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송. 2008. 8. 10. 20:41

 

 

 

불교입문(조계종 신도교재 1 포교)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조계종 포교원 편 (조계종출판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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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밀히 말해 불교신자는 아니다.
그러나 굳이 종교를 물으면 서슴없이 불교라고 말한다.
학문적인 접근으로 보면 중학교부터 미션스쿨를 다녔으니까

기독교나 천주교가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나 천주교보다는 불교가 더 매력이 있는 이유는 뭘까.
친정과 시댁 모두 불교 집안이다 보니 자연스레 불교가 낯설지 않은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도 친정어머니가 불교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데는

나와 큰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1980년,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휴교령이 내려진 대학가는 체류탄으로 물들어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찌는듯한 불볕더위에 나는 열이 39도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유사장티푸스라고 했다.
별다른 증상 없이 열만 39도 40도를 오르락내리락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정확히 말해 장티푸스는 아니지만, 유사라는 말을 덧붙여 유사장티푸스라고 병명하고
해열주사와 해열제만 처방해주었다.
해열제를 먹어도 해열 주사를 맞아도 열은 겨우 38도까지만 떨어지고
그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누구나 경험해본 일이라 잘 알겠지만, 일단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더운 여름 날씨에도 한기가 들고 사지가 쑤시고 저려서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매일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나는 거의 탈진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아버지는 근심 어린 얼굴로 열이 떨어질 때까지 찬 물수건을 내 다리 위에 놓고

주물러주셨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해열제에만 의존하던 어느 날,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저를 보시고는 분명히 귀신이 씌어서 그렇다고 이러다가 큰 일 나겠다고

당장 점집을 찾아가 굿을 하라고 권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점과는 무관한 삶을 사셨다.
그동안 집안에 어려운 일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자연히 점집을 찾으실 일이 없으셨던 것이다.
어머니는 미신 같은 것은 전혀 믿지 않으셨고,

지극히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합리적인 분이셨다.
그러나 죽어가는 딸을 앞에 둔 에미는 마냥 이성적일 수만은 없었다.
옛날에는 동네에 대나무 깃대가 꽂힌 무당집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가까운 대나무 집으로 찾아가셨다.
점쟁이의 주문이 이어지고 점쟁이 입에서 어머니의 시어머니
즉 우리 할머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버지는 넷째 아들이었으므로 우리 어머니는 넷째 며느리인 셈이다.
할머니는 살아생전 넷째 며느리인 우리 어머니를 무척 좋아하셨단다.
어머니는 넓은 품성을 지니신 분으로 비록 넷째 며느리였지만
당신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니를 늘 모시고 살았다고 한다.
나는 너무 어려서 할머니에 대한 별 기억이 없다.
우리는 대구로 이사하면서 할머니를 잠시 시골 큰댁으로 보내셨다고 한다.
집 정리가 끝나는 대로 다시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오기로 약속을 하고...
한 달이 지날 무렵에 모시러 가겠다는 전갈을 들으신 할머니는

짐을 챙기시면서 무척 즐거워하셨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에 할머니는 우리 집이 아니라 더 먼 나라로 길을 떠나셨다고 한다.
넷째 아들네 오신다고 목욕도 깨끗이 하고 새 옷으로 옷도 갈아입으시고
어린애 마냥 내일 아침이 되길 기다리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잠을 자듯이 그 얼굴이 부처님처럼 참으로 평화로웠다고 한다.
오복 중에 하나가 명대로 잘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라고 하더니
할머니는 참으로 깨끗하게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신 것이다.

점쟁이 입을 빌려 나타나신 할머니께서 꼭 절에 다니라고 당부를 하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우리 집안을 도와주시려고 항상 우리 집 주위를 맴돌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집안 대대로 불교 집안이니 절에 가서 공덕을 쌓으라고 일러주셨다.
점쟁이는 굿을 하라고 권유를 했다. 굿을 하지 않으면 딸은 죽게 된다고 했다.
굿 따위는 이제껏 해본 적도 생각을 품은 적도 없는 어머니였다.
우리 어머니는 무척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이셨다.

점집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는 목욕재계 하시고 불경을 틀어놓으셨다.
온 집안에 목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어머니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옛 어른들은 귀신을 쫓을 때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칼을 대문 밖으로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정성껏 기도를 하고 난 뒤 부엌칼을 대문 밖으로 던지셨다.
칼끝이 대문 밖을 향해야 귀신이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첫 번째 칼을 던졌을 때는 칼끝이 집안을 향해 있었다.
두 번째 다시 던지니 칼끝이 대문 밖을 향했다고 한다.

그날도 나는 밤새도록 고열에 시달리면서 아버지는 내 다리를 주무르고 계셨다.
아침이 밝아 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과학으로만 풀 수 없는 그 무엇이 분명히 존재하는가 보다.
아침이 되자 내 몸의 열기는 씻은 듯이 다 나아버렸다.
정말 나는 그동안 귀신이 씌었었나 보다.
거짓말처럼 나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대덕사라는 절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고
나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가끔 따라다니기도 했다.
어머니는 내가 종교를 가진다면 꼭 불교를 선택하라고 말씀하셨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죽지도 않고 멀쩡히 학교도 잘 다니고, 결혼도 하고,
아들.딸도 낳고, 지금까지 이렇게 너무나도 멀쩡히 잘 살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 할머니가 하늘나라에서 나를 지켜주시는가 보다.ㅎㅎ..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고...
고통의 바다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

오랜 세월 석가를 사로잡았던 화두는 생로병사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사바하"
"(가세 가세 건너가세 함께 건너가 깨달음을 이루세)"

집착을 버려라. 집착으로 인하여 삶의 고통이 생기나니
집착을 버리면 고통의 원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에 대한 집착을 없애고 마음의 공포와 의식을 다 지우고 나면
마침내 이르는 곳, 그것이 열반의 경지이다.


살아가는 동안 늘 불교에 관심은 많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은 부처님의 생애에서부터 불교의 진리관, 깨달음의 길
그리고 불자의 신행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나 같은 초보자를 위한 불교입문서이다.


이 책은 이미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불교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을 위한 좋은 길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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