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을이게 하소서
으름처럼 쫙 벌어진 웃음을 띠며
그대에게 달려가 와락 안기어
지난날 다하지 못한 때깔 좋은 사랑을
이박삼일 나눌 수 있는 그런 가을이게 하소서
무밭을 오가며
쭉쭉빵빵처럼
잘 생긴 흰 색깔을 보며
그대의 다리가 아니고
오로지 희디 흰 얼굴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의 마음을 갖는 가을이게 하소서
추색을 그리워하며
떨어지는 단풍을 바라보며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면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것처럼
진인사대천명의 정신으로
우리의 삶도 최선을 다하여
열정의 꽃이 고샅고샅 만발하고
어떤 변화와 도전에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 가을이게 하소서
높은 하늘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들녘을 바라보며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살찌울 수 있는
한 편의 시를 읽을 수 있고
만사에 허벙짚는 일 없이
보다 풍성한 내일을 기약하는
계획으로 가득찬 가을이게 하소서
반/기/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