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구미] 빛바랜 추억이 서려있는 금오산의 늦가을
나에게서 구미 금오산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81년 2월 11일 남편을 처음 만나서 이곳으로 첫 데이트를 하러 온 곳이다.
큰집 조카와 동갑인 나는 조카 친구인 남편과 내 친구와 소개팅을 하게 되었고
대구에서 구미까지 기차를 타고 구미역에 내려서 걸어서 금오산 폭포까지 올라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미역에서 폭포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
그때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들이 구미역에서 짬뽕을 샀고,
나와 친구는 금오산 관광호텔에서 커피를 사기로 했지만,
마침 호텔이 공사 중이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내려왔던 기억이 난다.
내 친구와 조카는 그때부터 커플이 되어 대학 4년 내내 사귀어 결혼할 것 같았지만 헤어지게 되었고
나와 남편은 그냥 친구처럼 지내다가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
사람의 일이란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런 것 같다.
금오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금오산의 가을은 빛바랜 추억이 무색할 만큼 황홀하고 아름답다.
남편이랑 처음 갔던 그날의 기억은 겨울의 끝자락이라
바람은 매서웠고 폭포는 얼어서 거대한 빙벽을 하고 있었다.
그 뒤로도 대구에 갈 일이 생기면 금오산에 한 번씩 들르곤 했었는데
이렇게 알록달록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오기는 처음이다.
경북 구미의 금오산(976.6m)은 넓은 평야지대에 우뚝 솟은 암산으로
산세가 빼어나 예전부터 경북팔경의 하나로 꼽혀왔던 곳이란다.
197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산세가 매우 가파른 편이다.
금오산(金烏山)이라는 이름은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아도화상이 구미에 머물 때
금오산의 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금오산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대해교 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해운사가 나온다.
대혜폭포는 금오산 중턱인 400m 지점에 있는 높이 28m의 큰 폭포이다.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명금폭포라고도 불린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즐기는 곳이라 하여 욕담 또는 선녀탕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대혜(大彗)라는 이름도 이 폭포수가 구미로 흘러들어 구미 사람들에게 풍부한
수량을 제공하는 큰 은혜를 베푼다는 뜻이라고 한다.
기암괴석과 벼랑이 병풍처럼 에워싼 대혜폭포와 주변 단풍이 절경이다.
여름이면 이 폭포에서 물맞이를 하는 사람이 있고
겨울이면 폭포가 얼어붙어 거대한 빙벽을 이루어 빙벽등반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할딱 고개를 할딱할딱 오르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에 풍덩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