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스플리트 구시가의 한가운데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하고 있다.
스플리트 인근에서 태어난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은퇴 후 여생을 즐길 장소로 자신의 고향인 스플리트에 궁전을 건축했다.
궁전은 아드리아 해 연안에 남아있는 최대 규모의 로마제국 유적지로 스플리트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지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궁전은 동서 181m, 남북 215m에 이르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동서남북 4개의 출입구가 있다.
궁전은 광장과 연결된 4개의 문을 통해 외부로 연결된다. 4개의 출입구는 동서남북 각 방향으로 금속의 이름을 붙였다.
동쪽에는 은문(Silver Gate), 서쪽에는 철문(Iron Gate), 남쪽에는 동문(Bronze Gate), 북쪽에는 금문(Golden Gate)이다.
궁전 안에는 황제의 알현실, 성 돔니우스 대성당, 주피터 신전, 지하궁전 등의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295년부터 305년에 걸쳐 건축되었다.
20년 넘게 로마제국을 이끌어오던 그는 305년에 은퇴를 선언하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스플리트 궁전에서 지냈다.
궁전이 지어졌을 당시에는 궁전의 남쪽이 바다와 접해 있어 아드리아 해를 항해하던 배가 궁전의 남문 앞 선착장에 닿을 수 있었다.
남문 선착장에 내려서 곧바로 지하 궁전으로 들어가서 지하통로를 통해 궁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 남문은 곧바로 바다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남문 앞에 멋진 해안 산책로(리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에서 보면 높은 성벽 너머로 궁전의 뜰 안에 있는 대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종탑에 오르면 수평선에 둘러싸인 아드리아 해와 스플리트의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궁전의 남문과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리바거리)
남문 앞 해안 산책로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모형이 있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달마티아 지방의 살로나에서 태어났다.
284년에 황제 자리에 올랐는데 그 이전에는 20명의 넘는 황제가 교체될 정도로 혼란한 시기였다.
황제가 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외적을 물리치고 내정을 개혁해 황제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로마제국을 안정시켰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사두정치체제를 도입한 황제로 거대한 로마 영토를 동서로 양분해서
4명의 황제가 나누어 다스림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제국을 통치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로마제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황제였다.
그리스도교 교회와 성물을 파괴하고 로마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사형이나 강제노역을 하게 했다.
해변 거리(리바거리)에서 작은 남문(청동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궁전 지하로 연결된다.
이곳은 식당, 와인 및 곡식 저장 창고 등으로 활용이 되었으나, 지금은 전시회장과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궁전까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지하통로 양옆으로는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지하통로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궁전의 중심지인 궁전 광장(페리스틸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궁전의 심장이자 모든 길의 출발점인 페리스틸 광장이다.
광장은 궁전을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대로가 만나는 교차점으로 스플리트의 모든 길은 바로 페리스틸 광장으로 통한다.
옛날에는 행사나 회의가 열리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야외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광장 정면에는 궁전으로 들어가는 현관(황제의 알현실)이 우뚝 서 있다.
화려함이 돋보이는 열주가 늘어서 있는 광장은 2천 년의 세월 동안 로마제국의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궁전 현관 아래쪽은 지하통로로 내려가는 입구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 자신의 노후를 위한 화려한 궁전을 지었다.
궁전의 석회암은 스플리트 브라치 섬에서 가져왔고, 최상급 대리석은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가져왔다.
궁전의 기둥과 스핑크스는 이집트에서 실어올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하였다.
노후를 위한 초호화 궁전은 10년에 걸쳐 지어졌고, 그는 은퇴 후 700명의 하인을 이끌고 이곳으로 입성했다.
그러나 황제가 원하는 대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지 못하고 권력 투쟁에 휘말려 어지러운 말년을 보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이후의 황제들도 한동안 이곳을 별장으로 사용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계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광객들.
스플리트의 한낮의 햇볕은 얼마나 따가운지 계단 그늘에 앉아 잠시 쉬어가도 좋다.
광장의 기둥 사이에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스핑크스가 있다.
열주 광장에는 로마군 복장을 한 청년들이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공짜는 아닌 것 같다.
황제의 거처로 들어가는 입구로 들어서면 로마의 판테온을 닮은 황제의 알현실이 나온다.
신하가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대기하던 장소다.
황제의 알현실
돔 지붕의 천장이 뻥 뚫려있는 것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비록 천장이 뚫려있긴 하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거처 중 가장 상태가 좋은 건축물이란다.
돌을 쌓아 만든 돔형의 천장 덕분에 이곳에서 소리를 내면 마치 공연장처럼 울림이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클라파'라고 불리는 달마티아 지방의 전통 아카펠라 공연이 자주 펼쳐진다.
궁전 광장 동쪽으로 성 돔니우스 대성당이 있다.
성 돔니우스는 3세기경 살로나의 주교로 스플리트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로 희생된 순교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성 돔니우스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영묘로 사용되던 것을 성당으로 개축했다.
중세시대 때 라벤나 주교가 그리스도교를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성 돔니우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황제의 영묘를 성 돔니우스의 이름을 따서 성 돔니우스 대성당으로 바꾸어버렸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그리스도교 박해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황제에 대한 복수였을까?
성 돔니우스 대성당 종탑은 스플리트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약 60m 높이의 종탑에 올라가면 푸른 아드리아 해와 아름다운 스플리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성 돔니우스 대성당 입구 양옆으로 사자상이 있다.
↑↓ 성 돔니우스 대성당을 지키고 있는 사자상
대성당 옆으로 궁전의 동문이 있다.
동쪽 문에서 바라본 궁전 풍경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동쪽 문에 해당하는 은문(Silver Gate)이다.
궁전의 은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면 전통시장으로 연결된다. 문밖에는 기념품 등을 파는 노천시장이 늘어서 있다.
스플리트의 구시가는 미로 같은 골목길로 이어진다.
구시가에는 옛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현재 스플리트 시민들이 살고 있다.
성벽 안의 좁은 골목마다 작은 카페와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