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콜 카 타

[인도/콜카타] 콜카타 하우라 역에서 바라나시행 기차를 기다리며

러브송. 2016. 1. 13. 17:17



옥스퍼드 서점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나온 시간이 오후 5시, 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콜카타는 해가 빨리지나 보다. 아니면 날씨가 흐려서? 아무튼, 날이 어둑어둑해지니 마음이 바빠졌다.

호텔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므로 서둘러서 서더스트리트 방향으로 걸어갔다

거리엔 사람들과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인도 퇴근 시간대의 거리 모습도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호텔에 맡겨둔 배낭을 찾아서 택시를 타려고 한참을 기다렸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빈 택시가 잘 보이지 않았다. 빈 택시가 있어도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했다.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하우라 역(Howrah Railway Station)으로 가는 길에

비비디 박(BBD Bagh)에 들러서 30분 정도 사진을 찍는 것까지 포함해서 200루피로 흥정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도로는 막히고 이미 해는 져서 주변이 온통 캄캄해져 버렸다.

비비디 박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곧바로 하우라 역으로 갔다.

비비디 박은 콜카타의 모든 역사를 한데 품고 있는 곳으로, 영국 식민지풍의 근대 건축물이 모여있다.

어제 비만 안 왔어도 가 봤을 텐데, 아쉬움을 남기고 콜카타를 떠나야만 했다.






하우라 철교를 건너서 하우라 역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으로 거리는 온통 마비상태였다.

으악!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왔을까. 인도 인구가 12억이란 게 처음으로 실감이 났다.





밤이고 낮이고 북적인다는 하우라 기차역에는 샛노란 택시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길을 건너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도 전쟁터 피난 길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아니면 60년대 명절을 앞둔 서울역 앞이 이랬을까.

인도는 기차가 주요 이동수단이라더니 엄청나게 많은 인파를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보따리 보따리를 이고 지고 인도인들은 기차역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사람들 틈을 끼여서 역사 안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사람들 무리에 치이고 치여서 떠밀려 들어온 역사 안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넓었다.

또 놀란 것은 운동장만 한 크기의 역사 안에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이었다.





지린 냄새가 진동하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군상들을 보니 갑자기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아, 인도의 모습이 바로 이런 거였구나.

인도의 저력이 저 많은 인구에서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Retiring Room도 있었다. 리타이어링 룸은 기차역 숙소를 말한다.

기차 연착 시간이 길거나 밤을 세워야 할 경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소다.





많은 사람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자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인도여행의 시작과 끝은 기차를 타는 거라고 하더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이 아수라장에서 과연 기차를 잘 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덥고 습한 공기와 지린내 사이로 바삐 오가는 인도 사람들





사리를 입고 플랫폼에 퍼질고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인도 여인네들





플랫폼에는 대기 의자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대부분 이렇게 바닥에 퍼질고 앉아서 기차를 기다린다.

하기야 이렇게 엄청난 사람을 의자로 감당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아예 자기 안방처럼 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워 자는 사람들,

인도 기차는 연착 시간이 길어서 저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차 종류를 선택할 때 가능하면 출발지인 기차를 선택하는 게 웨이팅 시간을 줄이는 길이다. 

기차표를 사지 못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매표소 앞에는 더 많은 사람이 널브러져 있다. 





각 플랫폼에는 전광판이 열차정보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기차역에 오면 제일 먼저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을 확인하고 객실 위치를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인도 기차는 차량과 차량 사이 즉, 객실과 객실 사이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아무 칸이나 올라탔다간 다른 객실로 가는 이동로가 막혀 다음 역까지는 꼼짝없이 서서 가야 한다.






바라나시까지는 14시간 이상이나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기차에서 먹을 생수와 주스를 사고

사람들이 덜 붐비는 곳을 물색해서 자리를 잡았다.

선풍기 바람을 쐴 수 있는 곳에 큰 비닐을 깔고 나도 그네들처럼 바닥에 퍼질고 앉았다.

2시간 이상을 이렇게 바닥에 앉아서 내가 탈 기차를 기다려야만 했다.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면서 앉아 있는데, 우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우리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곁눈질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놓고 빤히 쳐다보았다.

우리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 넓은 역사 안에 이 많은 사람이 모두 인도인들이고 외국인은 우리부부 밖에 없었다.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다.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없었다.

웃지도 않고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바라나시로 가는 열차는 오후 8시 30분에 출발한다. 꼼짝없이 2시간 이상이나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엄습하고 목이 붓고 아파 오기 시작했다.

따끔거리는 목구멍, 혓바닥엔 혓바늘이 하나둘씩 돋아나기 시작했다.

어제는 공항에서 노숙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 오늘은 종일 매연을 마시며

콜카타를 헤집고 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하다.

이젠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서 자꾸만 어디라도 눕고만 싶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내 몰골은 초췌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여행자가 처음 인도에 발을 들여놓으면 다들 지저분한 환경에 적응이 안 된다고 말한다.

나는 동남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해본 덕분에 처음에는 인도가 그다지 낯설지 않은 환경이었다.

콜카타 시내를 돌아보면서 지독하게 더운 거 빼고는 다닐만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 생각이었는지 앞으로 여행하면서 뼈저리게 느낄 줄이야.

이 정도 환경이면 적당히 적응하면서 여행하면 되겠다고 섣불리 생각한 나 자신이 얼마나 경솔했는지를

콜카타에서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라나시, 아그라, 자이푸르로 가면서 점점 더 나빠지는 환경에 속수무책이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혼자서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가 없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서 우리 부부는 항상 행동을 같이했다.

사람들을 헤집고 겨우 찾아간 화장실은 또 얼마나 더러운지,

그 더러운 화장실 문 앞에서는 사용요금 2루피를 받고 있었다. 

화장실 갔다가 다시 그 자리로 갔더니 우리 옆에 같이 앉아있던 인도 아줌마가 아는 척을 했다.

그 아줌마는 우리에게 자기 쪽으로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영어는 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선풍기 바람이 더 잘 쐴 수 있는 자리였다. 여기가 더 시원하다고 자기 쪽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는 고맙다고 눈인사를 보내고, 아줌마가 옆자리에 바싹 다가가 자리를 폈다.

선풍기 바로 밑이라 정말 시원했다.

이 넓은 곳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제대로 없으니 역사 안은 찜통처럼 더웠다. 

인도인들 중에는 이 아줌마처럼 선량한 사람들도 많았고, 여행자들을 등쳐먹는 나쁜 사람들도 많았다.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올 때마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고를 반복했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먼지가 일었고, 앉아있는 나는 그 먼지는 고스란히 마실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피곤은 쌓여만 갔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냥 멍하니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우리가 타고 갈 기차만 기다렸다.






날씨가 워낙 습하고 더워서 사람들은 선풍기 밑에 옹기종기 모여들 있었다.

기차간에서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캐리어를 그물 밧줄로 꽁꽁 동여맨 모습이 좀 우스꽝스러웠다.

나도 물론 튼튼한 쇠줄로 된 와이어를 준비해 갔다. 인도기차는 물건 분실로 유명한 곳이니까.

그런데 바라나시에서 아그라로 가는 기차간에서는 신발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나 원 참, 신발을 와이어로 묶어둘 수는 없지 않은가.






전광판에는 기차 번호와 행선지, 시간, 플랫폼 번호 등 정보가 힌디어와 영어로 번갈아가면서 떴다.





아무리 쳐다봐도 우리가 타고 갈 바라나시행 기차가 전광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우라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라 연착은 없는 게 분명한데, 왜 전광판에는 뜨질 않는지 난감했다.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인도인들도 자기가 타는 기차만 알지 다른 정보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가르쳐줘도 믿을 수가 없다. 세 사람한테 물으면 세 사람 다 다르게 알려주니까.ㅎㅎ

그냥 모든 걸 직접 내 발로 뛰어서 알아보는 게 현명한 일이다.






전광판에 정보가 뜨지 않아서 직접 플랫폼을 찾아다니며 확인을 했다.

8번 홈에 이렇게 우리가 타고 갈 바라나시행 기차가 벌써 정차해 있지 않은가.

전광판만 쳐다보고 있다가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 했다.






⊙기차번호와 이름 : 13009 / Doon Express

등급(Class) : AC 2 Tier(2A), 에어컨이 있는 두칸 침대

출발지 : 하우라 정션역  도착지 : 바라나시 정션역 

출발시간 : 오후 8시 30분   도착시간 : 오전 10시20분(약 14시간 소요) 

요금은 2인 Rs.2,830(1인 약 25,000원) 


인도에서 기차표를 구하기란 그것도 침대칸을 구하기란 힘들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동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날짜의 기차표를 구하기란 정말 어렵다.

인도여행 중 필요한 열차표는 한국에서 예약을 다 하고 기차표까지 프린트해갔다.

물론 스마트폰에도 저장해놓았다. 혹시 프린트해간 기차표를 분실하면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된다. 

인도에서 여행하는 동안 기차표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국에서 인도 열차를 예매하는 방법이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약을 하고 가니 훨씬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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