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오/세/영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한 잔의 茶를 달일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첫 햇살이 들어와
마루끝에서 아른대는
청명한 아침
무쇠주전자 속에서
낮은 음성으로 끓고 있는 물소리와
반짝이는 茶器 부딪는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정결하게 씻은 하얀 손으로
꽃쟁반 받쳐들고
사랑하는 사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고단하고 가엾은 우리들의 삶
그 온갖 시름을 잠시 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은밀하고 그윽한 향기를 권하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어요.
어느새 겨울속으로 성큼 들어선 우리,
따뜻한 차 한 잔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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