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도(無名島)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이/생/진
마흔살의 오후
그리움의 계절이다
노래는 가늘어지고 바람은 혼자 운다
연가 하나가 가슴 속 세월을 숲에 담는다
환유된 숲은 어린날부터 꿈이 되어 머문다
어깨등선에 찾아 온 촉감
돌아보니 보이지 않는다
내 발걸음과 그대 발걸음이 찾아 나선다
계절의 끝이 보도 위에 앉아 있고
저만치 미소 한 분이 손짓한다
바람과 낙엽이 손잡고
아침부터 사각거리는 것은
여느 봄 해후의 노래를 부르려는 것인가
마흔의 나이가 달려 간다
그와 내가 두꺼운 외투 속에서
비로소 한 체온으로 겨울을 느꼈을 때
머리맡 하얀 잔주름이 겨울 강가를 찾아왔다
시러운 가슴이 포근해질 때까지,
잠을 자리라
이/민/영
짙은 새벽 안개 속엔 아무도 없었다
세상을 뒤덮은 보얀 안개 속에서
영롱한 이슬은 풀잎에 맺히고
나는 네 영혼의 소리를 들으며
네 심장 깊은 곳으로 끝없이 달렸다
말이 없어도 나는 알아
그저 건네는 눈빛만으로
뽀얀 안개의 장막 속에서
우리에게 한없이 쏟아지던
미명의 축복이 있었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았건만
떨리는 네 영혼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먼 여행을 떠난다
언제부턴가
가녀린 너의 숨결 너머
작은 네 두 볼에
안개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는
여린 꽃망울를 보았다
시들지 마라 시들지 말아라
나는 오늘도 네 향에 취해
미명의 새벽강에 서서
네 영혼 깊은 곳으로
나지막히 너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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