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길 떠나던 사람을 바라보며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돌아선 하늘이
차마 서러워
눈길 한번 따뜻하게 주지 못하고
술 잔에 떨어지는
내 마음을 잡기도 바빴다.
다만 내 안에 가두어
가지려고만 하였던 마음들이
이제 다시 생각하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멀어서
아름다운 것이 있다.
잡을 수 없어
그리운 것이 있다.
가지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가끔 그리고 자주
너를 그리워함이 좋다.
이제
다시 길 떠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김/경/훈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 지울 수 없는 얼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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