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피 타 임/향 기 글 방

여자여, 화장을 시작해라

러브송. 2006. 6. 23. 00:32


여자여, 화장을 시작해라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여자여, 화장을 시작해라. 
푸른 외로움으로 아이새도우를 바르고 
짙은 상념으로 아이라인을 그리고 
그 상념을 마스카라로 둥굴게 말아 올려 길게 늘여라. 
아주 섹시한 그리움을 입술에 바른 다음 
화장지에 묻어난 슬픔은 휴지통에 버려라. 
여자여, 화장을 한다는 것은 관념에 관념을 덧칠하는 일이다. 
잊는다는 관념 위에 그리워하는 관념을 덧칠하며 
외롭다는 관념 위에 외롭지 않다는 상반된 관념을 터치하며 
거울 앞에서 수많은 관념의 씨앗들을 얼굴에 심는 일이다. 
여자여, 가끔은 부드럽게 가끔은 힘껏 그 관념들을 두드려라. 
그러나 우울이라는 관념 밖으로 자라나는 
빗나간 슬픔의 흔적은 화장솜으로 깨끗이 지워 버려라. 
기미와 주근깨 속에서 삐죽이 고개 들고 나오는 
지난날의 상처들을 스펀지로 탁탁 눌러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핸드백 속에 집어넣어라. 
그러나, 마침내 
영혼 속에 눌러 붙어 닦아 낼 수 없는 나머지 관념들은
가슴속 깊은 곳 상자 속에 곱게 보관해 두어라. 
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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