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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마닐라] 마닐라공항에서 노랑택시 타기

러브송. 2013. 7. 5. 21:40

 

 

6월 17일 김해공항에서 저녁 9시 4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필리핀 시각으로 18일 새벽 12시 30분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마닐라 공항은 3개의 터미널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부퍼시픽은 터미널 3을 이용한다.

터미널 3 는 세부퍼시픽 항공이 도착하는 터미널이다.
Ninoy Aquino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 3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세부퍼시픽 전용공항이다.
세부퍼시픽 항공(5J)의 국제선, 국내선은 모두 이 Terminal 3을 이용하게 된다.
비행기에 내려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하물로 부친 짐이 없어서 그냥 패스했다.

혹시나 부칠 짐이 있지 않을까 해서 수화물 부치는 돈도 350페소 미리 냈는데 아깝게도 날려버렸다.ㅎㅎ..

 

 

 

 

늦은 시간인데도 공항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공항환전소는 가격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1달러에 42.50페소), 당장 택시비를 써야 하기 때문에 달러 일부만 페소로 환전했다.

택시비를 내려면 잔돈이 필요했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고 잔돈을 마련했다.

필리핀 택시기사들은 잔돈이 없다는 핑계로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고 한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오니 후텁지근한 공기가 이곳이 필리핀임을 실감 나게 했다.

                                가지가지 피부색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배낭여행객도 눈에 보였다. 까만 피부를 한 건장한 남자들도 보였다.

                                분위기가 어찌나 으스스했던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필리핀은 세부를 다녀온 것이 고작이고, 마닐라는 초행길이었다.

                                캄캄한 밤에 카메라로 공항 주변 사진을 찍으면 마닐라가 초행길이라는 게

                                들통 날 것 같아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조용히 택시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아래 택시정류장 사진들은 베트남 호치민으로 떠날 때 찍은 사진이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하얀 제복을 입은 여자가 어디로 갈 것인지 행선지를 물었다.

인트라무로스까지 간다고 했더니 800페소라고 했다.

너무 비싸다고 No~라고 거절하고 공항택시인 노랑택시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쿠폰택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었다.

쿠폰택시는 거리에 따라서 요금이 정해져 있는 택시다.
쿠폰택시는 내리면서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돈을 미리 내고 이용하는 택시다.
쿠폰 택시는 어느 택시보다 안전하고 노랑택시처럼 줄도 서지 않아 편리하지만, 대신에 요금이 너무 비싸다.

인트라무로스까지 일반택시 미터로 가면 아무리 많이 나와도 200페소 정도 나오는 거리인데,

800페소를 내라니 터무니없는 요금이다.

그러나 목숨 값이라면 800페소 정도는 기꺼이 내야겠지.ㅎㅎ..

 

 

 

 

 

쿠폰택시를 거절하고 노랑택시 있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다.

기둥에 Bay 1.2.3...번호가 붙여져 있었다. 공항택시인 노랑택시는 Bay 8을 지나서야 정류장이 있었다.

 

 

 

 

마닐라는 택시 바가지로 소문이 난 곳이다.

미터로 간다고 해도 길을 잘 모르니까 요금을 많이 받기 위해 뺑뺑 돌 수도 있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바가지요금을 내는 일도 있다고 한다.

마닐라 공항 입국장에는 일반택시(흰 택시)가 공항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손님을 공항 출국장에 내려주는 건 가능하지만, 입국장으로 들어올 수 없으므로

당연히 입국장에서 손님을 태울 수도 없다.

입국장에서 탈 수 있는 택시는 쿠폰택시와 공항택시인 노랑택시뿐이다.

굳이 일반택시(흰 택시)를 이용하려면 출국장으로 올라가서 그곳에서 내리는 손님의 택시를 바로 받아타면 된다. 

 

 

 

 

 

쿠폰택시 승강장에는 줄을 서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노랑택시 승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새벽 1시에 노랑택시 정류장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지...

하기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새벽 시간에는 그 줄이 얼마나 긴지

인내심을 가지고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노랑택시 정류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우리 차례가 되니 공항 직원이 이름과 목적지를 물어보았다.

 

 

 

 

택시를 이용한 날짜와 이름, 목적지, 택시 차량 번호를 적은 종이쪽지를 건네주었다.

분실물이 있으면 이 쪽지로 찾을 수도 있고, 요금을 과다 청구하면 이것으로 컴플레인을 하면 된다.
공항택시가 가격 면에서는 일반 택시보다 좀 비싸지만, 안전을 원한다면 공항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노랑택시를 타고 기사한테 인트라무로스로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먼저 쪽지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쪽지를 기사한테 줘버리면 기사가 어떻게 할지 모르는 일이다.

NO! 라고 단호하게 말했더니 더는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하지만 냉랭한 분위기에 택시를 타고 가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하지는 않겠지 하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남편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나침반 앱을 켜놓고 택시가 가는 방향을 주시했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바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필리핀이란 곳이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인트라무로스까지는 좀 먼 거리였다. 공항에서 30분~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택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안심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오고 가는 많은 차량, 반짝이는 네온사인 속에서 마닐라는 여전히 깨어있었다.

마닐라 베이 쪽으론 많은 노숙자가 널브러져 자고 있었는데, 주변 분위기가 정말 을씨년스러웠다.

인트라무로스 안으로 들어와서는 기사가 호텔을 잘 모르는지 헤매고 있었다

주변은 어둑어둑하고 더구나 초행길이라 난들 어디가 어딘지 어떻게 알겠는가.

호텔이 산 어거스틴 성당 근처라는 걸 알기 때문에 대충 성당처럼 생긴 건물 앞에서 세워달라고 했다.

그 시간이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미터기에 286페소 찍혀 있었다.

택시기사에게 300페소를 줬더니, 환한 얼굴로 댕큐라고 인사를 했다. 

택시에서 내리니 주변은 어두컴컴하고 낯선 데라 어디가 어딘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호텔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지나가던 한 남자가 어딜 찾느냐고 물었다.

잔뜩 경계심을 가지고 호텔 이름을 댔더니 저 골목길로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그는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한국 여행객들이 마닐라에 많이 온다고 했고

즐거운 여행 하라고 손을 들어 웃어 보였다. 잔뜩 경계심을 가지고 그를 대한 게 조금 미안했다.

 

 

 

 

그 남자가 가르쳐준 골목길이 바로 이 길이다. (낮에 찍은 사진)

밤에는 제대로 된 가로등 하나 없고 어두컴컴해서 짧은 이 길을 지나는데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었다.

미국에서 여행할 때 시카고에서 버스를 잘 못 타서 치안이 좋지 않은 흑인들만 사는 동네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시 시카고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흑인들과 눈이 마주칠까 봐 먼 산을 바라보며 잔뜩 경계하며 서 있었던

그때 그 긴장감이 오버랩되었다.

호텔밖에는 보안요원이 지키고 있었고, 24시간 서비스 가능한 호텔이라 프런트에도 직원이 나와 있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피로감이 엄습해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ㅋ~

바우쳐를 보여주고 체크인을 하고 호텔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길고 길었던 마닐라의 첫날이 끝이 났다. 

 

201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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