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9개국/발칸9개국

1-1. 발칸 9개국을 다녀오다. (2016.5.19~6.16)

러브송. 2016. 6. 23. 01:27




여행지유럽 > 발칸반도

기간   2016.05.19 ~ 2016.06.16 (28박 29일)

컨셉  배낭여행

경로  인천세르비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몬테네그로알바니아마케도니아불가리아루마니아헝가리세르비아인천






5월 19일,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발칸반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나름대로 준비는 충분히 했다지만, 막상 미지의 세계로 간다고 생각하니 설렘 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한 달여 동안 발칸 9개국, 23개 도시를 분주히 다녔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를 시작해서 크로아티아(자그레브, 라스토케, 자다르, 시베니크, 트로기르, 스플리트, 흐바르 섬, 두브로브니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모스타르), 몬테네그로(코토르, 페라스트, 부드바),  알바니아(티라나), 마케도니아(오흐리드, 스코페),

불가리아(소피아, 플로브디프, 벨리코투르노보), 루마니아(부쿠레슈티, 브라쇼브, 시비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헝가리(부다페스트)를 여행했다.
내가 지금껏 한 여행 중 가장 긴 여정이었고, 가장 많은 도시를 구경했고, 가장 재미있고 다양한 경험을 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46개국을 다녀보았지만, 발칸 여행은 그 어느 여행지보다 최고의 힐링을 나에게 선사했다.
특히 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는 햇살이 반짝이는 맑고 드넓은 호수에 반해 하마터면 그곳에 눌러앉을 뻔했다.
나에게 있어 이번 발칸여행은 열심히 살아온 우리 부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낭만의 땅 발칸,

고풍스러운 붉은 색 지붕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점점이 박혀있는 섬과 하얀 요트.

풍부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중세 도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발칸이다.

발칸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오래전에 만들어진 돌길을 걸으며 수천 년 전 과거와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발칸의 도시는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대로 한 장의 멋진 그림엽서가 되는 곳이 바로 발칸이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 이곳은 인류 최악의 전쟁과 학살이 자행되던 곳이기도 하다.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발칸의 땅에서 왜 그토록 잔인하고 야만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광기의 나치에 의해 수백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하고, '인종청소'라는 명목하에 수십만 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살육당했던 곳,

잔혹했던 종교전쟁이 벌어진 곳, 바로 그 땅이 발칸이 아니던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지중해의 낙원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감탄 그 자체였다.
파란 잉크를 쏟아부은 듯한 코발트 빛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발칸 어디를 가나 붉은색 지붕과 파란 바다가 어울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청정한 자연과 조화를 이룬 발칸의 중세도시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었다.
중세시간 속으로 걸어가면서 느린 시간여행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붉은색 지붕들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는 정겨운 시가지 풍경,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발칸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정겨움까지 고스란히 가슴에 담아왔다.





발칸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수 천 년의 역사가 오롯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 역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건축물을 매일 바라보며

웅장하고 견고한 성벽 아래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구시가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 그 북적임 속에서 어두운 과거에 매여있는 게 아니라 내일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희망이 느껴졌다.

그들을 바라보며 햇살이 비치는 노천카페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맥주와 카푸치노 한잔,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가시게 했다.

행복이란 단어가 마음속에서 춤을 췄다.





내 이름은 YOUNG RAN이다.
그러나 발칸 여행 동안 내이름은 '유그란'이었다. ㅎㅎ
발칸 사람들은 영어식 발음이 서툰지 내 이름을 '유그란'으로 읽었다.

국가 간 이동을 할 때 출입국 심사를 하는데, 대부분 버스 기사가 여권을 거둬가서 도장을 받아온다.

여권을 나눠줄 때 이름을 부르는데, 내 이름이 발음하기가 어려운지 다들 '유그란'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발칸 여행하는 동안은 'YOUNG RAN'이 아닌 '유그란'이었다.

남편도 나를 부를 때 '유그란'이라고 불렀다. ㅎㅎ





발칸에서 나는 38세였다.
마케도니아에서 내가 묵은 숙소 주인이 나를 38세로 보인다고 했다.
내 나이를 말해주었더니 깜짝 놀라면서 한국 여자들은 다들 날씬하고 젊어보인다고 했다.

덩치가 큰 마케도니아 여자들보다 자그마한 내가 어려 보였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38세라니. ㅎㅎ

하기야 발칸 여자들은 키도 크고 뚱뚱하고, 특히 히프가 정말 컸다. 거기에 대면 내 히프는 히프도 아니었다.ㅋㅋ
38세보다는 훨씬 더 나이를 먹었지만, 발칸여행 내내 38세로 돌아가 젊음을 만끽했다.
38세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이제는 두 아이가 다 큰 성년이 되었으니 나도 이제 엄마가 아닌 여자로 자유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지 않겠는가.






알퐁스 드 라마르틴은 "여행을 많이 하고 자신의 생각과 삶의 형태를 여러 번 바꿔 본 사람보다 더 완전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나 역시 여행을 하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져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고, 포용력도 많이 생긴 것 같다.

중년이란 시간을 여행으로 채울 수 있어 너무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낯선 나라를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다녀볼 작정이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으며,

삶의 중요한 부분을 여행이란 공통분모로 채워갈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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