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시드니] 시드니에서 블루 마운틴으로 가는 길
시드니에 온 둘째 날 아침 8시경에 숙소를 나섰다. 롯지 레스토랑엔 아침을 먹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나도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싶었지만, 시드니 근교에 있는 블루마운틴으로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블루마운틴 관광은 대부분 시드니에서 출발하는 당일 투어상품을 많이 이용한다.
우리는 투어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기차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여행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블루마운틴은 시드니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8시, 거리는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듯 고요하기만 하다.
킹스 크로스 역에서 시티레일(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역에 가서 다시 카툼바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면 된다.
킹스 크로스 역에서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 시티레일 승차권을 샀다.
승차권 구매하는 방법은 서울이랑 비슷해서 별 어려움은 없었다.
MY MULTI DAY PASS권을 끊었는데, 하루종일 버스, 페리, 시티레일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이다.
단 공항으로 가는 레일을 이용할 경우는 돈을 따로 내야 한다.
오늘 하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관광지역을 모두 다 돌아본다면 $23 (약 22,000원)이 그다지 비싸지는 않다.
킹스 크로스 역에서 시티레일을 타고 센트럴 역으로 갔다.
센트럴 역은 시드니 교통의 중심지답게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복잡했다.
센트럴 역에서 리스고(Lithgow)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카툼바 역(Katoomba)에서 내리면 된다.
카툼바 역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고, 카툼바 역에서 블루마운틴 세자매봉이 있는 에코 포인트까지는 도보로 30분 걸린다.
카툼바 역에서 에코 포인트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편하게 갈 수 있다.
기차 안은 2층으로 되어 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잔세스칸스로 갈 때 탔던 기차랑 비슷한 모습이다.
오전 10시 30분쯤에 카툼바 역에 도착했다. 카툼바 역은 평화로운 작은 시골 역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카툼바 역 밖으로 나오자 블루마운틴으로 가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카툼바 역 주변에는 블루마운틴으로 가는 투어회사들이 모여있었는데, 자신에 맞는 투어상품을 고르면 된다.
에코 포인트의 시닉 월드, 그리고 부시워킹, 번지점프, 산악자전거 타기, 협곡 타기, 암벽 등반 등등 다양한 투어상품들이 있다.
카툼바 역에서 세자매봉이 있는 에코 포인트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세자매봉이 있는 ECHO POINT에서 내리자 갑자기 블루마운틴의 푸른 모습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유명한 블루 마운틴에 왔으니 일단 인증샷 한 컷 찍고...ㅎㅎ
파란 하늘에 걸려있는 구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블루마운틴의 모습도 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했다.
에코 포인트에서 블루마운틴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저들은 웅장한 블루마운틴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다.
Blue Mountain...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어우러진 원시림이 위대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처럼 나무가 바다를 이룬 모습을 보니 스케일이 참 크다는 생각을 했다.
블루 마운틴은 이름 그대로 산이 파란색으로 보여서 블루 마운틴이라고 한다.
실제로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블루 마운틴이 유독 푸르게 보인단다.
산은 당연히 푸른 거 아니냐 하겠지만, 블루 마운틴의 푸른 빛은 산림이 우거져서 푸른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블루마운틴은 유칼립투스(Gum Tree)가 많다.
유칼립투스는 코알라가 즐겨 먹는 나뭇잎으로 코알라가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이 나뭇잎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 때문이란다.
동물원에서 보던 늘 잠만 자는 코알라가 알코올에 취해서 자는 거라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코알라는 잎에 함유된 잠자는 성분에 인해 하루 18시간 이상을 나무 위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블루마운틴이 이렇게 푸른 빛을 띠는 것도 유칼립투스에서 나오는 알코올 성분이 공기와 닿아 생기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열에 약한 알코올 성분이 호주의 뜨거운 태양을 받으면 쉽게 불이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블루 마운틴뿐 아니라 호주의 산에서는 건조한 봄이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철에 산불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호주의 소방당국은 자주 산불을 진압하다 보니 자연히 호주의 소방 기술과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Tree Sisters(세자매봉)
에코 포인트 왼편으로 세 개의 바위 봉오리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는 세 자매봉이다.
호주 원주민(애버리진)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세 자매에 얽힌 전설은 이러하다.
먼 옛날 카툼바에 살던 마법사에게 아름다운 세 자매가 있었는데, 이웃 마을의 네핀 부족인 세명의 형제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두 마을의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당시 두 부족 사이의 결혼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네핀족의 세 형제는 세 자매를 빼앗아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는데, 마법사가 세 자매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세 자매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
마법사는 세 자매를 전쟁 동안 바위로 있게 하고 전쟁이 끝나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쟁 중에 마법을 풀어줄 마법사가 죽어버려 지금까지 바위로 남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을 담고 있다.
Queen Elizabeth Lookout(퀸 엘리자베스 전망대)
1954년 2월 12일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곳을 방문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이 "조금만 더 앞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에코포인트보다 앞으로 조금 더 튀어나오게 전망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퀸 엘리자베스 전망대라고 한다.
여왕의 말 한마디가 이런 위력을 발휘하다니, 어쨌든 우리는 좀 더 가까이서 블루 마운틴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세자매봉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
트레일 길도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에코 포인트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카툼바 역으로 왔다.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기차가 올 때까지 카툼바 역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툼바는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답게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빨간색의 블루 마운틴 익스플로러 버스(Blue Mountains Explorer Bus)도 보인다. 블루 마운틴을 운행하는 2층 순환버스다.
에코 포인트, 시닉월드, 카툼바 폭포 등 블루 마운틴의 주요 명소를 순환하며 하루종일 타고 내릴 수 있는 투어버스다.
카툼바 역 주변 모습들...
깔끔하게 단장된 공동묘지도 보인다.
나른한 햇살이 따사로운 기찻길에서 나른한 몸으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동요가 생각이 난다.
"기찻길 역 오막살이 아가아기 잘도 잔다~ ♪♬~칙~폭~칙칙폭폭~칙칙폭폭~♪♬"
기차를 기다리며 햇살에 앉아 있으려니 정말 소로록 잠이 들 것만 같다.
기찻길 옆에 있는 무지개가 뜬 세 자매봉 그림이 세 자매봉에 가려면 이곳에서 내리라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시드니로 가는 기차를 타고 센트럴 역까지 가지 말고 중간에 파라마타(Parramatta) 역에서 내려 페리를 타고 서큘러 키로 가기로 일정을 바꾸었다.
어차피 오늘 일정은 센트럴 역에서 서큘러 키로 와서 맨리비치와 본다이 비치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센트럴 역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페리를 타고 여유있게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면서 서큘러 키로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