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씨엠립] 동양 최대의 호수 톤레삽(Tonle Sap Lake), 수상마을
씨엠립 시내에서 툭툭을 타고 30분 달려 톤레삽 투어하는 곳에 도착했다.
비가 많이 온 탓에 도로 곳곳이 움푹 패여 있어 툭툭 타고 가는 내내 엉덩방아를 찧었다.
특히 툭툭 타고 비포장 길을 달리는 것은 죽음이다. 뽀얀 흙먼지에 매연을 마시는 것쯤은 큰 문제가 안 된다.
시도 때도 없이 엉덩방아를 찧어대니 엉덩이에 혹이 생기는 게 문제다.ㅋㅋ...
비가 오락가락하는 선착장에는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우리나라 단체관광객들도 많았다. 캄보디아 패키지여행에도 톤레삽 투어가 기본 일정인가 보다.
매표소에서 단체투어에 합류하겠다고 했더니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단독으로 배를 빌려야 한다고 해서 둘이서 할 수 없이 배 한 척을 빌렸다.
1인당 20달러, 둘이 40달러를 달라고 했다. 톤레삽 투어가 횡포가 심하다고 하더니 듣던 대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우처를 끊어서 오는 게 훨씬 싸게 먹힐 뻔 했다.
바우처는 입장료와 뱃삯이 포함된 할인티켓에 왕복 교통비까지 포함된 단체 여행상품이다.
15명은 족히 탈 수 있는 배에 달랑 손님 두 명을 태우고 선장과 가이드, 또 남자아이 한 명 해서 세 명이나 같이 탔다.
비어있는 좌석에 손님을 더 태우면 여러 가지로 이익일 텐데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 배에 같이 탄 아이가 싱긋 웃어 보였다. 선장의 아들인가?
결국 선장과 가이드, 꼬마, 이렇게 세 사람이 우리 투어에 합류했다.
덕분에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팁으로 3달러를 더 줘야 했다.
그들에겐 관광객이 그저 돈으로 보이나보다.ㅎㅎ..
톤레삽 호수는 캄보디아 전 국토 면적의 15%를 차지하는 거대한 호수다.
톤레삽 호수는 길이가 150km, 너비가 30km,
기본 면적이 3,000㎢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의 민물 호수다.
우기와 건기에 따라 호수의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수위가 가장 낮은 5월에는 호수 면적이 2,500㎢에 불과하지만
히말라야에서 눈이 녹는 우기에 접어들어 메콩 강의 수위가 높아지고
프놈펜에서 역류한 물까지 호수로 유입되면 면적이 서너 배 넓어져서 바다처럼 장대해진다.
우기 때 메콩 강물만 역류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물고기도 톤레삽 호수로 모여들게 된다.
호수 주변과 물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톤레삽 호수는 그냥 호수가 아니라 바로 삶의 터전이며 젖줄이다.
수상가옥 이사하는 장면이다.
톤레삽 호수는 건기 말인 4월에는 수심이 1m에 불과하지만
우기 말인 10월 말에는 수심이 15m로 깊어진다.
수심에 따라 수상주민들은 몇 번씩 이사를 해야 한다.
이삿짐을 살 필요도 없이 배와 집을 튼튼한 동아줄로 연결해서 끌고 가다가
전망이 좋고 안전한 곳에 정박하기만 하면 된다.
호수 주변에 있는 수상가옥들
톤레삽 호수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못사는 사람들이다.
캄보디아 내전 이전에는 잘 사는 나라였다. 한때는 우리나라가 못산다고 경제적인 지원도 해준 나라였다.
폴포트 집권 이후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또 여기서 그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국적이 없는 베트남의 보트피플들이다.
보트피플들은 모국인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캄보디아 사람도 아니어서
국적 없이 어정쩡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톤레삽 호수에 사는 사람들은 지저분한 황토물에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고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한다.
호수의 누런 황토물이 그들의 생활용수가 되는 것이다.
식수는 빗물을 받아서 먹거나 여유가 있는 사람은 생수를 사 먹기도 한다.
호수에서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곳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양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보다 더 많다고 한다.
옛기록에 보면 호수에 물고기가 너무 많아 노를 젓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물고기를 잡고 있는 청년들이 우리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수상마을엔 학교, 경찰서, 병원, 우체국, 생필품을 파는 상점 등등 없는 것이 없다. 교회도 보인다.
생활터전인 물위에서 개도 기르고 돼지도 키우고 오리도 키우며 뭍에서 사는 사람들이랑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
꼬마가 음료수를 들고 one Dollar! 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일명 호수의 노점상이다.
호수 노점상이 맹렬한 속도로 우리 배로 다가오더니 꼬마가 잽싸게 우리 배에 옮겨탔다.
환타를 들이밀면서 one Dollar! 를 외치며 음료수를 사달라고 종용했다.
캄보디아에선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든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캄보디아는 의무교육이 아니다. 대부분 가정에 돈이 없어서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차라리 돈을 벌게 한다.
아이를 앞세워 물건을 파는 것은 관광객으로 하여금 동정심을 유발해 물건을 팔려는 속셈이 숨어 있었다.
수상마을엔 집집마다 아이들도 많고 범죄도 많다.
아이들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위생개념도 전혀 없다.
어려운 생활환경에서 살아가는 톤레삽 아이들, 비록 현재의 모습은 미래가 없는 듯 우울해보이지만
언젠가는 캄보디아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희망들이다.
작은 배 위에서 우리를 보는 노모의 무심한 눈빛이 그저 슬퍼 보였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못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그들의 얼굴엔 항상 환한 웃음이 있다.
변변한 놀이터도 없는 물 위의 삶이지만 아이들은 밝게 뛰어놀고 있었다.
수상마을의 평상시 이동수단이 배다. 배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는 생활환경이다.
선상 레스토랑이란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답다고 한다.
톤레삽 호수 위에 캄보디아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곳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단다.
자기 키보다 더 큰 뱀을 목에 칭칭 감고 호객행위를 하는 여자아이가 무척 피곤해 보였다.
뱀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뱀을 만지기라도 하면 one Dollar! 를 요구했다.
아직 가치관도 정립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목청껏 호객행위를 해야만 하는
아이의 삶이 무척 고달파 보였다.
관광객들에게 one Dollar! 를 외치는 호수 위의 아이들,
그들에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가벼운 동정심으로 직접 돈을 주기보다는
UNICEF나 재단을 통해서 기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선상 휴게소에 관상용 악어가 있었다. 이것 또한 볼거리를 제공해서 호객행위를 하려는 것이리라.
캄보디아는 악어백 파는 곳이 많은데,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고 무엇보다 100% 리얼 악어란다.
스크류에 감긴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도 아이의 몫인가 보다. 능숙한 모습으로 스크류를 정검하고 있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뭍에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닌다. 바로 수상학교다.
스쿨버스가 아닌 스쿨배를 타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수상학교에 다닌다.
가이드가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 생활하는 학교에 가서 기부를 좀 해달라고 권유했다.
부모가 없다는 말에 마음이 짠해서 흔쾌히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학교에 가서 직접 돈으로 도네이션하겠다고 했더니, 가이드는 기부할 물품을 파는 수상 마트로 우리를 데려갔다.
기부할 물품이 있는 마트에 가서 기부할 물건을 사서 주면 된다고 했다.
쌀과 라면, 사탕, 연필 등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갖춰져 있었다.
뜻밖에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라면을 사겠다고 했더니 라면은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고 했다.
사탕을 사려고 했더니 단것을 먹으면 아이들 이가 상한다고 사탕은 좋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탕은 왜 갖다 놓았는가? 거참...
연필을 집어들었더니 연필은 이미 많은 사람이 사가서 당장 필요치 않다고 했다.
순간 이거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 주인은 우리가 비싼 물건을 사도록 계속 강요했다.
기부하는 것은 내 마음이지 강요를 하다니 몹시 불쾌했다.
공책이 10달러란다. 캄보디아 물가를 가늠해보면 공책이 10달러라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
어른들이 기부를 핑계로 이익을 챙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고아들만 생활한다는 수상 학교에 와서 공책을 전해주고, 아이들이랑 같이 사진도 찍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 여느 아이들처럼 천진스러웠다.
어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미끼로 이익을 챙기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수상 UNICEF 건물도 있었는데, 기부를 할거라면 차라리 UNICEF에 기부를 할 걸 하는 후회가 일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호수의 전경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물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점차 나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