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상념
12월...
쉼 없이 내달리던 내 삶이 어느새 도돌이표를 찍고
다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12월입니다.
올 한 해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을까
지나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여행...
지금까지 다닌 여행길은 참으로 멀고 길었습니다.
들로,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삶이 권태롭고 지루할 때는 나도 모르게 길을 떠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복잡한 세상사를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길 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길 위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나는
고마운 일들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들만 떠올렸습니다.
매일 소담스런 행복이 묻어나는 일상에 감사하고,
넘치진 않아도 원할 때 주저 없이 떠날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고,
어디든지 다닐 수 있는 건강에 감사하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모든 복잡한 세상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달력을 보내고 나면 또 한 살을 먹게 되고,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싫지만, 더 늙어진다는 건 정말 싫지만,
감정에 여유가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12월의 가지 끝에 부는 바람은 매섭지만
머잖아 눈부시고 아름다운 봄날이 오리라는 희망에
오늘은 가벼운 겨울 앓이를 해도 좋을 듯합니다.
불면의 밤을 헤치고,
자기를 찾아 먼 길을 떠나는 당신...
당신은
이미 완전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