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바라나시

[인도/바라나시] 강가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 아르띠 뿌자 의식

러브송. 2016. 3. 17. 19:00




인간의 탐욕과 번뇌를 정화해준다는 갠지스 강에서 우리를 태운 뱃사공은 열심히 노를 젓고 있었다.

그동안 살아온 고단한 삶의 자국이 얼굴과 몸에 그대로 배여 있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받았을 고통이 잔잔히 전해진다.

힘겨워 보이는 듯하면서도 그나마 오늘 손님을 태웠다는 안도감이 그를 미소 짓게 해서 마음이 더욱 짠해 왔다.





그가 이끄는 대로 나타나는 강가 풍경을 구경하면서 그들이 믿는 성스러운 강가를 아무 편견 없이 바라보았다.

불빛과 어우러진 강가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너무 아름다웠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강가에서는 그저 몽롱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약 기운이 온몸에 퍼지면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마침내 욕망의 때가 모두 씻어진 듯 내 마음도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갠지스 강에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하고, 더 많은 보트가 강물 위를 유영하기 시작했다.

강가의 풍경은 분주하면서도 더욱 몽롱한 풍경을 자아내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뱃사공은 우리를 뿌자의식이 행해지는 다사스와메드 가트로 데려갔다.

무신론자도 바라나시에 왔다면, 매일 저녁 열리는 뿌자의식을 구경하기 위해 다사스와메드 가트로 가야만 할 것이다.

오후 6시면 갠지스 강가 가트에서는 힌두의식인 아르띠 뿌자(Arti Pooja)가 열린다.

그들은 그들의 여신을 불러 죽은 자를 위로하고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는 의식을 벌린다.

아르띠 뿌자는 강가의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브라만 계급만이 제사를 진행할 수 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쏟아져나왔을까?

아르띠 뿌자는 매일 수많은 순례객과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가트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서 뿌자의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트 주변 강물에도 이미 많은 보트가 정박해서 뿌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간 깃발을 펄럭이며 뿌자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과 수많은 순례자와 관광객들,

바라나시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엄청난 광경을 볼 수 있을까.






보트는 저마다 자리를 잡고 뿌자가 열리는 가트 주변으로 겹겹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우리 보트도 빈 곳을 찾아 자리를 잡자 또 다른 보트가 우리를 둘러싸고, 그 보트도 또 다른 보트에 둘러싸여 지고,

우리 보트는 다른 많은 보트에 의해 겹겹이 둘러싸여 이제는 꼼짝할 수 없게 포위되어버렸다.

이러다가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몹시 걱정스러웠다.






제사장의 주문을 외는 듯한 음성이 울려 퍼지고, 장대에 매달린 종들이 쉼 없이 울려댄다.

쩌렁쩌렁 시끄러운 음악이 강가에 울려 퍼지고, 이건 경건한 제사가 아니라 무슨 축제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단 위에서는 신에게 드리는 제사가 시작되었다.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고, 횃불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신을 불러냈다.

전통의복을 차려입은 제사장이 낮은 종소리와 함께 묵직한 목소리로 경전을 읊는다.






뿌자를 하는 남자들은 바라나시 힌두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란다.





불을 들고 쇼를 하는 모습이 신을 부른다는 몸짓인가? 마치 차력 쇼를 보는 듯 신기했다.






갠지스 강 밤하늘을 향해 울려 퍼지는 신을 부르는 소리,

수천 년을 이어온 그들의 믿음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뿌자에 넋을 잃고 연신 카메라를 누르는 관광객들.

나도 그들 사이에서 열심히 구경하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신비스러운 광경이므로...






쩌렁쩌렁 인도풍의 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갠지스 강에 울려 퍼졌다.

흥겹고 신비로운 음률이 고요한 갠지스 밤하늘에 수놓아졌다.

강가 여신께 바치는 불꽃과 향이 밤하늘에 피어오르고 여신을 향한 제사는 이제 끝이 났다.






경건하면서도 흥겨운 몽환적인 뿌자는 화려한 전통 민속 쇼 같기도 했다.

몽롱하면서도 신비함 속에 느껴지는 혼돈, 바라나시의 혼돈이 바로 그 뿌자에도 있었다.





뿌자의식을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에 본 사람들의 모습은 탐욕의 때를 벗은 듯 편안해 보였다.

나 역시 나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밤하늘을 바라보니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지고 혼란스럽던 마음이 정리되는 듯했다.

이런 나의 변화를 보니 바라나시는 역시 영적인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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