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콜카타] 콜카타 공항에서 노숙을 하다.
●여행지인도
●기간2015.09.30 ~ 2015.10.21 (21박 22일)
●컨셉부부가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
●경로인천▶쿠알라룸푸르 경유▶콜카타▶바라나시▶아그라▶자이푸르▶델리▶뭄바이▶고아▶코치▶첸나이▶쿠알라룸푸르 경유▶인천
추석 연휴가 끝나고 9월 30일부터 22일 동안 남편과 함께 인도 배낭여행을 떠났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여 인도 콜카타로 입국, 20여 일 여행을 하고, 첸나이에서 출국하는 일정이다.
원래는 콜카타에 도착해서 다질링으로 넘어가 포카라, 카트만두를 거쳐서 바라나시로 가는 코스였다.
그러나 네팔 지진으로 인해 네팔 일정은 모두 포기하고, 따라서 다질링도 포기하고, 콜카타에서 곧바로 바라나시로 넘어가는 코스로 변경했다.
예약했던 항공권 요금을 환불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지진이 난 네팔을 여행할 수는 없었다.
차로 유명한 다질링은 꼭 가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일정을 변경했다.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떠났다. 큰 배낭 하나와 크로스 백 하나씩을 매고 갔다.
짐 무게는 배낭과 크로스 백을 합해서 남편은 9kg, 나는 5kg 이하로 맞추었다.
짐이 너무 무거우면 이동하기도 불편하고, 힘이 들어서 여행의 즐거움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배낭 안에는 꼭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갔다. 현지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여권, 비자, 항공권, 여권과 비자 사본, 증명사진, 열차 예약 티켓, 복대와 지퍼 팬티, 전기 포트, 즉석 국밥, 지퍼 팩, 빨랫줄,
번호 자물쇠가 달린 와이어, 번호 자물쇠, 전자모기향, 물파스, 손 세정제, 비상약, 대일밴드, 옷가지류, 속옷류, 세면도구, 모자,
현금(집에 있던 유로)과 현금카드와 신용카드, 가이드 북, 실내화, 손목시계, 코인 티슈, 카메라, 등등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겨갔다.
물만 부으면 즉석밥이 되는 공깃밥과 즉석국, 그리고 코인 티슈는 여행 내내 요긴하게 사용했다.
인도 음식에 적응하지 못한 나로서는 즉석 국밥에 의지해서 버텼고, 먼지와 매연 투성이인 인도에서 손 세정제보다는 코인 티슈가 한결 요긴했다.
코인 티슈는 물만 부으면 부풀어 올라 물수건이 되므로, 땀도 닦고, 손도 닦고, 특히 장시간 타야 하는 기차간에서는 꼭 필요했다.
11시 10분쯤 인천에서 출발한 에어아시아 비행기는 약 7시간을 날아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여행 전날 밤은 늘 그렇듯이 잠도 설치고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머리도 아프고 몸도 무겁고 몹시 피곤했다.
비행기 안은 에어컨 탓에 몹시 춥고 건조했다.
건조한 공기 때문에 목구멍이 따끔거렸고, 추워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더니 피로도가 배나 되었다.
말레이시아 KLIA 2 공항에서 22시 35분에 출발, 인도 현지시각으로 00시 05분 도착하는 일정이 남아있다.
환승 시간까지는 시간이 넉넉하므로 밥도 먹고 여유 있게 쉬기로 했다.
KLIA 2 공항은 여러 번 와본 곳이라 하나도 낯설지 않고 익숙했다. 새로 지은 공항이라 시설도 아주 잘 되어있다.
슈퍼마켓에 들러 과일과 빵을 샀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방금 구워져 나온 프레첼(pretzel)도 샀다.
미국에 살 때 자주 먹었던 프레첼, 바로 그 맛이었다. 1개 천 원 정도 했는데, 8개나 샀다.
인도 콜카타 공항에 밤늦게 도착하면 먹을 게 없을 것 같아, 넉넉하게 샀다.
푸드코트에 가서 돌솥 비빔밥과 소 불고기 백반도 먹었다. 어쩌면 한동안 한식을 먹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먹는 한식이지만 한국처럼 맛이 있었다. 인도에도 이런 한식당이 있으면 먹는 걱정은 덜 수 있을 텐데.
밥을 먹고 조용한 커피빈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메리카노가 3,000원 정도 했다.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며 인도에서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른 채 우리는 아주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는 서양인 몇 명만 보이고, 대부분 인도사람이었다. 동양인은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
인도사람이 많이 타서 그런지 비행기 안에는 인도 특유의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리틀 인디아 거리에 갔을 때도 인도 특유의 냄새가 너무 심해서 토할 것만 같았다.
비행기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별로 달갑지 않은 냄새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지만,
오늘부터는 이런 인도 냄새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자신을 달랬다.
Incredible India!
드디어 인도 콜카타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은 인도 현지시각으로 00시 10분경.
콜카타 국제공항의 공식 명칭은 'Netaji Subhash Chandra Bose International Airport(네타지 수바쉬 찬드라 보세 국제공항)'
2012년에 신축된 콜카타 국제공항 청사 건물은 인도스럽지 않게 모든 게 깨끗했다.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심사를 하고, 입국장으로 나오니 거의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새벽시간이라 그런지 입국장은 한산했다.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인도 공항 대부분 입국장(Arrival)은 밖으로 나가면 다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또한, 공항 출국장(Departure)은 탑승권을 지참하지 않은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도 공항 입국장은 쉽게 드나들 수 없으므로 입국장 밖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다시 입국장 안으로 들어올 일이 없는지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국제선 입국장엔 방금 입국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소란스러웠다.
국내선 입국장 쪽으로 왔더니 휑하니 의자 외엔 아무것도 없고 사람도 몇 명밖에 없었다.
조용해서 좋긴 하지만 너무 썰렁해서 오히려 더 춥게 느껴졌다.
인도는 밤에 움직이는 것은 매우 위험함으로 공항 안에서 안전하게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공항 안에는 에어컨이 얼마나 센지 몹시 추웠다. 공항에서 노숙하는 사람도 제법 보였다.
대부분 팔걸이가 있는 의자라 눕기엔 적당하지 않았지만,
입국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팔걸이를 없앤 착한 의자가 더러 있었다.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눈도 뻑뻑하고 해서 체면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그냥 의자에 드러누워서 쉬었다.
프리페이드 부스를 기웃거렸더니 경찰이 목적지가 어디냐고, 자기가 잘 아는 택시를 소개해줄 테니 시내로 가라고 했다.
날이 밝으면 A/C 버스를 타고 갈 거라고 했더니, 더는 택시를 권하지는 않았다.
인도에서는 아무도 안 믿는 것이 철칙이다.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더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 곳이 바로 인도라는 나라다.
Incredible India! 인도 관광청에서 내건 슬로건이 아니던가.ㅎㅎ..
시간은 왜 이리 더디 가는지, 의자에 앉았다 누었다 하면서 날이 밝아오기를 무작정 기다렸다.
공항 안이 너무 춥고 또 빈속이어서 인도 국민차라고 불리는 따뜻한 차이(chai, 10루피)와 네스카페(20루피)를 마셨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사 왔던 프레첼과 함께 먹으니 몸이 한결 따스해졌다.
Prepaid Taxi(선불제 택시)
프리페이드 팩시 부스 앞에는 이렇게 목적지에 맞는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목적지를 말하고 요금을 지불하면 이름과 목적지가 적힌 바우처를 준다.
바우처를 들고 공항 밖으로 나가서 택시 정류장에 대기 중인 택시를 타면 된다.
바우처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 택시기사에게 넘겨주면 된다.
프리페이드 택시가 일반 택시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프리페이드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해서 프리페이드 택시가 100% 안전한 것도 아닌 나라가 바로 Incredible India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공항 안에 있는 Airtel(통신사)에 가서 한 달 사용 가능한 3G 유심칩도 샀다.
콜카타는 이틀 정도 머무는 일정이고 공항 노숙까지 하는 상태라 대중교통을 타고 구경 다니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택시투어를 하기로 했었다.
한국에서 인도 렌트회사에 택시투어 신청을 해두었고, 공항 픽업부터 내일 밤에 하우라 역까지 데려다주는 일정이다.
그런데 공항에서 렌트회사에 아무리 전화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없는 번호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이미 망한 회사일까?
할 수 없이 택시 투어는 없었던 일로 하고, A/C버스인 VS1 Bus를 타고 에스플라네이드 버스 스탠드까지 가기로 했다.
콜카타 시내를 천천히 구경하면서 호텔이 있는 서더 스트리트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에스플라네이드 버스 스탠드에서 서더 스트리트까지는 10여 분 걸어가면 된다.
그런데 연이틀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항에서 노숙한 탓인지 몸 상태도 너무 안 좋고,
세수도 하지 않은 상태라 몰골도 꾀죄죄하고, 무더운 날씨에 에스플라네이드 버스 스탠드에 내려서 배낭을 메고
땀을 질질 흘리며 걸어간다는 자체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프리페이드 택시를 타고 움직이기로 했다.
공항 환전소 환율은 최악이었지만, 당장 택시 값으로 루피를 써야 하므로 가지고 간 100유로를 환전했다.
프리페이드 택시 부스에서 서더 스트리트까지 바우처를 끊고, 드디어 콜카타의 명물 샛노란 택시를 타고
서더 스트리트로 향했다. 서더 스트리트는 공항에서 약 18km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