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피 타 임/향 기 글 방

세상을 혼자 산다는 것은...

러브송. 2005. 10. 21. 07:47


세상을 혼자 산다는 것은 너무도 쓸쓸한 일이다.
가슴속까지 뻔히 들여다보고 
물살처럼 빠져나가는 외로움을 
작은 가슴 하나로 받아내는 일은 
때론 눈물에 겨운 일이다. 
하염없이 흐드러지며 
눈앞을 내뒹구는 햇살 몇줄기에도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고 
무심코 불어오는 찬바람에도 몸서리치게 추운 것이기에 
어쩌면 세상을 혼자 산다는 것은 
무모한 오만인지도 모른다.
그리워할 수 있을 때 그리워해야 한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한다. 
다하지 못한 말 언저리 깊게 배어내어 
주절주절 뱉어도 내어야 한다. 
가슴 시리도록 허전해오면 목놓아 이름도 불러보고 
못견디게 보고픈 사람은 찾아도 보아야 한다. 
가끔은 무작정 달려가 부등켜 안아도 보고 
그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느껴도 보아야 한다.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
때때로 가슴을 다 비워 낸 것처럼 
한없이 헛헛하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사람이 사람의 마음 한 쪽 얻어내는 일 
그 또한 외롭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게 한 순간에 부질없어지고 말아도 
그래도 사람은 사람을 찾고 
사람은 사람의 사랑에 목숨 걸고 
사람은 사람의 마음에 스스로 갇히고 
사람은 사람의 가슴에다 꽃씨를 심고 
사람은 사람에 기대 살 수밖에 없어 
더욱 가엾고 쓸쓸한 일이지.
***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
허공을 떠돌다 지쳐버린 그리움들이 
고스란히 내 어깨로 내려 앉아 버렸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난
아픈 가슴 한 줌 쥐고 주저 앉아야 했다. 
어느 누구도 손 댈 수 없는 외로움에 
깊은밤 가로등 귀퉁이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물안개 속에서 
아침 끝자락에 숨어오는 미명까지 
그리 울며 서 있는가.
지독한 그리움이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돌고 돌아 
심장 안에 잠자고 있던 설움과 만나 
결국엔 눈물비 흩뿌리게 만드는 
반갑지 않은 객이 그리움이라지. 
하염없이 비는 내리지만 
그대를 그리며 흘린 내 눈물 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것은 비단 발끝만이 아니리라. 
그 발끝에 느껴지는 한기에 떨리는 것은 
온몸으로 비를 맞아 낸 내 작은 어깨만은 아니리라. 
비바람 끝에서 춤을 추고 있는 
눈물겹도록 시린 젊은날의 추억이여. 
이제는 멈추라. 
눈물나게 애닮은 춤사위 이제는 멈추라. 
한없는 그리움의 몸부림을 이제는 멈추라.
우/울/한/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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