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서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정말 그렇게 만났습니다.
대학 1학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세월이 얼마던가요.
친구처럼 연인처럼 함께한 세월이 그저 아득하기만 합니다.
긴 머리 흩날리며 캠퍼스를 걷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중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필요한 자리에 늘 있어주는 사람
그림자처럼 늘 곁을 지켜주는 사람
힘이 들 때 등을 토닥여 위로해주는 사람
혼자라고 느낄 때 따뜻한 손 내밀어 잡아주는 사람
식탁에 둘러앉아 나란히 수저를 들고
언젠가 다가올 노년과 죽음에 대하여 함께 준비하는 사람,
이 세상 가장 내밀한 소리까지 함께 듣는 사람
그런가 봅니다.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에서
내가 남편이 되고 남편이 내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면서도 가까운 사이가 부부입니다.
젊은 시절엔 사랑하기 위해 살고 나이가 들면 살기 위해 사랑한다고 하던가요.
그럼 이제부터는 살기 위해 열심히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 훗날, 우리가 생을 마감하는 날에,
"당신을 만나서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