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2003.3.8~9)
하얀 눈이 그리워지는 날에는
마음이 허허로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이 길을 달리고 싶다.
햇살이 포근한 봄날에(3월 8일~9일) 주말을 이용하여 미국의 숨은 비경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으로 가는 도로 길가엔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다.
봄이 왔는데도 하얗게 쌓인 눈을 보니 아직도 한겨울 속에 있는 것 같다.
쌓인 눈도 1m는 훨씬 넘어 보인다.
크레이터 레이크가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은 미국 서부 오리건주에 있는 클러매스 폴스(Klamath Falls)라는 작은 도시에 있다.
크레이터 레이크는 미국인들만 아는 비경 중의 비경이다.
Crater Lake는 화산이 폭발한 후 형성된 지름 8km에 달하는 원형의 칼데라호인데
우리나라의 백두산의 천지와 같은 Lake이다. 백두산 천지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칼데라호이다.
국립공원이 가까워지자 도로는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도저히 차로는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다.
Road Closed~~!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끊겨있었다.
눈 쌓인 이 길을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차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
루돌프가 끄는 눈썰매를 타고 가면 되지 않을까? ㅎㅎ
공원 입구에 눈썰매 장비를 대여하고 있었다.
눈썰매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장갑, 목도리 등등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아 포기했다.
비록 크레이터 레이크는 볼 수 없었지만, 봄날에 하얀 눈을 구경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크레이터 레이크는 날이 풀리면 다시 오기로 왔던 길을 되돌아나갔다.
호수에 살포시 내린 하얀 눈, 고즈넉한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삶에 지치고 외로운 사람은 잠시 쉬어가세요.
당신의 자리는 언제나 비어있답니다.^^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아들 녀석이랑 찰칵~!
파란 호수를 보려고 그렇게 먼 길을 달려왔지만, 눈길에 막혀 정작 목적지 근처는 가보지도 못했다.
눈 구경만 실컷 하고, 클러매스 폴스(Klamath Falls)에 있는 RED LION INN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미국에서 여행 다닐 때 자주 묵었던 RED LION INN
대부분 야외 수영장도 딸려있다.
크레이터 레이크가 있는 클러매스 폴스(Klamath Falls)만 해도 시골이어서
방값에 정식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방값도 얼마 하지 않는데, 우리 식구 네 명이나 공짜 밥을 먹기는 좀 미안했다.
이른 아침에 아직도 자는 애들은 남겨두고 남편이랑 둘이서만 레스토랑에 갔다.
아침이라 봐야 커피에 간단한 빵과 소시지, 스크램블 정도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금발의 여자가 환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보통 공짜로 먹는 아침은 간단한 뷔페식인데, 이곳은 종업원이 따로 주문을 받고 서빙도 해주었다.
미국에 살면서 늘 난감한 게 팁을 줘야 하는지 안 줘야 하는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것이다.
서빙을 받으면 팁을 주고, 서빙이 마음에 들면 더 많은 팁을 주고, 서빙을 안 받으면 팁을 안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남편이랑 아침을 먹으면서 팁을 줘야 하는지 준다면 얼마를 줘야 적당한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침을 먹으러 온 다른 사람들은 팁을 얼마나 놓고 가는지 옆눈으로 힐끗 보기도 했다.
그런데 팁을 주고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호텔에 포함된 조식이라 팁을 안 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팁을 안 주자니 뒤통수가 당길 것 같고 해서 1불을 주려다가 2불을 테이블 위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종업원이 팁을 힐끗 보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식당 문을 나서는 우리 뒤통수에 대고
하이톤 목소리로 댕큐~ 댕큐~를 연발했다.
팁을 주지 않는 사람한테는 눈인사도 없더니만, 우리에게는 활짝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
1불을 주고 나와도 되는데, 미국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2불을 놓고 나왔더니만.ㅎㅎ
한국이나 미국이나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한가 보다.
포틀랜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황량한 들판을 가로질러 달렸다.
바다 같은 넓은 호수도 지나고...
비도 내리지 않았는데, 알록달록 일곱빛깔무지개가 떴다.
비록 크레이터 레이크는 보지 못했지만, 하얀 눈도 마음껏 보고, 행운의 무지개도 보고,
자연과 함께한 즐거운 가족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