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베오그라드] 중앙역과 버스터미널
호텔에서 중앙역까지 주변을 구경하면서 슬슬 걸어갔다. 중앙역까지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까지 가는 버스티켓을 예매하기 위해서다.
거리에는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도시답게 회색의 칙칙한 건물들이 주로 보이지만, 다양한 신식건물도 들어서 있다.
베오그라드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대나 중세의 유적도 찾아볼 수도 없고, 잘 정돈된 유럽 도시와는 달리 좀 어수선한 느낌이지만
낡은 건물과 신식건물의 조화가 오히려 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거리에는 다소 무거운 표정의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으며, 생각보다 한 나라의 수도인 베오그라드 거리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알려진 크네자 미하일라 거리에 갔을 때도 복작복작한 명동 같은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백색 도시, 베오그라드.
동로마제국이 이곳을 점령하여 하얀 벽돌로 성을 쌓아 '백색 도시(white city)'로 불리게 되었다.
베오그라드(Beograd)의 베오(Beo)는 흰색을, 그라드(grad)는 도시를 의미한다.
[나토 공습 파괴 현장]
발칸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인근 국가들과 끊임없이 전쟁이 계속되었던 탓에 건물이 파괴되고, 허물어지고,
지금도 금이 가거나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세르비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5,200달러, 유럽 최빈국 중 하나이지만, 여기저기서 공사가 한창인 걸 보면 경제건설의 열기가 느껴진다.
거리에는 교통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런지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트램과 버스, 자동차들이 달리는 대로에서도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 신호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차가 먼저인 나라, 횡단보도에 보행 신호등이 들어왔는데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가 대부분이다.
나라마다 교통문화가 다 다르다.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같은 나라는 사람이 횡단보도에 서 있기만 하면 일단 정지하고 보행자를 먼저 건너게 한다.
보행자 입장에서는 안전을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괜스레 마음이 놓인다.
특히 외국인인 우리를 보고 웃으면서 먼저 건너가라고 손짓을 해줄 때는 다시 찾고 싶어지는 나라로 기분이 좋아진다.
베오그라드 중앙역,
기차는 주변 국가에서 세르비아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주변 국가에서 세르비아로 들어오는 기차는 대부분 베오그라드 중앙역에서 정차한다.
베오그라드 중앙역 앞 교통 허브 Savska 광장 거리에는 트램이 끊임없이 오고 가고 있다.
베오그라드 시내를 운행하는 주요 교통수단은 트램과 버스이다.
트램, 버스 티켓은 1회권, 1일권, 3일권, 5일권이 있다.
1회권은 기사에게 바로 구매할 수 있지만, 1일권부터는 신문 가판대나 관광안내소, 교통티켓 판매처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승차하면 내부에 있는 단말기에 꼭 터치를 해야 하고, 티켓이 있더라도 터치를 하지 않으면 무임승차로 간주한다.
중앙역 주변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모습.
음식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자에겐 부담이 없어 좋다.
기차역 내부 모습, 한산하다.
기차역 플랫폼
다른 동유럽국가의 중앙역보다는 규모가 작고 플랫폼도 낡고 지저분하다.
기차보다는 버스편이 더 자주 운행되어서 그런지 이용객이 적어 관리가 더 안 되는 것 같다.
기차역에 있는 공중전화.
[베오그라드 버스터미널]
버스터미널 입구에 키릴문자가 쓰여있는데, 동유럽으로 여행 갈 때 기본적인 키릴문자를 익혀가면 여행이 좀 더 쉬워진다.
듣도 보도 못한 낯선 글자를 간단하게나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키릴문자는 이번에 여행한 세르비아를 비롯한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공화국,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슬라브권의 영향을 받은 나라에서 많이 쓰는 문자이다.
버스터미널은 기차역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붐볐다.
버스 터미널 주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고 작은 상점들도 있어 기차역보다는 훨씬 더 번화하고 활성화된 느낌이다.
버스 매표소에는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 표를 구매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세르비아 통화 디나르(Dinar/RSD, 1 RSD=약 10.84원), 지폐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 여행은 9개국을 다니는 여정이라 화폐단위만 해도 9가지, 이것 익히는데도 골머리가 아픈데,
얼마를 환전해야 할지 그것이 더 큰 문제였다. 모자라도 안되고 남으면 곤란하고.^^
100디나르 지폐의 모델은 베오그라드의 국제공항(니콜라 테슬라 국제공항)에도 이름이 올려져 있는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이다.
자기장의 국제단위인 테슬라(Tesla)는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의 이름을 딴 것인데,
자기장의 단위인 테슬라(T=Wb/㎡)를 나타내는 식이 지폐에 쓰여 있다.
세르비아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고액의 지폐가 있다.
5자에 동그라미 11개가 붙은 5천억 디나르(500,000,000,000)짜리 지폐다.
5천억 디나르는 1993년까지 실제로 사용된 돈으로 빵 한 봉지, 우유 한 병 겨우 살 수 있는 정도의 가치다.
이는 그 당시 세르비아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팔 물건이 없어 상점들은 문을 열지 못했고, 물가상승률은 하루에 100%를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는 00:50, 07:30, 11:30, 13:15, 16:15, 하루에 5회 있다.
베오그라드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 11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샀다.
버스표에는 영어로 표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키릴문자를 알아갈 필요가 있다.
또 버스표와 함께 토큰 같은 것을 주는데, 버리지 말고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토큰은 버스 승강장으로 들어갈 때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버스 터미널 승강장에 들어가려면 지하철처럼 개찰구에 토큰을 넣고 들어가야만 한다.
다시 말해 버스표가 없는 사람은 승강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이다.
버스 승강장 들어서면 버스를 타는 각 게이트가 목적지별로 있다.
26번 게이트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짐칸을 이용할 경우에는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짐을 들고 탈 경우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