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피 타 임/향 기 글 방

가을에는...

러브송. 2006. 9. 19. 09:30


가을에는...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 구름도 아니다. 
양떼 구름도 새털 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 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 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 
엉금 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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