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8일째 마지막 날:2003.8.3]
★ 보이즈 → 포틀랜드 : 454 마일(약 681km)
★ 가는 길 : 84 WEST
차를 타고 땅 위를
배를 타고 바다 위를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돌아다녔다.
불현듯,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 떠나곤 했던
얼마 동안의 여행
몇 개의 간이역과
몇 개의 항구와
그리고 낯선 이국의 하늘
그러나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의 종착지는 언제나 처음 이곳이었다.
오늘은 38일간 긴 여행을 마치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날...
미대륙횡단의 대장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즐거운 날입니다.
아침 8시경에 보이즈를 출발했습니다.
아이다호주를 벗어나 오리건주에 들어서니 포틀랜드 가는 길이란
이정표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오리건주 동쪽지역은 사막지대라고 하더니 정말 사막의 연속이었습니다.
풀 한 포기 제대로 없는 죽은 산과 누런 들판뿐이었습니다.
달리고 달려도 보이는 건 지루한 풍경뿐...
달리는 차들도 거의 없고 주변에 음식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침을 먹지도 않고 숙소를 나왔는데
아무리 가도 가도 그 흔한 맥도널드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Baker City에 와서야 겨우 맥도널드를 만날 수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겨우 햄버거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기차는 길다. 정말 길다.
특히 화물을 수송하는 기차는 정말 깁니다.
아마도 100량은 족히 되지 않나 싶어요.ㅎㅎ..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리고 또 달리자
사막은 점점 사라지고 푸른 나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시 푸름은 우리의 마음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피곤함에 쌓인 몸도 덩달아 생기가 돕니다.
콜럼비아 강변을 신나게 달리며..
창문 너머로 스치는 풍경에 잠시 넋을 놓아봅니다.
어쩌면 다시 보지 못할 풍경을 감상하면서 잠시 쉬어가도 좋아요.
포틀랜드가 가까워지자 비가 오락가락 내리기 시작합니다.
포틀랜드는 비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겨울이 우기로 거의 매일 비가 오락가락 내린답니다.
그대신 여름에는 덥지않은 환상적인 계절을 누릴 수 있는데
올해는 그것도 아닌 것이 열대야 현상도 나타납니다.
세계적으로 모두가 이상 기온이라더니 포틀랜드도 아마 이상기온인가 봅니다.
유유히 흐르는 평화로운 콜롬비아 강입니다.
울적한 날에 강변을 달리면 기분이 한결 상쾌해지고
머리도 맑아지고 마음이 저절로 즐거워진답니다.
우리 가족이 자주 찾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드디어 포틀랜드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맨 먼저 한국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휴일에 문을 여는 한식당은 드물답니다.
대부분 한인들은 휴일에 교회에 다니거든요.
교회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이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랜답니다.
휴일에도 영업을 하는 뉴서울 가든을 겨우 찾아
은대구 조림과 불고기, 김치전골 등을 맛있게 배불리 먹었습니다.
승리의 만찬인가요...ㅎㅎㅎ
노래방이라도 갈까요? ㅎㅎ..
38일 동안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자축하며
모처럼 느긋한 여유를 부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노래방을 가본적은 한번도 없네요.
드디어 우리 집에 도착...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고향에 온 듯 푸근함을 느낍니다.
오두막 집이라도 역시 내 집이 최고지요.
38일 동안의 미대륙횡단은 우리 가족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의미를 안겨주었습니다.
도전하라~~!!
그러면 반드시 이룰 것이다~~!!
여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강한 정신력이
미대륙횡단을 무사히 마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계획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도전해보세요.
반드시 이룰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여행하는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아온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더욱 밝고 희망차길 바랍니다.
약 10000마일(9,911마일/15,950km)이라는 먼길을
고장 한 번 없이 달려온 우리의 애마입니다.
미국은 자동차 여행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도만 있으면 미국 어디라도 찾아갈 수가 있으니까요.
자동차로 미대륙횡단을 꿈꾸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우리 가족은 딸 아들 모두 대학에 진학할 때쯤
유럽 배낭 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더 멋진 도전의 기회를 갖게 되길 바라며
그날을 위해 모두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내일을 열심히 준비합니다.
***
집으로 돌아온 뒤 남편과 저는 일주일 동안 끙끙 앓아 누웠습니다.
38일 동안 쌓인 피로와 함께 긴장이 풀린 탓이겠지요.
소망하는 값진 일을 해냈다는 부듯 함으로
아파도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ㅎㅎㅎ
***
다음 여행기는 미국 중서부 지역과 캐나다 밴쿠버로 이어집니다.
그동안 긴 여행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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