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전화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비린것을 눌러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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