불쏘시개가 되는 일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망의 가지를
피를 토하는 아픔으로 잘라내는 일
혈관의 동파에도 안으로 조용히 수습하여
갈라진 우리들의 마른 강물에
봄비가 되어주는 일
그리하여 너 혹은 나의 처진 어깨를 펴주고
가끔은 나를 버려 우리를 사랑하는 일이다.
추하지 않게 주름을 보태어가는 일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 날들이
다만 슬펐을 뿐 ...
인사동 길을 걸으며......
* 피에쑤 : 예쁜 사과나무집에서 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메뉴도 미리 봐두었거든요.
그런데 먹지 못했어요.
창가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의 나이를 들여다보니
딸아이 또래 커플들만...ㅎㅎ
그래도 나이가 든다는 건 아름다운 것이지요? ^*^
나의 세월로 다가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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