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내 여 행/서 울

[서울] 인사동 길을 걸으며...

러브송. 2008. 4. 15. 17:31
나이가 든다는 것은 등산하는 것과 같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은 차지만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 잉그마르 베르히만 -
40대 지식의 평등... 40대가 되면 대학을 나왔건 안 나왔건 다 똑같아진답니다. 옛날에 배운 것 다 소용없고 써먹을 것 하나도 없답니다. 세상사 경험한 것 모두 같은 시절이어서 다 똑같은 것이랍니다.
50대 외모의 평등... 50대가 되면 다 둥글넓적해져서 미운 것도 예쁜 것도 없어진답니다. 한국사람 다 감자같이 생겨서 거기서 거기 모두 똑 같아진답니다. 외모로 고생하시는 분들 50대가 되면 다 해결된답니다.
60대 남녀의 평등... 60대가 되면 남녀가 서로 섞여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된답니다. 한 마디로 주책이 없어져서 하는 짓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른답니다. 젊어서는 남자가 큰소리치지만 늙어서는 여자가 큰소리치게 된답니다.
70대 건강의 평등... 아픈 사람이나 안 아픈 사람이나 다 거기서 거기랍니다. 누구나 다 한 두 곳 골병이 들어 병원을 드나들지요. 건강한 사람 찾기 힘들고, 속병이 많아서 일종의 종합병원입니다.
80대 재물의 평등... 돈이 많으면 무엇 합니까, 쓸데가 없는데요. 먹을 것을 제대로 먹을 수가 있습니까. 화려하게 옷 차려 입고 외출을 할 수 있습니까. 집이 좋으면 무엇하고 온갖 것 다가지고 살면 무엇합니까.
90대 생사의 평등... 살아 있은들 산 것이 아니요, 죽은들 죽은 것이 아니랍니다. 살아있으나 죽어있으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이 세상을 먼저 갈른지 누가 압니까. 먼저 가는 사람이 형님입니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그것은 끝없는 내 안의 담금질 꽃은 질 때가 더 아름답다는 순종의 미처럼 곧 떨어질 듯 아름다운 자태를 놓지 않는 노을은 구름에 몸을 살짝 숨겼을 때 더 아름다워 비내리는 날에도 한 번도 구름을 탓하는 법이 없다. 우아하게 나이 든다는 것 그것은 끝없이 내 안의 샘물을 길어올려 우리들의 갈라진 손마디에 수분이 되어주는 일 빈 두레박은 소리나지 않게 내려 내 안의 꿈틀거리는 불씨를 조용히 피워내는 불쏘시개가 되는 일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망의 가지를 피를 토하는 아픔으로 잘라내는 일 혈관의 동파에도 안으로 조용히 수습하여 갈라진 우리들의 마른 강물에 봄비가 되어주는 일 그리하여 너 혹은 나의 처진 어깨를 펴주고 가끔은 나를 버려 우리를 사랑하는 일이다. 추하지 않게 주름을 보태어가는 일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 날들이 다만 슬펐을 뿐 ... 인사동 길을 걸으며......
* 피에쑤 : 예쁜 사과나무집에서 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메뉴도 미리 봐두었거든요. 그런데 먹지 못했어요. 창가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의 나이를 들여다보니 딸아이 또래 커플들만...ㅎㅎ 그래도 나이가 든다는 건 아름다운 것이지요? ^*^ 나의 세월로 다가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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