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간의 터키.그리스.북유럽.서유럽 배낭여행(2015.3.11~4.1)]
*여행기간 : 2015년 3월 11일 ~ 4월 1일
*여행루트 : 김포 → 터키 이스탄불 → 그리스 아테네 → 그리스 산토리니 → 벨기에 브뤼셀 → 노르웨이 오슬로 → 핀란드 헬싱키
→ 스웨덴 스톡홀름 → 덴마크 코펜하겐 → 독일 함부르크 → 스위스 바젤 → 네덜란드 로테르담 → 김포
[3월 13일 금요일]
오늘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2박 3일의 여정을 무사히 끝내고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날이다.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 표는 이미 여행 떠나기 전 한국에서 예매해두었다.
이스탄불에서 아테네로 가는 페가수스 항공은 아타튀르크 공항이 아니라 사비아 괵첸 공항으로 가야 한다.
이스탄불에 온 첫날 호텔에 첵인을 하면서 사비아 괵첸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1인에 15유로로 예약했다.
그런데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여행사에서는 1인에 10유로에 파는 게 아닌가.
눈 뜨고 코 베가는 세상이라더니 눈 뻔히 뜨고 10유로를 날릴뻔했다.
호텔이 대행수수료를 챙겨도 그렇지 티켓 1장에 5유로씩이나 챙기다니 도둑놈 심보다.ㅎㅎ..
호텔에 좀 미안하기는 했지만, 티켓을 취소를 하고 여행사에 다시 두장을 예약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호텔 조식을 먹었다.
갖가지 치즈와 샐러드가 듬뿍 차려진 아침식단은 건강식이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버스 타기 전에 시간적 여유가 좀 있어서 시르케지 역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남은 터키 돈 리라를 모두 다 써야 했기에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쇼핑을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전날 밤에 그렇게 찾아 헤매던 현지인이 많이 간다는 바로 그 케밥 집을 여기서 발견하다니,
호텔과 이렇게 가까운데 두고 못 찾았다니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주문은 안 된다고 했다.
다음에 오면 꼭 먹어보리라 생각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주인들은 저마다 분주히 오늘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주문이 가능한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오렌지 주스, 자몽 주스, 석류 주스, 세종류의 주스를 사고도 돈이 남아 케밥도 두 개 샀다.
터키 갈 일이 당분간 없을 것 같아서 남은 리라를 몽땅 다 썼다.
압착기로 주스를 뽑는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하게 보였다.
첫 손님이라 정성을 다하는 걸까? ㅎㅎ..
케밥은 공항에서 기다릴 때 먹었는데 담백한 게 맛있었다. 역시 터키 케밥이었다.
여행사에서 10시 30분에 미니버스를 타고 사비아 괵첸 공항으로 갔다.
공항은 뜻밖에 깨끗하고 쾌적했다.
널찍한 공간에 사람들도 별로 없어 편안하고 좋았다.
북적대는 공항에서 사람한테 치이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누구나 알 것이다.
페가수스 항공 셀프 체크인 기계를 이용해 탑승 수속을 간단하게 끝냈다.
공항 내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공항 면세점도 한산하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배낭을 가지고 가는 여행이어서 그런지 경유지에서는 면세점 이용할 일은 거의 없다.
여행 맨 마지막 날에는 그 도시의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편이다.
와인 전문 판매점에는 각 나라의 여러 종류의 와인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공항 내 2층에도 커피점, 레스토랑이 있다.
비행기 탈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좀 있어 2층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딸기 셰이크와 커피가 15리라(약 6,200원), 공항 내라 그런지 가격이 싸지는 않다.
외국 어딜 가나 있는 맥도날드가 나에겐 제일 만만하다.
가장 편한 자세로 퍼질고 앉아 두 번째 찾은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런지 아쉬움을 남기며...
이스탄불이여 안녕~!
1시간 30정도 비행기를 타고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아테네 공항 모습
커피 한 잔 마시고 가고 싶었지만 어두워지면 호텔 찾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 그냥 패스~
공항 밖으로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신타그마 광장까지 가는 버스 티켓을 샀다.
X95 번 버스는 아테네 공항에서 시내로, 또는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는 익스프레스 버스다.
버스 종점은 신타그마 광장이라 공항에서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신경을 쓸 필요도 없이 그냥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공항에서 신타그마 광장까지 소요시간은 약 70분이며, 요금은 5유로다.
버스를 타면 주황색 기계가 있는데, 반드시 티켓 Validation을 해야 한다.
운전기사한테 버스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개찰하는 시스템이다.
기계에 표를 넣으면 날짜와 시간이 찍혀나오고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스에 온 첫날은 버스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기계도 보이지 않았고, 티켓 Validation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티켓을 벨리데이션하지 않고 있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버스요금의 60배인 300유로를 벌금으로 내야한단다.
아테네에 온 첫날, 운 좋게도 검표원이 표를 검사하지 않아서 그날은 무사히 넘어갔다.
공항에서 벨리데이션하지 않은 그 티켓을 보관해두었다가 산토리니에서 아테네로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X95 버스를 타면서 벨리데이션했다. 고로 공짜로 버스를 탄 샘이 되었다.
(Validation 정보를 모르고 한 일이니 이글을 읽는 사람들은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잘못하다간 벌금 300유로를 내는 수가 있어요.ㅎㅎ)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버스 X95 번은 사람과 짐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항이라 캐리어까지 실어야 하므로 자리는커녕 옆으로 몸을 돌릴 공간조차 없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이동했고, 비는 갈수록 점점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길을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아 걸을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어찌 된 일인지 버스 기사가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도로가 통제가 있어 중간에 내리라고 했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초행길에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렸다.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우산으로 가리기엔 빗줄기는 너무 거세게 내렸다.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길이 통제되자 주변 도로는 막히기 시작했다.
광장으로 가는 도로가 모두 통제되었으니 택시를 타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할 수 없이 큰 건물로 들어가서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니 전쟁 박물관이었다.
신타그마 광장까지 가려면 꽤 많이 걸어야 한다. 더군다나 비 오는 거리를 걸어야 한다니 무척 짜증스러웠다.
우산은 쓰나 마나 했고 바람까지 불어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다.
신타그마 광장으로 오니 제복 입은 경찰들이 쫙 깔려있었다.
알고 보니 대통령이 왔다나 뭐나, 그래서 도로를 통제했나 보다.
하필이면 오늘, 또 이렇게 비까지 내리는 날에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하기야 여행 동안 변수는 언제든지 있는 법, 지혜롭게 대처를 잘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비 오는 와중에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근위병 교대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구경하는 여행자들도 보였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우산은 무용지물 옷은 다 젖고, 투덜거리며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아가는데 진이 다 빠져버렸다.
빗속을 1시간이나 헤매고 걸었더니 옷도 배낭도 흠뻑 다 젖어버렸고 몸도 마음도 지치고 피곤했다.
빗속을 걸어 걸어 겨우 호텔을 찾아갔다.
오늘 하루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산토리니로 가서 2박 3일을 보내고 다시 이 호텔에 묵을 예정이었다.
하루 잔다고 그랬는지 제일 구석방을 줬는데, 방이 얼마나 추운지 밤새도록 추위에 떨어야 했다.
난방도 잘되지 않았고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피곤한 몸에 감기 걸리기에 딱 좋았다.
꿈에도 그리던 그리스 아테네에 온 첫날,
잠은 거의 포기하고 일어나서 거위털 파카를 입고 커피를 끓여 마시며 밤을 꼴딱 새울 수밖에 없었다.
신들의 나라 그리스에 대한 나만의 환상이 있었는데, 그 환상이 무참히 깨지는 날이었다.
그리스는 신이 사는 나라가 아닌 그냥 보통 사람이 사는 나라였다는 이 현실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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