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egon Coast]
바 다
파도가 갈기를 세운다.
아우성치던
바람이 혼절하여 누워 있다.
목선 하나
붉은 노을에 흔들거리며
포구를 밀치며 간다.
갯벌 위에다
늘 제 그림자만 던지는 바다
오늘은 내 가슴 안에
자꾸 들어와
노 젓자 한다.
하/두/자
바다의 詩
한쪽만 베어 물다 솔숲에 던진
바다 하나가
내 깊은 속에서 늘 파도치고 있다.
첩첩으로 가둔 나의 성 안에
밤마다 그 파도가 넘어와
문풍지를 적신다.
비취, 새끼손가락에 끼워 두고
몰래 떠올리던 바다 빛
꿈에서도 밀어 둔 젊은 날의 출항
그곳
지친 범선 하나 돌아와
섬이 되어 꿈틀거린다.
너는 알리라
우주의 넋이 죽음의 바다로 빠지고
폭풍의 밤을 건너
젖은 몸으로 살아남은 그날을!
박/신/지
너의 섬 나의 바다
새벽 안개 속으로 걸어간 섬을 찾아
바다에 갔다.
불혹의 세월 먹고도 늘 허기진 나를 찾아
해변에 널브러져 흥건히 밟히는
시가 되지 못한 언어들
물결이 왔다가 자르르 훑고는 가버린다 .
홀로 서기 하겠노라 집을 떠난 불가사리
길을 잃었나 겁먹은 듯 두리번거리고
겨우 사랑을 시작한 푸른 고등어
허물어진 모래성 바라보며 뿜어내는 날숨이
마지막 기도인 양 힘겹다.
밤새 치맛자락 끌며 걸어온 아침이
묵은 안개를 걷어내면
뱃고동 소리 힘차게 울려온다.
만선의 기쁨을 노래하는 축포(祝砲)런 듯
파르스름한 낮달 걸려 있는 하늘 거기
나의 바다와 너의 섬이 있었다.
침잠(沈潛)해 있던 섬이 일어나
부신 햇살에 빛 발하는 언어 주섬주섬 주워담는다.
첫 사랑에 달아오른 처녀 같은 시의 가슴으로
가련다, 너에게로...
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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