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송. 2004. 2. 15. 18:25
 
내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조용하게 오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나는 너와 전쟁을 했었다. 
내 사랑은 언제나 조용하고 
순수한 호흡으로 오지 않고 
태풍이거나 
악마를 데리고 왔으므로. 
나는 그날부터 
입술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뜨거운 열병에 쓰러졌었다. 
온갖 무기를 다 꺼내어 
너를 정복시키려고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은 사랑을 하게 되면 
가진 것 다 꺼내 주고 
가벼이 온몸을 기대기도 한다는데 
내 사랑은 
팽팽히 잡아당긴 활시위처럼 
언제나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숨막히는 조준으로 온밤을 지새웠었다. 
무성한 장애를 뛰어넘으며 
생애를 건 치열한 전쟁을 했었다. 
상처는 컸고 
나는 불구가 되었으며 
단 한 번의 참전으로 
영원히 네 눈 속에 갇혀 버린 
한 마리 포로새가 되고 말았다.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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